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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노동인구 최대 50% 실업자 전락…기본소득 등 장기전략 마련해야”

- 제롬 글렌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 “4차 산업혁명, 과거와 다르다”
- 수천년 바둑 패러다임 바꾼 ‘알파고’…“AI, 인류 삶을 근본부터 바꿀 것”
- 정치·경제적 소요 가능성…거대기업·테러조직에 세계질서 위협 가능성↑
- 기본소득·STEM 교육 강화 및 범용 AI 도입, 인류 자아실현에 도움
- 초 AI, 국제기구 통해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비관적 시각으로 낙관적 전망”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정보통신 기술(ICT) 간 융·복합으로 정의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이를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소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꼽으라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빼놓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하게 될 수많은 기술 중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달은 향후 인간의 삶을 근본부터 바꿀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인간과 대립하는 수준까지 갈지 아니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걸음마 단계인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달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관련해서 제롬 글렌 미국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은 AI의 핵무기와 같은 파급력과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미리 준비하면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6년 역사에 남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y Limite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이다.

 

‘알파고’는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의 공개 대국에서 4 대 1 승리를 거둬 바둑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전에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십(EGC)에서 3차례 우승한 프랑스의 판 후이(Fan Hui) 2단과의 5번기에서 모두 승리해 접바둑(수가 낮은 사람이 미리 화점에 두점 이상 놓고 두는 바둑) 없이 맞바둑으로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최초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됐고,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인 2017년 5월에는 당시 바둑 세계 랭킹 1위였던 커제(柯洁) 9단과의 3번기 공개 대국에서 중국 대표 5인과의 상담기(相談棋, 단체전)에서도 모두 승리를 거뒀다.

 

게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처음은 아니지만, 바둑은 그 전개가 다양해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했던 종목이었다. 그런데 알파고가 바둑에서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들과의 대결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둠에 따라 바둑계는 수천년간 이어진 기존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수천년간 이어져 온 바둑계의 패러다임을 개발된 지 불과 3~4년밖에 안 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바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의 발달은 사회적 패러다임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ICT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기능을 갖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을 질병 진단 및 건강관리, 신약개발, 기후변화예측, 무인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개인비서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해 미래의 다양한 핵심 서비스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변화시킨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협의 AI·범용 AI·초 AI

 

제롬 글렌(Jerome Glenn) 밀레니엄 프로젝트(Millennium Project) 회장은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제대로 적응할 시간도 없이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화된 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교육을 통한 창의력 및 지능 향상을 교육의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최종 발달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초인공지능(Super AI)’은 “핵무기와 같은 위험성과 파급력이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렌 회장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로, 1996년 정부, UN, NGO, 기업, 대학 등과 함께 인류의 더 나은 미래 건설을 위한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공동 창업, 현재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 변화, 인구와 자원 등 15개의 미래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 등장하거나 발생하게 될 기술, 현상에 대해 연구한다는 의미의 ‘퓨쳐링(Futuring)’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글렌 회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협의(Narrow) ▲범용(General) ▲초(Super)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협의의 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은 사람의 신경망처럼 짜인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가 학습, 단일 업무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으로, ‘알파고’가 이에 해당한다. ‘범용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와 비슷한 것으로, 차량 운전, 암 진단, 약속잡기 등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는다. 또한 다양한 협의의 인공지능을 하나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고, 공공 플랫폼을 통해 공유가 가능해 점점 더 똑똑해질 수 있다.

 

글렌 회장은 “사람들은 보통 협의의 인공지능과 범용 인공지능을 헛갈린다. 협의의 인공지능과 범용 인공지능을 비교하는 것은 개의 뇌와 사람의 뇌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면서 “협의의 인공지능이 범용 인공지능 수준으로 발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없지만, 10~15년 후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초인공지능’은 독자적으로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글렌 회장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초인공지능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며 “인공지능이 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면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혁명,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번에는 다르다”

 

