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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M경제매거진]‘사립유치원 비리‘…“8할은 교육당국이 키웠다”

허술한 법·제도 그대로 방치…지난해 ‘보육대란’ 때도 제도 보완 안 해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말로만 되는 거 아니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교비유용 등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사립유치원 비리’ 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아이들 교육’을 명목으로 나라와 학부모에게 돈을 받아 놓고, 그 돈을 명품가방, 심지어 성인용품 구입에 썼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했고, 법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관리·감독을 게을리 해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과 국회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사립유치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짐에 따라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정치권도 제도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각 당의 입장을 담은 내용인 만큼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5살 아들을 둔 김가윤 씨(가명)는 요즘 사립유치원에 대한 뉴스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립유치원이 언제 폐원이나 모집중단, 집단휴업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의 가장 큰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폐원이나 모집중단, 집단 휴원은 유치원 원장 각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고, 아들이 지금 다니는 유치원도 내년도 원아모집 신청을 받는 등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와 같은 고민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통된 고민이다. 국공립유치원을 보내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국의 유치원상황을 보면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달 14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국공립유치원 수(4월1일 기준)는 전년대비 54곳(0.6%p) 늘어난 4,801곳이었다. 이는 전체 유치원 수의 53.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취원율은 25.5%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서 전체 유치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지만, 이곳에 다닐 수 있는 원아는 전체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는 곧 우리나라 유치원 원아들의 약 75%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병설유치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801곳의 국공립유치원 중 단설유치원은 384곳 뿐이다. 단설유치원은 독립된 유치원 건물에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 공무원이 원장을 맡지만,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안에 유치원이 갖춰져 있어 초등학교와 같은 건물을 쓰고, 초등학교 교장이 유치원 원장을 겸임한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보통 병설유치원은 규모가 작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된 이후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내놓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사립유치원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약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교육부가 내놓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폐원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이 더 나올 수도 있다. 벌써부터 사립유치원 원장들 사이에서는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운영이 어려워질 테니 차라리 벌금 3,000만원을 내고 폐원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립유치원 비리’ 법·제도·관리의 허점 탓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사립유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있으나 궁극적인 책임은 교육 당국과 지자체, 그리고 관련법을 제대로 제정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 우리 법에서는 유치원을 ‘학교’로 보고 있지만, 유치원의 관리·감독 등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제도를 허술하게 설계해 놓고 관리·감독마저 부실하게 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지난 10월3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유치원은 교육기본법(구 교육법) 시행 당시부터 ‘학교’로 설치된 것”이라면서 “유치원 자체는 비영리와 공공성을 본질로, 교육기본법과 사립학교법의 규율을 받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치원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과정이고 공교육 과정으로 제도화돼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관리·운영의 공공성, 투명성의 책임이 단지 유치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청과 교육 당국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학교’로서 정기적인 공공감사의 대상이고 감사원 감사 외에 공공감사법에 따른 관할 교육부 및 교육청의 자체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교비회계와 법인회계, 사인(私人)인 경우 교비회계와 개인 영역이 완전히 구분돼 회계 사항을 포함한 경영사항 일체를 투명성 있게 관리하도록 관할청이 지도·감독·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을 통해 이를 시정해야 할 법률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지위에도 유치원, 특히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13~2017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기종합감사와 특정감사를 모두 포함해 이 기간 감사를 한 번이라도 받은 유치원은 총 2,576곳(국공립유치원 620곳, 사립유치원 1,956곳)이었다. 이는 국공립유치원의 12.9%, 사립유치원의 46.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말은 5년 동안 감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유치원이 국공립은 87.1%, 사립은 53.6%에 달한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교육 당국과 관할청이 유치원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다.

 

