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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정치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 영화 ‘특별시민’ 중에서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달 9월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5월 조기대선은 뇌물죄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고, 이를 계기로 현직 대통령 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돼 치러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대한민국 전반에 대한 개혁을 예 고했다. 특히, 여성을 주요 직책에 임명 또는 지명해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적 이슈 중에서 가장 흥 미를 끄는 이벤트인 선거.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과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대선이 끝난 지금, 4월 말 개봉한 ‘특별시민’이라 는 영화를 다시 한 번 봤다.






4월 26일 개봉한 ‘특별시민’은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한 ‘변종구(최민식 분)’와 ‘양진주(라미란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정치인들의 민낯을 드러내 그들의 권력욕과 위선을 풍자한다.

변종구는 서울 문래동 공장 노동자에서 변호사를 거쳐 3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현직 서울시장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3선 시장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그는 겉보기에 서울만 생각하고 서울시민을 위해 발로 뛰는 시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한 이미지 관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대권을 손에 쥐려는, 그 누구보다도 권력욕이 강한 ‘정치 9단’이다. 서울 한복판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들이 희생되자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현장에 머물며 책임감 있는 시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만, 사고 현장 천막 안에서 그는 최고급 초밥 도시락을 여유 있게 즐긴다. 또한 자신의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어 선거는 물론 앞으로의 정치 인생도 망가질 위기에 처하자 자기 딸을 범인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그 뒤에 숨어 위기를 모면하고 선거운동을 이어간다. 그런가하면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가 갖고 있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증거 자료를 뺏기 위해 몰래 사람을 보냈다가 심혁수가 사망하자 현장을 자살로 위장한 후 태연하게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울먹이며 추도사를 읽는 장면은 손에 쥔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더 큰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특별시민’은 여느 정치영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권력자 간의 거래, 정치인들의 위선, 한 배를 타고 같은 목적을 향해 끝까지 함께 할 줄 알았던 동료의 배신 등 과거 정치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설정이나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변종구가 남성이라는 점도 정치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시민’이 특별한 이유는 변종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들 중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 다면 ‘특별시민’의 여성 캐릭터들은 주인공과 직접적인 갈등을 빚으며 이야기의 주된 흐름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인물로 묘사됐다.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정치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특별시민’에서 눈길이 가는 여성 캐릭터 중 하나는 변종구 캠프 내부의 홍보담당자이자 영화의 화자이기도 한 ‘박경(심은경 분)’이다. 영화 초반 변종구는 힙합가수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한다는 명목으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색다른 모습의 변종구를 어필하기 위함이었으리라.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대부분의 관중은 그의 모습에 열광하면서 박수를 보냈지만, 박경은 그렇지 않았다. 박경은 “4년 전 제 생에 첫 투표를 시장님께 드렸는데, 요즘 보면 참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운을 띄운 후 “이런 시장님의 가식적인 모습들, 이제 보기 지긋지긋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하시면 어떤 선거든지 이길 수 없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이후 박경은 변종구 선거 캠프의 홍보담당자로 영입된다. 박경은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라는 심혁수의 말에도 “정치는 한 마디로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변종구 선거 캠프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정치권이 결코 깨끗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있을 것이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캠프에 합류한 이후 박경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변종구로부터 적지 않은 신뢰를 받으며 캠프 내 크고 작은 일을 맡아 처리하게 된다. 변종구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고민하는데, 박경에게 “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기도 한다.

