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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M경제매거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국회에서 연이어 블록체인 관련 토론회, 규제 완화 ‘한 목소리’
정부는 여전히 ICO 규제 입장 고수…“암호화폐는 사기의 근원”
전문가들, ‘블록체인이냐, 암호화폐냐’ 이분법적 접근 곤란
효율적으로 규제하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함께 가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2018년 가을 대한민국 국회가 푹 빠진 분야가 있다. ‘블록체인’이다. 국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인 국정감사 시작(10월10일)을 앞두고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8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효과 ? 진화하는 J노믹스’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었고, 같은 날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도 ‘올바른 블록체인 산업정책환경, 무엇을 할 것 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10월11일에는 국회 최초로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 이하 GBPC)가 열렸다. 컨퍼런스에선 올해 초 ‘암호화폐’ 광풍에 놀란 정부가 블록체인 정책에 있어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블록체인 정책은 정부가 아닌 국회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활용은 우리가 분명 가야하는 길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어떤 비판과 대안이 나왔는지 살펴보자.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블록체인 정책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GBPC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세계 각국과의 정책 공조 결과다. 지난해 말부터 올 해 초까지 불어 닥친 ‘비트코인 광풍’이 지나간 뒤 국회는 3월 영국과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블록체인 기술 선진국을 방문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와 암호화폐의 활용에 대한 의회 간 글로벌 컨퍼런스를 제안했다. 준비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관·이원욱·조승래 의원, 자유한국당의 김세연·송희경 의원, 바른비래당의 정병국 의원과 유의동 의원 등이 맡았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기조발언에서 국회 블록체인 컨퍼런스의 취지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주 규제 완화와 정책 가이드라인 제시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정 의원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검증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며 “그러는 동안 암호통화가 자금세탁과 범죄자금 사용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국 정부의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치는 등 정부의 공통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과거에도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밀려올 때면 항상 기존 질서와의 충돌이 발생했지만, 역사의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갈등을 통해 변화의 흐름은 더 성숙해지고 사회는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기존 질서의 흐름 속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블록체인은 더 이상 거스를 수없는 흐름이자 눈앞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느냐가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국회는 관련법을 만들고 토론회를 수차례 열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블록체인 산업이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한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업들은 스위스·싱가포르 등 해외로 가서 ICO(암호화폐 공개)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외로 유출된 자본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는데, 정부는 벤처특별법 시행령개정을 추진해 블록체인과 암호통화업을 벤처 인증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블록체인 산업이 한국에서는 도박장이나 술집과 같은 대접을 받는 현실이다. 시대역행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암호화 자산 매매이나 중개업과 관련된 투기과열 현상과 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 불법 행위의 위험성 등을 문제로 들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신기술과 신산업은 양면성이 있는데 두려움으로 이를 막는다면 위기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갖고 발상의 전환을 하면 기회가 된다”며 “대한민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법을 다루는 사람들 이 기술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내줘야 한다. 변화와 책임이 두려워서 아무 길도 가지 못한다면 인류문명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정책…기본 개념 정의부터 시작

 

컨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우선 용어에서 기존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를 ‘디지털 자산’(Dital Asset)로 통칭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암호통화’, ‘암호화폐’,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 자산’ 등 통일되지 않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또 앞에 ‘가상’이라는 말을 붙일 것인지 아니면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것만 인정해 ‘암호’라는 말을 붙일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또 뒤에 두 단어의 성격을 결정할 때 화폐의 성격인지, 그것보다 더 넓은 통화의 성격인지 논란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용어에 대한 논란을 넘어 좀 더 큰 틀로 제도권 안착을 위해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세계최초 비트코인 취급 라이센스인 ‘비트라이센스’를 뉴욕주로부터 받은 국내 최대 거래소 비트페이는 최근 오픈한 서비스에 ‘Currency’(통화)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Asset)’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ICO정책 도입 원칙을 제시했다. 참여자 보호 규정과 디지털 자산의 성격, 펀딩 형태에 따라서 차별화된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거래소 운영과 관련해 등록 신청과 자격 및 의무를 뒀고, 고객확인, 의심거래 보호, 고액 현금거래 보호 등을 의무화했다. 자금 세탁 방지 및 해외자금 조달 방지, 해킹 방지 불법 거래 및 가격 조장 행위 방지를 위한 감시 시스템을 의무화 할 것도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부분에 있어서는 각국의 제도와 환경을 고려해 각국이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특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제주도가 ‘블록체인·암호화폐 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며, 정 의원 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해당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 권한을 제주도에 위임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제주도가 합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책을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원은 “오늘 컨퍼런스에서 함께 나눈 의견을 구체화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아직도 반대 입장 고수