이 변호사는 “감사를 받은 유치원 중 처분을 받은 비율을 보면 사립유치원은 그 비율이 무려 91.6%에 달해 사립유치원의 대부분에서 회계 부정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실정”이라면서 “사립유치원 설치·경영자의 유치원이 비영리 공공기관이자, 학교라는 점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교육 당국의 유치원에 대한 공교육 기관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학교라면 이랬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서 인력 부족 등 인프라 미비도 지적됐다. 이 변호사는 “교육부 소관부서가 유아교육정책과인데, 과장 1명과 과원 17명 중 유치원 담당이 4명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교육부는 그 자체로 유치원 현장을 감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5개 시·도 교육청조차도 감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교육청은 유아교육과가 주무부서인데, 직원 16명 중 유치원 전담자는 없고, 관련 업무로 평가될 수 있는 4~5명 정도가 10여개의 임무 중 하나를 담당하는 정도라 (현장에) 나올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사립유치원 비리’ 8할은 교육당국이 키워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비리유치원의 8할은 교육당국이 키웠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 당국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인식을 지적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감사 적발 유치원 명단 공개 요구가 거부되자 올해 5월30일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들에 따르면 7월5일경 교육부는 이 건과 관련해 업무담당자협의회를 열어 서울고등검찰청 송무과와 정부 법무공단의 ‘비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공유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은 아직도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조 공동대표는 “이번 종합대책에 유치원에서 집단적으로 파행하거나 태업을 하거나 휴원을 했을 경우 운영개시명령권을 법·제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이미 작년 9월 휴원을 예고했다가 철회했다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강력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었다”며 “이미 1년 전에 도입이 됐었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그랬다면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학부모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시 맞닥드리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조 대표는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차원에서 진행됐던 각종 행사를 한유총이 집단적으로 무력화하고 파행시켰던 일들이 있었는데, 누구도 공권력을 투입하거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재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명백히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동들과 학부모들의 공익이 침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7월25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4차 세미나’ 현장에서 버스를 대절해 동원한 인원으로 행사장을 점거하고 설명회를 파행시킨 한유총 회원들은 ‘어차피 워킹맘은 아이들이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우리 편이다. 뭐든 우리 뜻대로 되게 돼 있다’거나 ‘장학관을 조지러 가자’ 등의 모욕적인 발언들이 서슴지 않게 쏟아냈었다”고 비판했다. 작년 9월경 이어진 집단 휴업 당시에도, 최근 촉발된 비리 유치원 사태에서도 가장 민감했던 사안은 ‘집단 휴원’ 또는 ‘집단 폐업’으로 인한 ‘유아교육 대란’ 가능성이었다고 주장한 조 대표는 “원아 수 기준 75% 가량을 사립유치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현실과 이런 대국민적 겁박에 적당히 타협하며 직무를 유기해 온 교육 당국으로 인해 오늘날의 사태가 촉발됐다”고 일갈했다.

 

 

학교로 생각 않고, 사업자로 생각해 방치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 부분도 지적됐다. 유치원을 법적으로 ‘학교’로 보면서도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적용하지 않고, 사립유치원에게 원비 결정의 자율성을 준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무상교육·보육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자녀는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 낮은 교육을 받는 피해를 보게 됐다.

 

이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국공립과 사립을 구분, 유치원의 설립·경영자로 하여금 유치원비를 달리 정할 수 있게(직접 3년 평균 물가상승률로 인상률 상한) 했다”면서 “유아교육법 제19조의7에 국공립유치원에만 유치원 회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 마치 사립유치원에는 회계를 별도로 두지 않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면서 “사립유치원은 학교회계라고 해놓고, 교육청이나 교육 당국은 전혀 관리를 안 했다는 것이다. 학교로 생각하지 않고 사업자 정도로 생각해온 것이 수십 년 간의 관행이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립유치원별로 별도의 학부모 부담금 20만원 내외를부담하고 있는 실정이고, 일부 유치원은 특성화 활동비를 포함해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며 “결국 유치원 재원 아동을 기준으로 현재 17만2,000명은 무상유아교육을 받고 있고, 사립유치원 재원 아동 50만4,000명은 ‘유치원비 일부 국고지원 유상 유아교육’을 받으며 연간 유아 1인당 최소 400만원을 부담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국공립유치원보다 낮은 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제2조에 ‘학교’라고 명시돼 있으나 재산세,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하는 개인사업자의 속성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며 “유치원을 ‘학교’로 규정했으면 ‘학교’로서 기능하도록 법·제도를 일찍부터 정비했어야 했다”며 “가까운 나라 일본은 1970~1980년대 5년 내 법인화 조건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해 현재는 사립 법인이 거의 99%”라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선방향 ①- 투명한 회계 처리

 

