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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북압박 국제공조 강화 속, 북한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각

중국학자 “제재 다 풀어야만 북핵 막을 수 있어”
안보전문가 “핵에는 핵으로...제재압박은 더 강하고 정교하게 해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북한이 지난해 9월9일(선군절) 5차 핵실험을 한지 1년 만에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같은 달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5.7 규모의 인공지진이 감지된 이후 3시간쯤 지난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핵실험의 위력은 역대 실험 중에 가장 강하고, 특히 지난해 감행한 5차 실험보다도 최소 5배 이상 강력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북한의 도발 이후 약 열흘만인 9월12일(한국시간) UN안보리는 대북유류공급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 제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학자 “북한목적은 북미수교와 안전보장...북핵은 미국이 만든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2일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를 참석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우리정부와 국제사회가 대북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한술 더 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자체 핵무장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북미수교와 안전보장”이라고 해석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을 초래한 배경에는 미국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한일동맹이 중요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적, 전략적 적대관계인 북한이 필요했었다는 평가다. 


진 교수는 지난 9월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협력과 국회의 역할’ 세미나에서 “북한은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이 잘되지 않자 (미국과)평화협정체결, 자기안전보장을 목표로 핵을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은 북핵문제를 남북 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북미간의 문제로 북핵은 북한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도하고 파키스탄은 2~3년 만에 핵실험 끝냈는데 북한은 30년을 끌었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핵개발을 할 시간과 공간을 줬다는 건데 그 장본인은 미국”이라며 “미국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30년 동안 평화협정을 맺거나 안전보장을 해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한반도 긴장과 불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 교수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북을 겨냥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한일동맹과 주일미군이 필요한데 요구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관계개선이 됐다면 이 지역에 미국의 적이 없어져 (각국 동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어느 정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 30년을 끌었던 것이다. 한국이 북한이 바라는 북미간 평화협정을 맺어주거나 북한이 바라는 만큼 안전보장을 해줄 수는 없다. 결국 미국이 줘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건 없는 대북정책 필요...제재압박 다 풀어주는 것만이 북핵 해결의 유일한 길”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도발중단’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문 대통령도 유엔총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선뜻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며 “이 고비를 넘어서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한다면 그때는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에 선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한국이 먼저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 교수는 “지난 5월 말 북한에 가서 북한 학자들과 핵문제에 대해 토론하다가 ‘만약 한국이 전제조건 없이 미국을 설득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하거나 축소 혹은 잠정중지 한다면 당신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이냐’고 물었더니 백이면 백 한국이 먼저 (우호적인)행동을 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행동을 한다고 답했다”면서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정책을 보면 북한이 먼저 뭘 하면 어떻게 해주겠다는 식의 대북정책만 펼쳐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문재인정부의 최근 대북정책 기조나 베를린 선언도 똑같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지금 같은 대북정책은 (기대했던 정책이)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진 교수는 북한에 대한 선제조건 없이 모든 제재와 압박을 푸는 것만이 북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했다. 북한에 시장경제가 돌아가면 자연스레 핵에 대한 집착이 없어질 거라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북한은 지금처럼 제재압박 한다고 해서 절대 굴복 안한다. 점점 더 응집력만 강해지고 더 오래 버틸 것”이라며 “만약 지금 북한에 가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다 풀어주면 오히려 지금의 제재압박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고 북한 역시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핵문제를 풀려면 한국의 새 정부가 사즉생(死卽生), 즉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버릴 각오를 하고 결단을 내려야만 돌파구가 생긴다”며 “대통령직을 버리더라도 5·24조치를 해제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5월24일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천안함 피격 사건의 책임을 물어 내놓은 대북조치다. 이 조치에는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해역 운항 불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는 투자자산 점검방북을 허용하는 등 조치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지만 교역중단과 신규투자불허라는 핵심 골격은 유지되는 상태다.


‘김정은과 트럼프간 치킨게임이 되면서 국제사회는 제재압박을 늘리자고 하는데 풀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뭐냐’는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의 질문에 진 교수는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면 수령유일 지도체제에 대한 통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서로 개발과 장사에 나서면서 물류가 돌아가면 북핵과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수령유일 지도체제지만 북한사람들이 돈맛을 알게 되면 수령에 충성하지 않고 돈과 시장에 충성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대북)재제를 풀면 북한정권은 제재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당혹스러워 하면서 수령유일지도체제에 대한 통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면서 남한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보전문가 “北목적은 美목줄잡고 韓무력화 하는 것, 제재압박 더 강하고 정교하게 해야”

북핵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으로 안보전문가인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 강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하루 뒤인 지난 9월4일 국회에서 ‘북한의 핵 독점시대, 대한민국의 활로는?’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된 전 박사는 “북한의 핵전략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통해 미국의 목줄을 잡고,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하게끔 무력화시킨 후, 핵으로 대한민국을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압박해 궁극적으로 북한주도 남한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이나 자기안전보장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풀어야 한다는 진 교수의 주장과 판이하게 다른 대목이다.


그는 “그동안 대북제재의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찔끔찔끔 물 한 방울 떨어뜨리듯이 하면서 결국 흐지부지되는 식이였기 때문”이라며 “70~80년대 남아공은 인종차별정책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 당했었는데, 지금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유린, 인권범죄를 통틀어보면 과거 남아공 이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힘을 모아서 엄격하고 포괄적인 대북재제, 단순히 경제적인 제재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제재를 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기반을 와해시키기 위해 물자습득이 안되게끔 수출입통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년간 모든 정부 대북정책 실패, 이제는 전술핵재배치나 자체핵무장 할 때”

전 박사는 햇볕정책 등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짓고 앞으로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만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1년 9월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 감축선언에 따른 주한미군 전술핵의 일방적 철수, 같은 해 11월 한국의 자체핵무장 권한을 포기한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이 지난 26년간 4명의 미국대통령과 6명의 한국대통령이 추진했던 북핵 정책 실패의 단초역할을 했다”며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술핵이든, 자체핵무장이든 우리만의 핵카드를 쓰지 않는 이상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무기는 최대 수백㏏까지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말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15㏏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위력이다. 전술핵은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배치된 시기는 6·25전쟁 직후다. 당시 33만 여명의 주한미군은, 북한에 주둔했던 150만 여명의 중공군에 비해 수적 열세에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술핵을 들여왔다. 이후 1980년대 말경 미국과 소련 간에 ‘신데탕트’ 국면이 조성되면서 1991년 당시 조지 H. 부시 미국대통령이 핵무기 감축을 선언했고, 전술핵도 철수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해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고 미국은 해를 넘기기 전 모든 전술핵을 철수시켰다. 

전 박사는 “한 세대동안 대한민국이 추진했던 북핵정책과 대북전략은 건국이후 최대의 정책 실패이자 다시는 되풀이 되선 안 될 잘못된 정책유산”이라며 “정책실패에는 여야가 없다. 보수정부, 진보정부 모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일단 있는 전술핵을 들여와서 (북한에)맞대응 해야 한다”며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거부한다면 우리 스스로 자체핵무장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국제사회에 선포하고 그 방향으로 공론을 모아서 북핵문제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러한 불량 정권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북한과의 무역에 관계된 특정 거래를 알면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외국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재무부에 재량권을 주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못할 게 뭐 있냐”면서 대화를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조차 북한에 대한 선제조건 없이 모든 제재와 압박을 풀어야한다는 주장과, 전술핵을 들여와서 (북한에)맞대응 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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