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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방 선거 출마한 후보자들 소멸위기 탈출하는 아이디어

세계 각국의 농어산촌 경제 정보 [제3편]

 

이 글을 쓰는 이 시간도 내게 지방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연이어 날아든다. 하기야 그런 메시지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세상을 잘못 살아온 건 아닌가 하여 괜히 서글퍼지겠지만 메시지를 받을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내오는 메시지를 보면 현 대통령 당선자 밑에서 어떤 직분을 맡았다거나, 건물 벽에 내걸린 경선 입후보자들의 현수막처럼 소속 정당의 지명도가 있는 사람과의 친분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자기만이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많이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서겠지만, 예산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그 지역의 경쟁력이 반드시 높아지는 건 아니다. 외부 수혈에 의존하다 보면 자생력이 길러지지 않아서 결국은 지역 전체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방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어떤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야만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입후보자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줄 몇 가지 경제 상식과 아이디어를 토의해 보고자 한다.

 

◇ 지역주민 총소득을 산출해 발표하고 총소득을 올릴 방안을 제시하라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3만 5,168만 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연간 4천2백만 원 정도다. 국민 총 소득은 명목상의 GNI를 총인구수로 나눈 뒤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지만, 전 인구를 평균한 개념이기 때문에 지역과 개인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는 크게 다르다. 더구나 여기에는 환율과 물가가 반영됨으로써 거품이 낄 여지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의 증가 폭은 3,287달러였다. 이 가운데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것이 1,061달러, 물가 상승을 반영한 762달러를 빼면 나머지 실질적인 소득 상승은 1,272달러에 그쳤다. 

 

대부분 매스컴은 국민총소득을 지역별로 나눠서 보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제 상황이나 주민의 평균 소득을 짐작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방 행정과 지방 의회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그러므로 자신의 출마지역 주민총소득을 정확하게 산정해 발표해 주어야 한다. 지금의 주민총소득에서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어느 만큼의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지, 또 그 방안에 대해 소상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 다만,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으로 실행하는 정책, 이를테면 복지 정책이나 공익성 사업 등은 빼야 한다. 

 

결국, 지역 후보자들이 설명할 분야는 지역에 민간기업을 유치하는데 자신이 선봉장 노릇을 어떻게 할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알리라는 것이다. 후보자의 생각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일수록 표를 많이 받을 것이다.


지방을 대표하는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다르다. 지금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입법보다 예산과 지역 현안에 더 신경을 써서 지지자를 의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역 국회의원이 하는 지역사업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맡을 역할이다.


만약 어떤 후보가 재임 기간 중 주민 소득을 매년 100만 원씩 높이겠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경제 도표로 작성해 주면 알기 쉬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너무 일자리의 숫자에 연연하지는 마시라는 얘기다.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이 지역 경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를 솔직하게 말해주기만 하면 된다. 묻고 싶은 말은 아래와 같다.

 

  ▶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에 맞출 것인가?

      (예,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프랜차이즈의 표준화, 기계화 지원)

 ▶ 우리나라, 혹은 전 세계의 우량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 들이         준비할 수 있는 전략은? (예, 어떤 기업을 어떤 식으로 유치하고 싶은가)

 ▶ 지역 특산품이나 생산물을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 농산물의 품질 향상 방안은?

     (예, 흙을 살리는 농법의 도입, 자매 관계를 맺은 해외지역과의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 그리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은?  (예, 우수 셰프의 명예 군민 만들기)

 ▶ 지역 경제와 금융기관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예, 지역의 창업 투자 기금 조성)

 ▶ 지역 특성에 맞는 학교를 세울 때, 학교의 커리큘럼을 무엇으로 준비하는가?

     (예, 여성농업학교, 크리에이티브학교 등등)


 ◇ 거짓말을 하지 마라


지방 선거 입후보자의 공통점은 자신이 당선되면 지역 예산을 누구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지역 인구 유입을 늘리거나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전자(前者)는 모르겠으되, 후자는 거짓말에 가깝다. 특히 인구 유입은 서울과 가까운 지역이라면 모르되, 서울에서 먼 시골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턱도 없는 망상이다.