 

10월11일 국회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문했지만 금융당국은 하루 만에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0월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관련 규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암호자산의 성격이 불확실한 측면이 있고, 국제적으로도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정부가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통화는 사기의 근원’이라는 말과 함께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최 위원장은 10월15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통화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가상통화는 사기의 근원’이라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국제금융계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최 위원장은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겠지만 저명한 경제학자인 루비니 교수의 경우 ‘가상통화는 모든 사기의 근원’, ‘가상통화는 종말로 들어섰다’고 말하는 등 ICO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대부분 사람들이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만 주목하는데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 다. 해외에서도 찬반이 분분하기에 한쪽 입장만 들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선 10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 “정부도 블록체인 산업의 유망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가상통화 취급업과 블록체인 산업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많은 분이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ICO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피해는 너무 심각하다. 해외에서도 ICO에 대해선 보수적이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생각할 수 있나

 

최 위원장의 말처럼 정부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해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가상화폐는 규제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10월11일 국회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효율적이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규제를 하되 지금처럼 전면금지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산드라 로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최고경영자는 “블록체인은 좋고 가상화페가 나쁘다는 논의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며 “분명히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발전이 없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했다.

 

산드라 로 는 “블록체인은 좋고 가상화페는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왜 그런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며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데 ICO를 규제하면 결국 음지로 들어갈 것이다. 이런 경우 입법자들이 ICO를 양지로 끌어들여야 하는 중요성은 잘 알 것이다. 효율적인 규제가 중요하다. 전면적으로 금지하면 결국 음지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츠다이라 코이치 일본 중의회 의원은 “일본에서는 주로 자금조달을 주식으로 했는데 유가증권신청서 작성하는 등 그 과정에서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다”며 “ICO 경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번잡한 절차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기와 같은 부분에 대해선 우려가 있지만 결국 자금 조달이라는 신뢰가 쌓여있다.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하고 공평한 규제라면 크게 찬성한다”고 했다.

 

우선 규제프리존과 같은 방식으로 실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는 수정·보완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카타니 카즈마 일본 중의원 의원은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가상통화를 포함한 블록체인을 함께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어떤 도전을 하든지 실패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에 과연 무엇을 만들 것인가 하는 전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의원은 “일본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법안이 가결돼 실증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실증을 통해 경험을 쌓아 어떻게 블록체인을 육성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에서 블록체인은 육성하나 가상화폐는 규제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며 “기본적으로 블록체인·가상화폐가 갖는 특성은 암호성이나 평등성이다. 다른 것과 달리 보상성이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리해서 이야기 하는 건 근본적으로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정 의원은 “지금의 태도는 정부 관계자들의 관료주의적 책임 회피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어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새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면 가장 크게 저항 하는 건 새로운 기술로 손해를 보는 기득권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규제프리존이라도 만들어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오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도민들이나 도지사가 적극적인 제주도를 규제프리존 지역으로 정해서 실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제이슨 수 대만 국회의원은 현 정부의 입장에 대해 “좋은 접근방식”이라고 했다. 대만의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리움 공동창립자)로 불리는 제이슨 수 의원은 “입법부나 정부는 가상화폐와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좋다”며 “블록체인은 발전을 가져오는 기술이지만 2017년 170개의 ICO가 진행되는 등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봤을 때 투기적인 열성이 집중되는 것은 걱정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뜨거운 시장이나 여러 가지 기대치를 어떻게 안정화 시킬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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