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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인 패션디자이너 인치성 씨 도쿄에서 살아남기

일본의 창의성과 역동성이 여전히 잘 나타나고 있는 곳을 들라고 한다면 패션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업과 디자이너란 집단의 조직 힘이 투영되는 곳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과 장인 정신이 투사되는 곳이기에 일본 패션은 세계 패션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개방성과 고유성, 품질에 승부를 거는 장인 정신이 어우러져, 뉴욕과 런던, 파리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패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1970년 와비 사비 패션으로 세계를 강타했던 일본 패션은 지금은 AI 디자인, 맞춤 패션, 친환경 소재의 사용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쿄 패션계에서 차츰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인치성 인브랜드 대표가 잠시 서울을 방문했을 때 만났다.

 

인치성 씨는 일본 문화패션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 졸업 작품으로 런던 패션위크에 출품했으며 그해에 러시아 영 디자이너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패션회사의 취업이라는 안전한 길보다는 독자적 인(IHNN) 브랜드 창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016년 도쿄 뉴디자이너 패션 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 선망의 패션 대상인 도쿄 패션어워드를 수상했다. 인브랜드는 하이 브랜드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주문된 옷만 판매한다. 그의 옷은 세계 패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진입하기를 갈망하는 도쿄의 이세탄 백화점과 오사카 한큐 백화점의 셀렉트숍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상용 주간 일본에서 ‘인(IHNN) 디자인’이라는 브랜드를 만든지는 얼마나 됐지요?

 

인치성 디자이너 2015년 5월 가을시즌 전시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론칭했습니다.

 

이상용 주간 인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인디자인의 여성복은 주로 일본인 고객이 구매 할 텐데, 그들이 그 옷을 선택하는 이유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치성 디자이너 일본인 디자이너들이 잘 안 쓰는 색감을 사용합니다. 일본 디자이너는 톤 다운 된, 차분한 색깔을 많이 쓰는데, 저는 오렌지색이라든지 다른 색감을 많이 씁니다. 원단은 일본장인이 만든 천을 사용합니다. 10-20년간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은 모던함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다시 말해 steady와 fashionable을 동시에 함축시켜 깔끔한 심플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일본 평론가들은 저의 옷에 대해 해외에서 수입된 모드와 일본인 디자이너가 만든 옷의 중간쯤에 있는 브랜드라고 평가해줍니다.

 

이상용 주간 일본 장인의 천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요?


인치성 디자이너 제가 옷을 설계할 때, 이런 색감과 질감의 천을 만들어 달라고 장인에게 요구해서 만듭니다. 보통 한국에서처럼 이미 만들어진 천을 갖다 쓰는 게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옷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원단과 패턴을 천 만드는 장인에게 의뢰해서 새로 만듭니다. 그래야 디자이너가 원하는 옷을 만들 수 있겠지요. 저는 일본인 디자이너가 잘 사용하지 않는 색깔을 과감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만드는 옷은 입을 수 있는 옷이거든요. 그러면서 장인이 만든 튼튼하고 독특한 패턴의 원단을 사용한 겁니다. 제 옷은 10년 이상 입어도 처음 산 것처럼 똑같이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살 때나 10년 이상 오래 지나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유지되는 옷을 만듭니다. 심플한 디자인이어야 오래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데요, 사실 심플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것을 바이어와 패션 기자들, 연예인과 모델, 거래처 지인들을 초청해 발표회를 가진 뒤에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 받은 것만 만들어 팝니다.

 

 

이상용 주간 디자인한 옷들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요?

 

인치성 디자이너 일 년에 봄과 가을에 다음 시즌 용 작품 발표회를 가지는데요, 거기서 판매합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옷을 입는 소비자들에게 파는 게 아니고 백화점 셀렉트숍 등에 파는 B2B 모델입니다. 도쿄의 이세탄 백화점 셀렉트숍과 오사카 한큐 백화점의 셀렉트숍인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에서 판매됩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셀렉트숍이랄 수 있는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와 빔즈(Beams)에서 모두 오더를 받았습니다. 내년 봄-여름 의상은 이미 오더를 받아서 제작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도쿄 이세탄 백화점 3층에 리스타일이란 셀렉트숍이 있습니다. 이 숍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가고싶어 하는 곳입니다. 세계 백화점 가운데 매출 1위가 이세탄 백화점이기 때문에 누구나 들어가려고 하는 거죠. 이곳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50-70개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 토종 브랜드가 20개 정도 되고요. 이곳에 2017년부터 매년 제 옷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상용 주간 이세탄 백화점 리스타일 셀렉트숍에 인치성 씨 외에 한국인 브랜드가 있습니까?

 

인치성 디자이너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각 한 개씩 들어가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브랜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세탄 셀렉트숍에 들어갈 정도면 일단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오사카 한큐 백화점에도 이세탄 백화점과 같은 셀렉트숍이 있습니다. 오사카 한큐 백화점은 전 세계 백화점 매출 2위인 곳입니다. 한큐 백화점의 셀렉터숍은 처음 오더를 받아 올해 2월에 나올 겁니다.

 

이상용 주간 세계 1위, 2위 매출액을 하는 백화점에 옷이 입점 됐다는 건 세계적 브랜드의 반열에 들어갔다고 봐도 되겠네요.

 

인치성 디자이너 (웃음) 2019년 일본 디자이너에게 주는 큰 상을 받았습니다. 도쿄도가 주최하는 도쿄패션어워드라고 해서 수상한 6개 브랜드 중 하나로 인브랜드가 선정됐습니다. 파리에서 2년간 전시회 지원을 해주는 포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코로나로 취소됐습니다. 도쿄패션어워드에 외국인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상용 주간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인치성 디자이너 도쿄 시부야 근처 나카메구로 구에 올해 11월 쇼룸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에서 옷도 전시하고 예약제로 고객들이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운영하는데, 예상 외로 오시는 분들의 주문이 많은 편입니다. 아울러 세라믹과 네온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의 전시장으로도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상용 주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요?

 

인치성 디자이너 일본 전체 패션 매출은 관광객이 끊어지고 해서 타격을 받았겠지만 이세탄이나 오사카의 셀렉타숍은 덜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옷은 비싼 것들이고 대중을 위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상용 주간 한국 패션과 일본 패션을 비교한다면?

 

인치성 디자이너 한국 패션은 굉장히 트렌디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옷을 잘 만들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어린 친구들이 한국 패션을 매우 좋아합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K팝의 영향도 있고 해서 그런지 한국을 상상 이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한국 옷들을 직구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판매하는 옷보다 가격이 3분1, 5분1밖에 안 하니까, 사는 것 같습니다.

 

일본 패션의 장점은 옷을 제대로 만든다고 봐야죠. 한국에서는 동대문에서 원단을 사서 만드는데, 저 같은 경우, 일본 시골에 있는 원단 장인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실부터 고릅니다. 그리고는 실에서 제가 원하는 색깔로 염색을 하고 그 실을 가지고 천으로 짭니다. 염색하는 데만 네다섯 번 하면서 원하는 색깔이 나왔는지 보고 그렇게 만듭니다. 일본에서는 패선 디자이너를 쉽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상용 주간 한국은 시작은 쉬워도 세계 일류가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옷이란 센스와 스피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원단부터 철저하게 질을 따지며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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