전문가들은 법·제도 미비와 회계처리 관련해 외부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도록 ‘에듀파인’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리과정 지원금의 유치원·어린이집 전달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학부모가 유치원·어린이집의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돈이 아이들의 교육·보육에 온전히 쓰일 것이라는 기대 혹은 그것을 위한 목적성을 갖는 만큼 이를 보조금으로 전환해 용도를 규정하고 정부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는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이 변호사는 “현행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의 보호자에 대한 무상유아교육비용 지원(바우처 방식)에 따른 학부모의 아이행복카드를 이용한 유치원비 지급에 관해 대법원은 일관되게 이용료이지 보조금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면서 “이는 전자바우처 방식의 사회서비스가 국가가 이용자의 바우처 카드에 연계된 가상계좌에 입금되는 모든 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리가 돼 이를 법리적으로 뒤집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을 폐지하고 유치원에 직접 보조하는 것으로 법률을 개정, 목적 외 사용 시 보조금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법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서비스 이용권을 발급해 준 다음 보호자가 이를 어린이집에 제시하고 결제한 보육료를 부담하는 경우 이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육서비스 이용권으로 결제한 보육료를 교부받은 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아니라 영유아 보호자”라면서 “어린이집 운영자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보호자가 제시하는 보육서비스 이용권으로 보육료를 결제받는 과정에 거짓이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 개입돼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린이집 운영자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로 보아 그에게 보조금의 반환 명령이나 어린이집의 운영정지 또는 폐쇄를 명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을 받은 주체는 유치원·어린이집이 아니라 학부모고, 이것은 이용료를 제공하는 대가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조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에 대해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지원금이라고 하면 바우처 제도로 아이 1인당 지원을 하게 되는데, 보조금으로 하면 인건비와 운영비를 기관에 지원하는 형태가 된다”며 “지금은 횡령의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보조금 전환이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립유치원이 원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 부분에 대한 시정도 요구됐다. 이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표준유아교육비와 별개의 유치원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무상유아교육에 정면으로 반하는 모순”이라면서 “1차적으로 표준 유아교육비를 기초로 해 법인 유치원비와 국공립유치원비를 일원화하는 작업과 함께 운영에 필요한 부족분은 국공립에 준해 법인 유치원에 보조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선방향 ② - 공공관리체계의 전면적 구축

 

