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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콤포지션 경제학(23) 플랫폼 모델로 본 글로벌 전기차와 배터리 전쟁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폭스바겐이 배터리의 내재화를 선언하고 중국기업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겠다고 발표했다. 미·중 간 대결에서 미·일·유럽·인도 대 중·러·북한 간의 진영 대결로 확전되는 추세여서 세계 무역은 기술 패권이란 변수를 고려해야 할 복잡한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가능할까


고도의 기술과 광물 소재, 생산공정이 결합된 배터리의 내재화는 얼마나 걸릴까, 과연 원하는 품질을 뽑아낼 수 있을까, 지금 자율차로 급속히 진화되고 있는 기술트렌드 와중에 리튬 배터리 내재화에 뛰어든 게 잘한 결정인가. 여러 가지 의문들이 떠오른다. 잠정적인 결론은 내재화 결정은 상식에 맞지 않는 것 같고 결국은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 업체들을 내친 것으로 이해된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를 달고 중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중국이란 나라의 성격과 그 시장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을 비롯해 세계의 모든 기업이 중국에서 쓴맛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폭스바겐보다 먼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는데, 갑자기 중국 당국이 테슬라 차가 스파이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이상한’ 신호를 보냈다. 화들짝 놀란 머스크 회장이 즉각 반박했다. 테슬라의 좋은 시절이 중국 시장에선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 경제의 최대 강점은 엄청난 내수시장이다. 그 내수 시장의 강점을 중국 공산당과 기업들은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다. '자국우선주의'다. 중국당국의 정책 결정은 자국 경제와 자국 기업의 이익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다. 맨 처음 자국에 기술이 없을 때만 외국 기업의 진출이 허용되고, 자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갖가지 트집을 잡아 배척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영국 등의 어떤 기업들도 중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소비재는 말할 것도 없고 첨단기술 제조업은 더욱 자국 우선주의가 적용될 것이다. 이런 원칙은 중국이 청대 말 서구 열강과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유린됐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경제운용원칙은 중국 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09년에 미국 자동차 마켓 규모를 추월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20%를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로 정했다. 중국은 현재 1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로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할 야심을 품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기업들도 가지고 있다. 내재화 필요 없이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전문화와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와 배터리는 시장 지배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투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큰 리스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첨단 주력 제조업에선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 기업과 일본 기업들을 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서 소규모의 점유율을 놓고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이 독일 기업들과 경쟁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플레이어들이 많은 시장의 미래 예측은 불가능

 

LG가 처음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그 누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머스크가 전기차를 시작했을 때도 남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자들을 끌어모아 현재 전기차 생산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세계 국가들이 올해부터 구속력 있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유발 요인을 줄여야 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채택은 피할 수 없는 선택사항이 된 것이다. 휘발유 엔진차는 빠른 속도로 거세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생산하려는 완성차들이 속속 공급라인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진입자들 가운데 시장 파괴자로 애플이 주목되고 있다. 애플이 주목되는 것은 PC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척했고 플랫폼 모델을 창시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는 폭스바겐과는 궤를 달리하는 시장 교란자, 신시장 창조자로 점쳐지고 있다. 플랫폼 모델이 무서운 것은 처음 만든 기반 기술 위에다 애플리케이션을 유저가 만족할 때까지, 유저의 변덕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해가는 방식이다. 애플카는 기반 기술만 독점하고 애플리케이션은 공개하여 개발자와 이익을 공유하며 자동차 구매자(사용자)들에게는 애플 생태계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유저를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계산해볼 때,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애플카의 제작을 맡는 것은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독자적인 자동차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면 한국 단독으로는 무리고, 일본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네이버의 라인이 유사한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한국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기업과 플랫폼을 만들 시에는 제작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듯하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의 개발은 문화가 다른 해외 개발자가 하기는 어렵다.
 

 

폭스바겐과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지 않고 자동차의 미래기술로 돌파구를 찾았더라면 시장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이제는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같이 뒤엉키는 사태가 발생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됐다.

 

지금 시대는 첨단기술도 중요하지만, 첨단기술을 시장 수요에 응용하여 새로운 비즈모델을 창조하고 다듬어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 창조능력을 가진 나라가 현재로는 미국과 중국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전략적 사고가 뛰어나고 중국은 개도국답게 집중력이 돋보인다. 독일과 일본은 사회주의 체제와 폐쇄적 문화로 인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선두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에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에 피 말리는 제조업을 수행할 중간 노동자들이 있는지, 중국은 지속가능성과 불가측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알 길 없다.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다. 제조업은 고급 기술자만 가지고는 안 된다. 견실하고 성실한 근무태도를 지닌 중간 노동자들이 상당 규모 존재해야 한다.


갤싱어 인텔 회장이 반도체 파운드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이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조 역량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기업들은 주주 이익 우선주의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기 힘들다. 또한 노동한계를 시험하는 공정을 감내할 중간 노동자들이 있을까. 한국과 대만 기업들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대군을 앞에 두고 뒤에는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는 처절한 지정학적 환경에 처해 있다.

 

LG와 SK 배터리 분쟁 타협, 더 이상 미루지 마라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쇼크를 계기로 제품 다양화와 친환경 배터리 개발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첨단기술력 자체가 나머지 선진국과 글로벌기업들엔 공포의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기술 패권을 위해 외국 경쟁사의 내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한편 자국 기술기업들에 전폭적인 자금 지원과 규제 패스를 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주춤거리고 있으나 제2, 제3의 화웨이들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첨단기술 제조업에서 중국의 굴기를 견제할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 제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LG와 SK는 지난 4월 10일 마침내 배터리 분쟁을 합의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잘 합의했다. 기술 기업은 혼자 독점하는 순간, 국내외에서 공동의 적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기업은 자국 내에서 두세 개 정도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상호 발전할 수 있다.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선두 경쟁을 하면 국가적 자존심이나 경쟁외적 변수가 개입되기 쉬워 선의의 기술경쟁을 통한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 LG는 자국 내 SK와 같은 배터리 경쟁자가 있다는 것을 오히려 더 환영해야 한다.
 

 

기업들은 시련에 의해 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시련 속에서 견뎌내며 성장해온 불사조다. 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유엔과 미국의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이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데에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 북한의 전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 기업들은 도전의 구실로 삼아 전진해왔다. 기업은 시련에 의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의 실패에서 온다는 점을 기억하고 새로운 창조적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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