이처럼 나름 신뢰를 받으면서 캠프에서 일하던 박경은 선거 막바지에 캠프를 떠난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깎아 내리려고 제대로 된 검증과 확인 없이 일단 터뜨리고 보는 정치행태, 거듭된 위기를 통해 드러나는 변종구의 실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정치권의 민낯을 마주하고는 실망과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박경과 양진주 캠프의 선거전문가 임민선의 관계도 흥미롭다. 이 둘은 영화 속에서 직접 부딪히지 않지만 각 후보의 캠프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임민선이 양진주에 대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출작전’을 사용했다면, 박경은 변종구의 여성비하발언이 담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반전을 꾀했다. 또한 임민선이 양진주 홍보를 위해 만든 홍보영상을 역으로 재생해 양진주를 공격함과 동시에 변종구를 홍보한 박경에 임민선은 크게 한 방 먹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임민선은 캠프 내에서 양진주가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언하고 주변을 경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양진주가 자신의 직감대로 움직이면서 길을 벗어 나려고 하자 “후보님과의 관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캠프를 떠난다.



그러나 누구보다 눈길이 가는 여성 캐릭터는 단연 변종구와 대결하는 양진주다. 그는 여성 인권운동가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인물로, 선거운동기간 내내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 대표적인 장면은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장면. 양진주는 기자회견을 갖기 전 일부러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나와 기자회견 중 바닥에 떨어진 원고를 줍기 위해 일부러 허리를 숙여 가슴골을 노출시켰다. 이 행동으로 인해 ‘양진주 가슴’은 실시간 검색어 1위 오르게 됐고,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또 하나는 서울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자 희생자들의 가족들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시민들을 품는다는 이미지와 함께 평소 시설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 즉, 인재(人災)라는 점을 부각시켜 변종구를 공격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처럼 양진주는 변종구 못지않게 노련하고 정치적인 인물이지만, 선거운동에 자신의 아들을 끌어들이는 점이나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지지율 반전을 위해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를 고민하는 등 영화 속에서는 다소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현실 정치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를 이기기 위해 2, 3위 후보끼리 단일화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양진주 역시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를 고민한다. 단일화는 흔히 정치인 소신과 관계없이 ‘이기는 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양진주의 선택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국내 정치에서 여성 정치인이 갖는 지위 혹은 한계 등을 생각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양진주는 “단일화 반대한다. 정책, 조직 어느 하나도 공통 분모가 없다”는 임민선의 말에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정치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라는 말로 단일화를 결정한다.




여성 국회의원 17%, 여성 광역단체장 0명 … 이번 정부에서는 과연?!


영화는 서울시장이 되기 위한 변종구와 양진주의 대결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요 사건이나 이벤트는 변종구와 관련된 것이지 양진주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캠프 인사의 성 접대에 대한 언론 보도도 변종구 캠프 쪽의 일이고, 변종구와 소속 정당, 또 그와 심혁수와의 갈등 모두 양진주와는 관련이 없는 일들이다. 유일하게 후보 단일화가 양진주와 관련된 이벤트이지만, 그마저도 선거자금 의혹 제기를 통해 변종구가 주도권을 가져가버린다. 즉, 변종구는 자기 내부 세력들과 싸우는 것이지 양진주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 속에서도 양진주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양진주의 선전보다 변종구의 실수로 인한 반사이익이다. 이렇다보니 영화 자체에서 양진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적고, 양진주라는 인물 자체도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 양진주뿐만이 아니다. ‘특별시민’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조직을 떠난다. 실제 우리 정치에도 여성 정치인의 지위나 역할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의 비중은 전체의 17%에 불과하고,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여성이 대통령이었던 지난 정부에서조차 여성이 장관이었던 부처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뿐이었다. 현직 중에서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일하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일정한 지위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여성들의 요직 진출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이번 정부에서는 좀 달라질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에 정부 초기 조각에서 여성의 비중을 적어도 30%는 가져가겠다고 공언해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5~6명 정도의 여성 인사가 이번 정부 초기 조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기준 문 대통령은 총 3명의 인사를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 또는 지명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그들이다. 이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도 여성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남녀동수의 내각 구성을 공약하기도 했다.

한 여성 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너무 잘 해서 솔직히 무섭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은 국민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들이 산적돼 있지만 남녀의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정치권에서 먼저 나서 그들의 조직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고 대우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성 평등 개념이 확산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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