이와 함께 교육 당국 및 관할 교육청 등 공공에 의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만큼 교육청이나 일선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자체 감사기구 직제를 마련하고 인력을 대폭 충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는 1930년대 스웨덴이 범국가 차원에서 도입한 공보육 정책의 캐치프레이즈이고 현 정부가 정책 기조로 채택한 것이기도 하다”며 “누리과정 유아교육이 국가 책임하의 공교육이고,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을 그것이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공교육을 수행하는 ‘학교’임을 법률과 제도, 공공관리체계를 통해 분명해 해야 할 것이다. ‘공공성’은 공적·사회적 연대와 감시의 틀에서 실천되는 것이며 재정과 인력이 소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공립유치원과 정원 20명 이상의 사립유치원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운영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시적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나왔다. 박 부연구위원은 “유치원 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공식적 참여통로로, 유치원 운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자문 또는 심의해 유치원 운영의 민주성, 합리성, 투명성을 제고하고, 유치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공적 기재”라면서 “의사결정권과 사립유치원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자문기구 내지는 심의기구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실 공동대표는 “결정적으로 현장 감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현장 당사자들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영위원회 제도를 부분적으로 개선하고, 무엇보다 시민 감사관제와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부모는 한 해 동안 아이들이 얼마만큼의 간식을 먹었고, 어느 정도의 교구가 지출됐는지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면서 “굳이 수많은 감사관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운용위원회나 학부모를 위원으로 하는 시민감사관제 도입 의무화가 선행돼야 여러 감시체제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치원 알리미’를 통한 유치원 정보공개의 내실화도 요구됐다. 박 부연구위원은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서 부모들이 평가 하나만 봐도 이 유치원이 어떤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회계, 장학지도, 평가 등이 다 따로 있어 실제 내용을 알기 어려워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공동대표는 “국무조정실 감사로 적발된 유치원 54개소에 대해 일일이 ‘유치원 알리미’에 들어가 공개된 자료를 확인했더니 단 한군데도 감사적발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관련법에서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원에게 부여하고, 바로 감사나 지도점검을 받았던 내용이 연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시정명령을 내렸을 때 바로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급식비리와 같은 안전과 직결되는 경우라도 공시의무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국무조정실 주도 감사로 실효성 높여야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거성 전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은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국공립유치원의 3배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인적·물적 자원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개선해서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또 다른 떳떳한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사관은 “이미 상당수 유치원들이 감사를 받고 사소한 잘못까지 드러난 마당에 특정감사를 중단한다면 전수감사를 요구했던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소규모로 수십 년 유아교육에 헌신·봉사·희생한 많은 원장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이는 필수적”이라며 “심각한 비리가 제보됐거나 기업형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한 대규모 유치원 등에 대해 조사권한이 없는 교육청에만 감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사립유치원 일각의 비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조절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을 확장해 교육청, 도청 등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기관과 합동으로 전국 사립유치원들을 대상으로 2년 기한으로 속도 있는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재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거래업체에 송금했다고 영수증은 구비돼있는데, 실제로 거래업체에 송금이 된 것인지, 원장 명의의 다른 통장이나 원장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계좌 추적이 필요하지만, 교육청에는 그런 권한이 없다. 교육청에도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감사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의 합동감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전 감사관은 “실제 감사과정에서 보면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의 대가를 받고 이른바 ‘회계 관리사’들을 동원, 서류를 위·변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폐업했거나 가공의 사업자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면 진다”면서 “이런 것들을 찾는데 있어 국세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감사 과정에서 국세청이 함께 하면 세금을 탈루한 부분에 대한 추징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청은 한 유치원 감사 과정에서 3억원 규모의 세금 탈루를 확인, 이를 납부도록 했고, 2015~2017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에서는 탈세 혐의를 발견해 국세청에 통보한 금액만 253억 원에 달했다. 그는 “우리가 감사를 왜 하느냐. 원아들, 학부모들, 교사들, 납세자들, 국민들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계산서가 실제 내용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강제 권한도 없고 계좌를 볼 수도 없는 등 이것을 꼭 어렵게 해야 하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 합동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선방향 ③ - 국공립유치원 확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자녀들을 유치원에 맡길 수 있고 완전한 무상교육·보육 달성 차원에서도 국공립유치원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를 통해 원장 개인에 의한 유치원 운영이 아닌 이사회에 의한 운영으로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도 논의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국공립유치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사립유치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인화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5~10년 동안 줬던 일본식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개인이 설립하는 사립유치원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비법인 사립유치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유아교육법 제7조 제3호는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설립된 사립유치원은 인정하되 학교로서의 운영권과 함께 이를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학교법인과 같은 법인이나 공공에게만 매각을 허용하는 것이 되므로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는 거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유총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자”

 

한편,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정치권과 교육 당국의 대책 발표에 한유총은 “충격과 경악”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반발했다. 10월25일 교육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확정, ▲유아의 학습권 보장(학습권 피해 우려 상황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및 일반적 폐원 통보시 운영개시 명령) ▲국공립유치원 확대(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 및 사립유치원 법인화) ▲유치원 관리·감독 강화(감사결과 공개 및 교육부·교육청 내 전담팀 운영) ▲학부모 참여 강화(유치원 운영위원회 기능 강화 및 정보공개 내실화) ▲투명한 회계 운영(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및 누리과정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 ▲사립유치원 교육의 질 개선(설립자·원장 자격 기준 강화) 등 6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사유재산으로 사립유치원의 땅과 건물을 일구고, 수십 년 간 유아교육에 헌신했던 설립자들과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유아교육을 하는 개인사업자’라고 표현했다.

 

또한 ‘박용진 3법’에 대해서는 지난달 11일 ‘박용진 3법에 대한 수정요구안(이하 자료)’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만들어 여야 의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치원 경영자 횡령죄 객체로 만들려 해 ‘박용진 3법’은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 의무화 ▲유치원의 셀프 징계 차단 ▲횡령죄 적용 가능하도록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 ▲유치원 급식을 안전하게 하는 것 등 4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유총은 자료를 통해 “교육은 공적인 영역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 설립자의 개인사업이자 사유재산인 측면도 있다”며 “학교법인과 국공립유치원은 설립과 운영이 기본적으로 국가 보조금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사립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설립자 개인의 자산으로 설립되고, 운영에 있어서 국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학부모가 납부한 원비로 운영되고 이 원비는 납부받음으로써 일단 경영자의 소유가 된다”면서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기는 하나 보조금이나 사용자부담금처럼 용도가 한정돼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에 대해서도“유아교육법 제2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무상보육의 취지는 국가가 유치원 사업을 재정상 원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헌법 및 교육기본법상 유아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개정안의 내용은 무상교육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오로지 유치원 경영자를 횡령죄의 객체로 만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경제 자유·사유재산 침해