 

특히, 자주 언약하는 것이 관광객 유치다. 적절하고 마땅한 지역의 관광 여행 콘텐츠도 없어 보이는데, 천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는 것 등은 모두 실패 확률 100%짜리에 투자하는 주식과 같다. 혹시, 그런 약속을 하는 후보자가 평소 관광이나 여행을 일반인처럼 직접 해 봤다거나, 관광업을 경영함으로써 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면 또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두 위태롭다.

 

◇ 1년에 천만 명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까?


1년에 천만 명의 관광객은 말이 그렇지 대단한 숫자다. 1년에 50여 일밖에 안 되는 주말과 휴일에 아무리 많이 온다 해도 1년에 천만 명이 되려면, 매일 평균 3만 명씩 빠짐없이 1년 내내 방문해줘야 달성한다. 이 정도의 사람이 모이게 하려면 첫째도 둘째도 콘텐츠다. 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는 흥행업인 엔터테인먼트 같아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가 없어 전혀 엉뚱한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리곤 한다. 절대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본의 중상류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규슈의 온천 관광지 유후인도 한 지역 인사가 유후인을 벗어나는 철도 노선을 U자형의 노선으로 끌어들여,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대표적인 지역이지만 연간 480만 명 정도가 한계 인원인 듯하다. 일본 인구를 1억 2천만 명으로 잡어도 그 정도가 성공적인데 인구 5천만 명인 우리나라에서 천만 명을? 5명 중 한 명이 특정 지역을 방문한다는 말이 쉽겠는가. 혹여 모르겠다.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되는 것 같은 호재를 가지고 있다면.

 

◇ 우리나라의 숙박업 등 여행 관련 산업이 부진한 이유

 

국토가 좁고 하루 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업이나 숙박업 등 관련 서비스 산업이 타 업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주 벤칭마킹 하는 일본은 다르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이 가족끼리 여행하면서 자주 이용하는 숙소가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코쿠민쇼큐샤(國民宿舍)다. 대마도에도 있다. 아침과 저녁이 나오고 객실 위생 등 에서 있어서 타 숙박업소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어 가족끼리 여행 다닐 때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것을 벤칭 마킹한 것이 우리나라의 민박마을이다. 그러나 일본의 그것에 비해 우리나라 민박마을은 운영하는 사람들이 여행, 숙박업을 전문으로 했던 분들이 아니어서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져 재이용률이 낮다. 개인이 운영한다 해도 침구 위생 관리와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노력과 수고로움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져서 사실상 시즌이나 주말 휴일이 아니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다음에 소개하겠지만, 지자체와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한 농원형 숙박업소 같은 경우 -이것도 일본의 모쿠모쿠팜을 벤치마킹했다- 프랑스의 와인너리(winery)처럼 인기가 있다.

 

◇ 자고, 먹고, 쇼핑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달라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 세 가지다.

 

첫째. 숙박업소가 다양하고 위생적이면서 친절하다.

둘째, 어디 가나 먹을 게 많다. 

셋째, 쇼핑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대다. 비싼 호텔이 아니라면, 숙박이 불편하고 아침 식사를 할 수 없다. 특히 어느 지역을 가나 음식이 똑같다. 그리고 요즘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특정 특산품을 제외하면 쇼핑거리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국내 여행보다는 일본 여행을 선호한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오지 말라고 해도 가지 않고 못배길 콘텐츠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여행자가 ‘먹고. 자고 쇼핑하는 3박자’에 불편함이 없도록 그 지역만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지역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

 

◇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출산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출산장려정책 만큼은 성공하고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원회가 신설된 2006년 이후 출산과 관련 예산으로 120조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출산율은 떨어진다. 이는 출산 정책이 대개 자녀 양육지원 정책에 머물렀고, 개인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하는 철학과 정책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저해하는 지역적 요인은 무엇인가?
둘째, 젊은이들이 가정을 가지기 어렵게 하는 지역의 한계는 어디에 있는가?
셋째, 농어산촌의 마을 혹은 빈집을 활용해 미래지향의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등을 재검토해 주시라.

