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거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새로운 주거 형태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중적인 과제도 떠안게 됐다. 이미 1인 가구 비중이 가구원 수 가운데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떠오는 주거형태가 바로 ‘대안주택’이다.
1인 가구 증가…새로운 주거 형태 고민
1인 가구의 증가에는 다양한 사회적 배경이 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은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성인 1,185명을 대상으로 ‘비혼에 대한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30대 대부분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3.2%가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답했고,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응답자는 16.8%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20~30대 미혼남녀 중 ‘비혼’을 계획하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구 수 변화를 보면 지난 30여 년간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했고, 주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이상 가구는 급감했다. 1985년에 전체 7%(66만 가구)로가구원 수 중 최저 수준이던 1인 가구 비중은 2017년에 27% (558만 가구)로 최대가 됐다. 반면, 4인 가구 비중은 1985년 25%(242만 가구)에서 2017년에 18%(347만 가구)로 줄어들었다. 5인 이상 가구 비중은 1985년 39%에서 2017년 6%로 급감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1인 가구 비중이 2047년에는 전체 37%(832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4인 가구는 7%(157만 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 약화, 자살률 증가
자연스러운 변화로 자연스럽게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립·고독사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전통 대가족에서 3~4인의 핵가족, 이제는 1인으로의 가구원 수 급변으로 인해 기존의 혈연가족이 해체되고 가구 구성원의인적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립과 빈곤, 자살·고독사의 증가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대 여성의 경우 치안 문제 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크고, 중장년 남성의 경우에는 이혼과 고용 등의 문제로 주거의 질이 악화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는 1인 가구의 증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자살자 중 50대 남자의 비중은 16%로, 연령·성별 구간 집단 중 최대 비중이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최근 급등하고 있다. 2019년 전체 자살자 중 20대 여성은 4% 수준이지만 2018년 대비 변동률이 26%나 증가했다.
여기에 부모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1명대로 고착화 된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사회에 속속 진출하면서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도 나타나기시작했다. 80년대 이후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났고 출산 연령 또한 증가하면서,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무렵 부모가 아프거나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겨 자식이 부모를 돌보느라 취업과 결혼 등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일본의 ‘노노개호’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도 보편화 될 수도 있다. ‘개호(介護)’는 간병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8%에 달하는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老)-노(老)’ 케어가 보편화된 상황이다.
젊은층 중심의 ‘셰어하우스’
1인 가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의 형태로 떠오른 것이 바로 ‘대안주택’이다. 인적 네트워크 자체가 소멸되는 막고 1인 가구가 고독하지 않는 수준의 ‘느슨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 모델이다. 대안주택은 크게 셰어하우스, 컬렉티브 하우스, 실버하우징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셰어하우스는 주거비용을 절약함과 동시에 서로서로 돕는 안전망 역할을 하는 젊은 층 중심의 임대주택이다. 주택의 거실, 화장실 등은 공동공간으로 공유하고, 입주자는 각자의 방을 임차해 단독사용(또는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미 활성화 단계에 있다. 셰어하우스는 특히 취업, 진학 등으로 인해 부모에게서 독립한 청년들이 주거비용 절감과 치안문제 등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도시 거주 청년 여성 1인 가구에 도움이 되는 주거 형태로, 비슷한 크기의 원룸보다는 주거비용이 저렴하고,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을 통한 상호 교류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원룸 대비 안전한 주거가 가능하다.
셰어하우스의 공급자는 추진 주체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단체들이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셰어하우스를 공급했지만, 이후에는 셰어하우스의 사업성에 주목한 개인, 스타트업 등에서 셰어하우스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자회사들이 서울 강남 등 요지에 다양한 가격대의 셰어하우스를 공급하는 등 시장이 세분화 되고 있다.
세대 아우르는 ‘컬렉티브 하우스’
컬렉티브 하우스는 다양한 연령과 성별, 가구 형태의 거주자가 함께 사는 혼합형 임대주택이다. 개별주택들의 집합이지만, 이들의 면적을 일부 축소해 공용 주방, 식당, 세탁실 등의 공용공간을 만들어 거주자들 간의 접촉과 공조를 유도하는 주택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공유 주거 형태인 컬렉티브 하우스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으며 코하우징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자연재해 이후 가족은 아니지만, 거주민 간 네트워크가 쉽게 형성될 수 있는 컬렉티브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거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 중심으로 다양한 컬렉티브 하우스가 공급되고 있다.
컬렉티브 하우스는 거주자의 성별이나 연령에 제한이 없고, 1인 가구와 부부+자녀가구 등 여러 종류의 가구들이 모여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주택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의 3~4층 규모의 다가구주택과 유사하지만, 그 안에는 크기가 각각 다른 원룸, 투룸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 및 각종 공용 공간이 있다. 셰어하우스와 달리 각 집에 화장실, 욕실,주방이 설치돼 있어 공용공간을 반드시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1인 가구의 특성에 부합하는 형태의 주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기적인 공동식사 및 텃밭 가꾸기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권장하고, 전체회의 등을 통해 공유공간 사용방법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주거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공간도 존재한다.
다양한 연령대, 가족 형태의 거주자들이 어울려 살다보니, 셰어하우스나 실버하우징 대비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컬렉티브 하우스와 관련된 뚜렷한 활동은 없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나 부산의 ‘일오집’ 같은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협동조합 형태로 주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다. 컬렉티브 하우스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가구가 함께 모여 살지는 않는다.
1인 고령자 위한 ‘실버하우징’
마지막 대안주택으로는 배우자를 사별한 고령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실버하우징이 있다.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 노후를 주체적으로 보내고자 하는 고령자들이 간병 중심의 양로원을 대신하여 선택하는 주거 형태다. 고령화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활성화됐으며, 그룹리빙, 그룹홈 등 다양한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 개인 공간인 원룸 외에 주방, 거실, 화장실, 욕실 등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의 실버타운 이후 눈에 띄는 공급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고령자복지주택 1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실버하우징은 도시 거주 고령 여성 또는 현재 증가하고 있는 비혼 여성이 고령화될 경, 이들의 주거안정에 유익한 주택 유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안주택 금융 지원 등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대안주택을 사회적 가치 제고의 측면에서 1인 가구 증가로 비롯되는 사회문제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길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원은 “대안주택과 같이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주택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시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셰어하우스와 같이 현재 활발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주택에 대해서는 문제점과 추가적인 금융지원 방안 등을 검토해 주택공급을 촉진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컬렉티브하우스와 같이 현재 국내 사례가 없거나, 비영리단체가 공급하는 사회 주택과 같이 공급 실적이 많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대안주택 해외 사례 및 금융지원 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 주거 사회문제에 대한 주택금융 관련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비영리단체 공급 주택의 경우 사업자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공사는 해당 주택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양자 간의 정보교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