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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6년째 제자리걸음 ‘주차장법’




XL 자동차, XS 주차장에 주차하기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초보운전자에게 주차장은 가장 위험한 공간이다. 주차장이 왜 위험하냐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처음 차를 몰고 주차장을 갔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차장은 수많은 차량이 빼곡이 주차되어 있는데 그 자동차들 사이 좁은 공간에 일자로 차를 주차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다른 차를 긁거나 박았다간 꼼짝없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인데, 가까스로 주차를 했다하더라도 좁은 공간을 통해 차 안에서 나오는 일 또한 고역이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주차장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차장, 조금 더 넓 어질 순 없을까?

  

어머니가 타던 경차를 물려받아 타고 다니던 A 씨는 최근 잘빠졌다고 소문난 신형 중형차를 구입했다. 뜨거운 가슴은 해외 고급 브랜드 차량을 갈구했지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냉철한 머리는 국산 차량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경차에서 중형차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사실에 A씨는 굉장히 만족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출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간 A씨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 아픔도 잠시, 곧이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운전석에 아주 선명하게 새겨진 ‘문 콕 테러’ 때문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며 매끈하게 흐 르는 문짝 중앙 깊게 패인 ‘문콕’은 A씨의 멘탈을 깨뜨렸다. 밤사이 녹화된 블랙박스를 몇 번이나 확인 했건만 ‘문콕 테러’ 차량은 확인할 수 없었고, 주차 장에는 그 흔한 CCTV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전 범죄에 된통 당한 것이다. 경차를 탈 때는 한 번도 없었던 문콕 테러가 중형차로 넘어오자마자 발생한 것이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해,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자동차


국내 차량 등록대수가 2천100만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 차량 등록대수는 2천99만대로 전년대비 87만1천대가 증가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자동차 증가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의 71만7천대를 가뿐히 넘기는 수치다. 이처럼 차량 등록 대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실시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수입차량에 대한 선호와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일찌감치 집을 포기 하고 차라리 차를 타겠다는 여론이 형성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차량 보유대수를 뒷받침 해줄 정책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현재 국내 차량 대수를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나누면 한 가구 당 1.55대의 차량을 보유하게 되며, 1가구 2차량도 멀지 않은 미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대는커녕 가구당 1대도 제대로 주차할 공간이 없는 곳이 많은 현실이다. 차량 대수 증가라는 양적성장에 따른 주차장확보와 같은 기초적인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신축된 아파트의 주차 가능 대수는 가구당 1.28대로 지난 20여 년간 지어진 아파트 전체 평균(1.13대) 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최신식 건축물에 1990년산 주차장,
주차장은 와인이 아니야


경차에 혜택을 많이 주니 사람들이 경차를 선호할 것이라 예상했던 탓일까? 주차장의 절대적 부족만큼 주차단위구획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부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에 규정된 주차단위구획의 최소 너비 기준은 2.3m(일반형) 다. 얼핏 보면 굉장히 넓어 보이지만 사실 그리 넓지 않다. 오히려 좁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차 구획은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평행 주차 형식의 경우 ▲경차 전용 구획은 1.7mX4.5m, ▲일반형은 2.0mX6.0m다. 그리고 평행 주차를 제외한 주차장의 경우 ▲경형은 2.0mX3.6m, ▲일반형은 2.3mX5.0m다. 2012년 추가된 ▲확장형 주차장은 2.5mX5.1m다.


특이한 점은 현재 주차장 구획이 과거에 비해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 1971년 12월31일 개정된 주차장 법(평행주차 외 주차공간)의 일반형 주차장 규격은 2.5mX6.0m였다. 이후 1988년 2월 24일 주차장법 은 2.5mX5.5m로 개정되며 종전에 비해 길이가 짧아졌다.

그리고 1990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정부는 또 다시 주차장법 개정을 통해 일반형 주차장 규격을 2.3mX5.0m로 줄여버렸다. 20년 동안 3번의 법 개정을 통해 주차장 규격을 늘리기는커녕 줄여버린 것이다.


주차 규격의 축소는 곧바로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줄어버린 주차장 사이즈를 비웃듯 차량의 크기는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차장 문콕 테러는 일상이 되었고 문콕을 당한 사람들은 줄어든 주차장 규격에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각종 불평불만이 정부의 마음에 닿은 것일까? 2012년 7월2일 국토부는 문콕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확장형 규격 주차장 (2.5mX5.1m)’을 선보였다.


그러나 말만 확장형일 뿐 국토부가 내놓은 확장형 주차장은 1988년 개정된 일반형 주차장보다 작았다.