글렌 회장은 과거의 경제 혁명은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 사회에서는 ▲NT(Next Technology, 차세대 기술) 간 세계화, 상호작용, 시너지 등으로 ▲기술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돼 ▲개인이나 문화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데이터 베이스와 인터넷 프로토콜의 표준화로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된 기술 전송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인터넷)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배울 수 있고, 심지어 더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NT는 기존의 ICT의 융·복합 및 그것을 뛰어넘어 새롭게 등장하게 될 기술로,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양자컴퓨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례로 합성생물학은 전에 없던 새로운 생물종·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글렌 회장은 “여러분들의 조부모, 부모 세대를 생각해본다면 기술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술이 융합되고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며 “기술 변화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사회가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인간보다 일을 잘하는 기계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적응할 시간은 더 없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 경제에서 부(富)의 집중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소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또한 자본과 기술에 대한 투자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노동력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많아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여기에 기술 투자로 등장하게 되는 미래 기술이 점차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장기적으로 ‘구조적 실업’은 일상(Business as usual)’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익숙(?)하기까지 하다.

 

글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부가 집중되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고용이 유발되지 않는 경제성장이 새로운 정상, 뉴노멀이 되고 있다”면서 “자본과 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노동에 대한 것보다 높고, 미래 기술이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실업이 우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대응 못 하면 ‘정치·경제적 소요’ 불가피

 

글렌 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을 ▲혼합가방(Mixed Bag) ▲정치·경제적 소요(騷擾, Turmoil) ▲자아실현 경제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혼합가방’ 시나리오는 “지식·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어리석음이 섞여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진보된 기술은 불규칙적으로 적용되고, 바이오기술 산업에서 고용은 증가하지만, 정부가 장기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한 부분에서는 대량실업이 발생한다. 또한 거대 기업(Giant Corporation)이 등장하고, 이들은 2050년 정도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소요’ 시나리오다. 정치적 분쟁으로 인한 정치의 부재 내지 정체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치적·경제적·환경적 이유로 글로벌 이주가 빈번해지고, 민족·인종 갈등이 급증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인간이 미래 기술의 빠른 발전과 인공지능 발달, 특히 범용 인공지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정부에게는 대량실업 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부재하고, 실업은 2030년 폭발해 2050년 정치적 소요로 이어지게 된다.

 

글렌 회장은 “협의의 인공지능만으로도 많은 실업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완전히 보편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적응할 기회가 있다”면서 “하지만 범용 인공지능은 다르다. 새로운 단계로 완전히 전환되는 것인데, 많은 나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범용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실업이 10%에서 거의 50%로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 대해 정부가 대응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스템이 사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예산이나 군비를 넘어서는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Mega Corporation)이나 거대 범죄·테러조직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범죄·테러조직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인재나 NT(Next Technologies)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세계질서는 이들에 의해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다가 모든 것이 정보, 데이터 기반인 사회에서 정보전쟁까지 일어나게 되면 상대방을 신뢰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 돼 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는 환상(Illusion) 속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류의 자아실현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두 번째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그것인데, 인류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장기적인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대응책을 미리 마련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부는 범용 인공지능이 가져올 충격을 충분히 예상해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확장적 연구를 시행했고, 교육에 인공지능이 적용돼 인류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 교육 목표가 된다.

 

글렌 회장은 “범용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충분한 연구를 하는 등 범용 인공지능의 대응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고, STEM 교육 강화와 교육에 범용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자아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자는 동안 인공지능 아바타가 대신 일해 내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교육에 도입된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지능을 향상시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증강 천재’들을 수백만명 길러낼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미래가 가능하려면 협의·범용 인공지능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만들고, 이를 강제할 힘을 가진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렌 회장은 “초인공지능은 핵무기만큼 위험하고 파급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IAEA나 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국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강제하는 등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거버넌스 시스템이나 기준을 너무 초기에 시작하면 인공지능 발전을 저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본 소득에 대해서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인한 전 세계 인구의 실업은 결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며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경제, 문화, 사회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서 확장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

 

글렌 회장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상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되,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만드는 이유는 정확성보다는 ‘이런 것을 지금 하지 않으면 향후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와 같은 것”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잃고 있는 부분들이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모든 데이터를 보면 우리가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비관이라는 양념이 더해지면 시나리오의 유용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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