 

◇ 규모의 경제를 만들라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마포 상암동 난지도의 하늘공원 갈대밭에는 매년 10월 열리는 갈대 축제 때를 비롯해 연간 천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방문한다. 이 하늘공원에다 전국 23개 시도에서 옮겨 심은 억새밭을 6만 평 규모로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뭐든 크게 모여 있으면 장관이고 그게 힘이다. 억새밭 사이로 난 23개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고, 억새밭 속에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 역시 좋은 추억거리다.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온다.

 

난지도 갈대밭을 예로 든 이유는 그곳을 광고하려는 게 아니다. 한두 포기의 갈대는 보기에는 좋지만 돈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갈대를 모아 대형 밭을 만들어 놓으면 연간 천만 명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길가의 코스모스도 예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천수백만 그루를 심어 단지로 만들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해바라기건, 진달래건, 뭐든 규모가 되게 하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다. 사람이 모이면 경제는 돌아간다.

 

◇ 4~5km의 꽃길과 누들(noodle) 공원

 

만일에 내가 정치인이라면 모든 부부, 젊은 연인들이 모여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길이 4~5km의 대형 꽃길을 만들겠다. 아름답게 사랑했던 연인을 발굴해 꽃길의 이야기를 만들고, 사계절에 맞게 꽃길 주변을 만들어 놓겠다. 남녀가 수천 쌍씩 모인다면 무슨 이벤트들 못하겠는가. 기존의 꽃길이 있다면 연장해서 활용해도 좋고, 김포 대명항에서 경기도 연천까지 이어지는 평화누리 길의 일부 구간을 그렇게 만들어 DMZ와 함께 세계적인 사랑의 길, Love Road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중 짜장 대박 대회”를 개최해 봤던 나는, 행사가 끝난 뒤 짜장면의 숫자와 메뉴가 그렇게나 많은지 미처 몰랐었다.  그렇다면, 자장면은 물론, 세계 각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면 음식과 해당 기업의 투자를 받아, 누들(noodle) 공원을 만들면 어떨까?

 

세계 각국의 면 음식을 먹고 공원을 거닐고, 각종 이벤트를 즐기면서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공원 안에는 라면의 길, 칼국수의 길, 스파게티의 길, 쌀국수의 길 등등 50여 개의 noodle road를 만들어, 이 세상 면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경제가 그로 인해 호황이 안 된다면 따지러 와도 좋다.

 

◇ 규모의 경제, 5만 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할 능력을 보여달라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에 수백만 명이 온다고 들었다. 이들은 청보리가 파릇하게 올라서 여름에 수확할 때까지 20만 평에 달하는 보리밭 사잇길을 걷기도 하고, 밭에서 수확한 보리로 만든 비빔밥을 별미로 먹고 즐거워한다. 만약 그런 광대한 청보리밭이 이곳저곳에 나뉘어 있다면 누가 오겠는가.

 

같은 고창군 내에서 60군데의 밭-70만 평-에다 국산 콩만 재배하는 프로 농부가 있다. 나는 그에게 국산 콩을 이용한 두부 공장, 된장, 고추장 공장을 세워 콩 축제를 열어 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콩밭이 따로 따로 흩어져 있는 한 그런 사업은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농토는 소규모로 쪼개져 있다. 그래서 무슨 사업을 하기 위해 대규모로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 여러 사업 아이디어가 피어 보지도 못하고 묻혀버린다.

 

지방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처럼 넓은 땅을 확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땅을 소유한 주민을 회원으로 만들든, 투자자로 만들든, 직원으로 쓰든, 최소한 5만 평 이상을 확보해야 무슨 사업이든 수익을 올리면서 경영할 수 있다. 전북 어느 '농원'은 규모가 약 3만 평이다. 2016년 농림축산부와 군(郡), 그리고 민간기업 3자가 합작으로 투자해 성공했다.