 

한유총은 지난달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1회의실에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정책 토론회를 주관하고 반격에 나섰다.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추진을 경제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유재산권을 찬탈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발제를 맡은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지금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는 헌법에 명시된 경제 자유와 개인 재산권 보호를 침해하는 정책”이라면서 “이는 유치원이란 국부적인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백을 샀다’라는 한 문장은 대중의 흥분을 유도하고 분노하게 하는데 효과적이었고 완벽했다”며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여러 가지 내역 중에서도 ‘명품 백’과 ‘성인용품’이라는 자극적인 사례를 부각시켜 ‘부도덕한 집단을 응징해야 한다’는 다수의 광분을 쉽게 이끌어내고 있다. 다음 단계는 실질적인 국유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게 한 문장만 달라. 어떤 사람도 망가지게 할 수 있다’고 말한 독일 나치의 선전장이었던 괴벨스의 말을 들며 “섬뜩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현 전 원장은 “동네병원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100원 받고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200원을 받아 모두 300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200원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보고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장관들, 공무원들이 받는 돈도 전부 정부 돈 아닌가? 장관은 정부 돈 받아서 명품 백 사면 안 되나?”라며 “학부모 지원금에는 지출용도가 규정돼 있지 않다. 그래서 명품백을 산 사립유치원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학부모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 감사 권한을 강화하도록 한 박용진 의원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현 전 원장은 “유아가정을 지원하는 ‘학부모 지원금’이 ‘유치원 보조금’이 되는 순간 민간시설은 실질적으로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다”면서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거대한 정부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과정일 뿐이다. 어린이집도 사립유치원과 똑같은 재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마녀사냥식 국유화 전략’은 어린이집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렇게 민간영역이 하나씩 정부의 틀 속에 갇히고 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위한 법률 개정, 연내 처리 가능할까?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사회의 갈등을 조절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이 불투명해졌다. 국민적 공분을 산 문제고, 사립유치원 개혁 필요성에 대해 여야 공히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비교적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박용진 3법’의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는 지연됐고, ‘공공부분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했기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박용진 3법’의 법안심사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어딘가로 부터 압력, 로비를 받았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분들(자유한국당)이 하시는 말씀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쪽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 경기로 치면 침대 축구, 시간 끌기, 경기 시간 끌기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국민 여론이 잦아들고 국민적 관심이 좀 사그라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교육위원들은 박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고,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때리면 맞겠다. 한국당이 12월 초에 발의 예정이라는, 아직 있지도 않는 법안과의 병합심사를 위해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며 법안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여야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연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1일 발표된 국회 정상화 여야 합의문을 보면 ‘윤창호법, 사립유치원법 등 민생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는 항목이 있다. ‘박용진 3법’이 아니라 ‘사립유치원법’이다. 합의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박용진 3법’을 넣자고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자신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요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홍 원내대표는 여기에 ‘박용진 3법’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지만, 각 당의 법안을 병합심사하면 당초의 취지와 논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지원금을 구분하는 별도의 회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설립비용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재산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유총의 주장을 반영한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3법’의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합의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논의가 길러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둘러싼 법률 개정안의 처리는 연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게 됐다. 박 의원은 계속 지연되는 법안심사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박용진 3법’은 자유한국당에 발목 잡혀 법안 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간절히 호소한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법을 핑계로 ‘박용진 3법’의 발목을 잡지 말아달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매는 제가 얼마든지 맞겠다. 제발 ‘박용진 3법’ 통과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유총에 대해서는 “‘박용진 3법’은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이 엉뚱한 데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사유재산의 ‘ㅅ’자도 국가 헌납의 ‘ㅎ’자도 없다”면서 “비리를 저지른 일부 유치원을 보호할 때가 아니라 한유총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다. 교육자다운 현명한 지혜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걸 증명할 때

 

유아교육의 한 축으로서 개인의 재산으로 토지와 건물, 각종 시설 등을 구비했고, 어느 정도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띠고 지금까지 운영돼 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유총의 ‘사유재산권 보장’ 요구가 아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에 쓰여야 할 교비를 마치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만 수십 년 방치됐던 문제였던 만큼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교육 당국과 관련 공무원들이 좀 더 일찍 의지를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절실하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말이 그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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