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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두칼럼> 규제혁파에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지금 4차산업혁명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세계경제의 구조와 생산 및 유통, 그리고 소비까지도 바꾸고 있다. 기존 산업에 대한 크고 작은 4차혁명의 충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런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해 기존 산업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얼마만큼 혁파해나가는가에 따라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엔 나라의 입지가 크게 차이가 날 것 같다. 지금 우리의 더디기만 하는 규제혁파 모습을 보면서 10년 후 나라의 운명을 상상하노라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미국은 4차 기술혁명의 발상지인데도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앞장서서 기존 규제를 벗어던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댈러스의 교포 기업 경영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미국 경제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혁신 선진국이니 우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고, 일본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굵직한 경제대국들도 규제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걷어내고 있는 판이어서 5년 후엔 한국경제를 모든 부문에서 추월할 거란 얘기도 들린다.

 

말로는 규제개혁, 실상은 규제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정부와 국회는 말로만 규제개혁을 하거나 오히려 규제를 만들어내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거기에다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이 결사적으로 규제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타다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타다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검찰이 불법 택시영업이라며 기소해 문제가 법원으로도 넘어갔다.

 

타다 사태의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타다 사업자라고 보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타다가 뛰어든 시장은 수만 명이 생계로 먹고 사는 곳이다. 택시 운전자들은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인프라이자 직업의 사슬로 보면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절박한 생계 시장에 들어가려면 신기술과 새로운 모델로는 부족할 것 같았는데, 여럿 자살자들이 나타나고 저항이 수그러지지 않는다. 중재를 맡아야 할 정부와 여당이 왜 시간을 끌며 머뭇거렸는가.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선거와 표를 의식하여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동이 벌어지고 결국 재판에 소송을 하고 재판부는 양쪽 당사자와 정부, 공공의 이익,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장고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공유 택시 문제는 아직 세계 곳곳에서 도입 안 된 곳들도 많고, 행정부들의 중재 기피로 소송 중인 곳도 있다. 정부는 타다 문제를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외국에서 곧 들어오거나 다른 국내기업들이 재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싸우면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싸우는 대로 놔두면 양쪽은 다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중재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쉽게 해결될 것 같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암 집단발병 참사도 행정기관이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초기에 적극 나섰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관할 책임을 하나의 행정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여러 기관이 크로스로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 하부 기관이 소홀히 취급할 경우 직속 상부기관 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중복 관할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민원이 관계기관들의 묵살 혹은 책임 떠넘기기로 방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차 혁명기술, 일자리와 직업판도 변화 수반

 

각 당이 총선 체제에 들어서는 모양이다. 정부와 여당은 인기정책으로 다수의 박수만을 받기를 바라고 규제개혁이란 난제를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 4차 혁명기술은 시장에 영향을 미쳐 결국 일자리와 직업 판도에 변화를 수반한다. 4차 혁명기술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타다와 같이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등장해 당장 기존 일자리를 빼앗는 경우다.

 

또 하나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기술을 4차 혁명기술로 대체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경우다. 기계 공장이 스마트 공장으로 바뀌고 음식점과 커피숍에 무인계산기를 설치하는 것들이다. 세 번째는 4차 혁명기술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타나는 케이스다. 포털, SNS, 온라인 유통 등이다. 어느 경우나 직·간접적으로 기존 시장에 영향을 주지만 첫 번째 형태가 가장 격하게 반발을 사고, 세 번째 형태는 큰 저항 없이 안착하는 편이다.

 

지금 공유경제의 선두주자인 위워크와 우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의 위기는 기술과 아이디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시장의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첨단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비스’도 인간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서비스 고유의 원리를 등한히 하면 실패한다. 타다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기업가들은 각 업종 고유의 원리에 충실하면서 기존 일자리를 흡수할 수 있는 발전된 모델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정부, 중재자로 나서야

 

‘규제혁파’라고 해서 무조건 기존 규제를 다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서 각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기존 규제를 합리적으로 다듬어내고 새로운 틀로 만들어 보란 얘기다. ‘규제혁파’란 원래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난제 중의 난제이기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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