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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개헌드라이브’...이원정부제 등 권력구조 핵심쟁점 4가지

이원정부제·양원제·추상적규범통제·지방분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개헌논의가 국회에서 한창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일성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 7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내년 3월 중 헌법개정안 발의와 5월 국회 의결을 거쳐,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국회는 올해 초 여야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발족했다. 헌법개정특위는 지금까지 14번의 전체회의와 11번의 소위원회를 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반년 동안 개헌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헌법 전반에 걸쳐 손을 보겠다는 기조가 깔려있다. 우선 기본권 보장의 강화다.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과 같은 새로운 권리를 신설하고 기본권성격에 따라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권력구조는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누고 국회의 책임과 기능을 강화해 권력분립을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확보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선거 및 정당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헌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구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4가지 쟁점(이원정부제·양원제·추상적규범통제·지방분권)을,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의 최근 토론회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되짚어봤다. Editor 박홍기 기자



행정부 차원,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최근 대통령제 운용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그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집행부가 대통령과 총리로 이원화되고 각각 집행권한을 나누어 가지는 정부형태를 말한다.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등 국가원수로서 통치권을 행사하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실질적인 행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대통령제에 비해 대통령의 권력 남용우려가 적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와 내치로 권한을 딱 나눠 갖는 방식이 불가능해, 양측이 권한배분을 두고 갈등을 일으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박 전 대통령이 강행했던 개성공단 철수는 통일·외교·국방 문제이면서도, 공단입주 기업들의 생계문제이기도 하다. 개헌특위에서는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을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7일 국회에서 제69주년 제헌절을 맞아 열린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 사법부 수장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우리 국민들은 30년 전과 다름없이 지금도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직선제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화되거나 권한이 남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결국 국회나 국민들이 검토할 수 있는 권력구조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정부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은 인사권의 발동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인사권에 대한 강력한 제한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법부 차원, 단원제→양원제 개헌 필요

개헌특위는 우리나라의 의회형식인 단원제를, 양원제로 전환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양원제란 의회가 2개의 합의체로써 구성되고, 원칙적으로 각각의 합의체가 독립해 결정한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 그것을 의회의 의사로 간주하는 의회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가 취하고 있는 단원제는 의회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로만 구성되지만, 양원제는 국민의 선거로 뽑힌 의원들로 구성되는 다수의 하원과, 투표·임명·세습·직능대표로 구성되는 소수의 상원으로 구성된다. 상원은 나라마다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군주세력을 대표하는 세습 귀족과 임명직 인사로 상원이 구성되고, 미국은 각 주를 대표하는 선출직으로 상원이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1948년 7월 17일 제헌 이래 줄곧 단원제를 채택해왔지만, 딱 한번 1960년 4·19 혁명으로 탄생한 제2공화국에서 참의원과 민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 국회형식을 취한 바 있다.

양원제의 장점으로는 하원이 정부와 충돌할 때 상원이 조정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단원제하의 경솔하고 졸속한 입법을 방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능대표나 지역대표로 구성한 상원을 통해 특수 이익을 대변할 수도 있다. 반면 의안심의에 지연, 두 개의 선거로 인한 국고낭비, 권한이 양분됨에 따라 나타나는 정부에 대한 의회의 지위 약화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개헌특위에서 다뤄지는 양원제의 주요 골자는,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의 구분, 즉 지역대표형 상원설치다. 현행 헌법체계 하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정책결정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통과돼도 실질적인 지역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다. 다만 개헌특위에서는 지역균형, 입법의 신중성 제고를 위해 양원제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지역배려는 지방분권으로 해결할 수 있고 비연방제 국가로서 국민적 공감대가 약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국회의 입법권이 분권되고 더 강력해져야 대통령을 비롯한 지배권의 압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단원제가 아닌 양원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양원제에서 상원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면, 지방분권의 강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차원, 구체적 규범통제→추상적 규범통제

이 전 헌재소장은 헌법재판에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추상적 규범통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을 심판하는 방식 중 하나로, 구체적인 사건의 개시가 없더라도 법률 그 자체에 대한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상 위헌법률심판제도는 구체적인 사건이 있을 때,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규범통제’만을 허용하고 있다.

추상적 규범통제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법률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가 생기기 전으로 위헌판단 시점을 앞당겨 국민의 기본권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국회의원들에게 신중한 합헌적 입법을 촉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헌재의 권한이 막강해져, 실질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법부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 여야의 입장차가 첨예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반대표를 던진 측에서는 법안을 들고 헌재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특위에서는 지금도 헌법소원을 통한 기본권 보호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 시 국회 입법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태다.



이 전 헌재소장은 추상적 규범통제가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논의를 하더라도, 결국 다수당 의사에 의해 통과될 수밖에 없다”며 “그걸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의장석을 점령해야 하고 상임위 출입문을 잠궈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선진화 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운명이 어떻게 될지 확신한 수 없다”며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정치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부연했다.



文대통령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청와대에서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들은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헌법 제117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118조 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지방자치사무는 국회나 중앙정부가 정해주는 범위 안에서만 하라는 말이다. 지자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손발이 묶여 일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헌법을 개정해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자치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방분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 간 휴전 중이라는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가의 안보상 위기에서 일사분란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효율성이 떨어져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개헌특위에서는 지방분권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치입법권·지방재정권·자치사법권 등 지방분권의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소장은 “세계적인 비교헌법학자인 칼 뢰벤슈타인은 미국의 대통령제가 독재로 흐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연방제를 들었다”며 “지방분권은 지역의 균형발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중앙권력을 제한하고 견제하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통일되는 경우 남북한사이 연방제 국가가 되는 경우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연방국가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의 체제를 경험하고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산이 세 번 변했는데도, 제자리걸음인 대한민국헌법...이제는 ‘상향식 업데이트’가 필요한 때

총 10개장 130조로 구성돼 있는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운영방법이나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규정해 놓은, 한 국가의 법체계 가운데 최고의 단계에 위치하는 규범이다. 즉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를 결정하는 정부형태부터, 법률·명령·규칙 등 법규범의 타당성까지 헌법에 비추어 판단하게 된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개정 논의는 약 10년 전부터 있어왔다. 국회는 지난 2008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1년에 걸친 연구 끝에 개헌의 필요성과 기본적인 방향을 내놓은 바 있다. 2014년에는 구체적인 헌법개정안을 조문형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촛불광장에서 터져 나온 국민의 분노가 본격적인 개헌논의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30년 동안 업데이트가 안됐다는 점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헌법은 1987년 개헌 이후 제자리에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30년 전 기준에 맞춰 운용될 수밖에 없고, 기본권 또한 인터넷도 없던 시절만큼 밖에 보장받지 못한다.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권위와 실질적 효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대적 상황에 맞도록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지난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75.4%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3명은 개헌에 찬성하는 것이다. 개헌 찬성 이유로는 ‘헌법을 개정한 지 30년이 지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찬성자 중 41.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사오입개헌이나 유신개헌 등 권력의 요구에 의한 개헌은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개헌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말한 것처럼 권력이나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이 아닌,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함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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