게다가 국토부는 확장형 주차장을 주차장 전체에 적용하지 않았다. 그저 전체 주차장 구역의 30%만 채우면 되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확장형 주차장을 차지하기 위해 운전자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편안하게 그리고 더 크게,
눈에 띄게 커진 자동차들


전 세계적으로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열풍이 불고 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내면의 삶에 집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 영역에는 미니멀라이프의 열풍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차는 무조건 커야 된다’라는 인식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록현황은 이를 증명한다. 올해 8월 기준 전체 차량의 82%가 2000cc 이상의 중·대형 자동차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대형차 비율 또한 15.8%로 2000년 당시 대형차 비율이 8.6%였던 것과 비교해 16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6년 9월 기준, 국산차 판매 순위 1위는 싼타페, 2위는 올 뉴 쏘렌토, 3위는 더 뉴 모닝, 4위는 쏘나타, 5 위는 더 넥스트 스파크, 6위는 아반떼, 7위는 포터 2, 8위는 올 뉴 K7, 9위는 SM6, 10위는 티볼리다. 스파크와 모닝이라는 경차의 양대 산맥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싼타페와 쏘렌토라는 중형 SUV가 1,2위를 차지했고, 매번 차량판매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아반떼’와 ‘소나타’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경차에 대한 인기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긴 했지만 SUV 열풍과 중·대형 차량 선호 현상을 따라 잡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라는 반증이다. 국민차로 불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아반떼’와 ‘소나타’는 세월의 변화와 함께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쳤다.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차량의 성능 그리고 차량의 크기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준중형 차량인 아반떼는 1995년 당시 너비 1.7m 길이 4.5m로 출시됐다. 그러나 올해 출시된 아반떼는 너비 1.8m 길 이 4.6m로 길이와 너비 모두 20년 전과 비교해 길어졌다. 소나타도 마찬가지다. 1996년형 소나타의 너비와 길이는 1.8m, 4.7m였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소나타의 너비와 길이는 1.9m X 4.9m로 너비는 10cm, 길이는 20cm나 늘었다.



제한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시간이 갈수록 자동차의 크기는 커져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차장 규격은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며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주차공간이 좁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소나타를 기준으로 현재 일반형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너비 2.3m 일반형 주차 공간에 너비 1.9m 소나타를 주차하면 40cm의 공간이 남는다. 좌우로 20cm의 공간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양 옆에 똑같은 소나타가 있다고 하면 20cm의 공간이 더 늘어난다.


이에 실제로 차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공간은 옆 차의 여유 공간을 포함해 총 40cm가 된다. 하지만 20cm가까이 되는 차문 두께 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여유 공간은 약 20cm로 제한된다. 참고로 A4용지의 좁은 가로면 길이가 21cm다. 즉,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온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왜 사람들이 온몸을 구겨가며 차를 타야할까? 그에 대한 해답을 듣기위해 국토부 관계자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국토부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을 정리한 질의응답이다.



Q. 주차장 규격이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며 줄어들고 있다 왜 그런가?


A. 주차장 규격은 1971년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주차장 규격 개정은 모두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Q. 토지의 효율적 활용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차량이 커졌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A. 과거에 비해 차량이 커졌다는 사실에는 지극히 공감한다. 하지만 자동차 크기에 변화가 오기 시작 한 시점이 최근 10여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다. 이에 국토부에서도 차량의 대형화에 맞춰 2012년 부터 ‘확장형 주차장 설치’ 등 주차장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현상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Q. 현재 주차장법에 의하면 확장형 주차장을 30%이상 확보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감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A. 확장형 주차장 설치는 주차장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으며, 주차장을 건설하는 모든 곳에서는 30% 이상 확장형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감사는 인허가 기관인 각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감사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건설사는 주차장 규격에 대한 기본 요건을 충족시켜야 건설 허가가 나오며, 건설허가 이후에도 필요시 지자체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현황을 확인하고 미흡한 사항이 있다면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일각에서는 일반형 규격을 없애고 전면 확장형 규격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토부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국토부가 차량 대형화 선호현상을 제대로 예측 하지 못했던 사실에 통감한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확장형 주차장 설치 의무화 등 노력을 했으나 이것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2017년 상반기쯤에는 주차장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주차장 규격 에 대한 상세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차장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


문콕 테러 방지를 위한 노력


문콕 테러 등으로 각종 갈등이 급증하자 문콕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문콕에서 해방’이라며 차량 측면에 에어범프를 덧대 출시하는 차량도 등장했다. 경상북도 울진군에서는 문콕 사고 예방을 위해 주차선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주차구획을 확장하는 도색이 아니다. 주차선에 맞춰 차량을 주차할 수 있 도록 새로운 선을 하나 더 긋는 작업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운전석 바퀴를 주차장에 새로 그어진 노란색 실선과 일치시켜 주차하면 모든 주차장 공간 이 좌우가 균일하게 확보되어 이전에 비해 문콕 사고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그래도 가장 확실한 문콕 테러 방지는 주차구역을 크게 만드는 일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규정보다 더 넓은 주차구획을 설계하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상당히 애쓰고 있다.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건설사의 선택에 맡겨진 것으로 운전자 모두가 혜택을 보기위해서는 오래된 주차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국토부에는 주차장법 개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내년 상반기 중 개정안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말을 맹신하고 있을 순 없다. 사실 국토부는 ‘올해 5월에 이미 주차장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올 것이며 이에 따른 개선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차장 법 개정에 대한 국토부의 공식 발표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여지없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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