 

◇ 가칭 ‘한국형 클라인 가르텐 마을’ 만들기에 건설회사를 유치하라


클라인 가르텐은 120년 전부터 독일에서 시작된 일종의 주말농장이다. 100평의 땅에 주말에만 숙식이 가능한 농막을 짓고(거주할 수는 없음) 나머지 땅에 채소 등의 밭농사를 짓게 하는, 이를테면 주말에만 이용하는 텃밭인 셈이다. 

 

의사로부터 클라인 가르텐 생활하면서 정신을 안정하라는 처방을 받으면 의료보험 혜택도 가능하다고 한다. 클라인 가르텐에 입주하려면 몇 년 전에 미리 신청해도 자리가 나지 않을 만큼 인기가 있는데, 독일 전역에서 100만 개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주말농장을 러시아에서는 ‘다차’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주말농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에서 클라인 가르텐과 유사한 주말농장을 입찰 방식으로 입주자를 뽑아 120여 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일부 구청에서는 구청 소유의 땅을 일정 크기로 주민에게 텃밭으로 분양하는데 경쟁률이 높다. 경쟁에서 탈락한 주민을 위해 인근 농민의 농토까지 분양하기도 한다. 

 

◇ 월 임대료 50만 원, 자연식 밭농사를 짓는 은퇴자의 전원마을


귀촌하고 싶어도 이주비용이 1억 원 이상이 들어서 망설이는 도시의 은퇴자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가칭 ‘한국형 클라인 가르텐 마을’을 개발하면 어떨까? 인구 소멸이 시작된 시골 마을을 선정해서 만들어도 좋고, 바닷가, 강가, 산세가 좋은 땅이나 혹은 마을을 골라 합의에 따라 민관이 공동으로 마을을 개조한 단지를 위탁 운영하면 된다. 이주 희망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마을의 크기는 넓을수록 좋으며, 다만 경관을 고려해 산과 물이 있는, 이를테면 호수, 시내, 강가, 저수지를 끼고 있는 마을이라면 더 좋다. 1가구당 100평 단위로 분양하되, 이 안에 6평~7평 크기의 예쁜 전원주택을 짓고(요즘 건축박람회에 나와 있는 2천만 원 대의 전원주택은 3~4종류) 나머지 90여 평에 비료와 유기질 퇴비,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잡초나 잡초발효퇴비만을 이용한 자연식 밭작물을 키운다.

 

계약은 1년 단위, 월 임대료와 사용료 합쳐 50만 원 수준으로 정한다. 관건은 역시, 마을이 들어설 기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협조를 얼마나 이끌 수 있느냐인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마을이 조성되면 외부 인구가 지역 사회로 유입되고, 지역주민과 도시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져 지역이 활기를 띠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비싼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도시 은퇴자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마을 입주자들은 비료와 퇴비,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 농사를 통해, 흙을 살리는 원리를 터득하고 동시에 농사가 절대 힘든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 소멸하는 농어산촌마을 개선사업에 건설회사 참여 유도

 

경제성장 시대를 통해 아파트 건설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우리나라의 건설회사들은 이제는 농어산촌 마을 개선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농어산촌에 환원해 달라는 것이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은 가칭 ‘한국형 클라인 가르텐’과 같은 “농어촌마을 부흥 운동”
을 위해 건설회사를 설득해 참여시켜야 한다. 건설회사 또한 민간 차원에서 도시와 주변에 집중시킨 거주공간을 농어산촌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분산시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친환경 주거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


한국형 클라인 가르텐 마을로부터 파생되는 수익사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가령 마을 입주자가 은행인 출신이라면 ‘은행가의 집’으로 문패를 달아주고, 배를 탔던 사람에겐 ‘마도로스의 집’, 작가라면 ‘소설가의 집’ 등등 만 2천여 개 이르는 직업에서 종사했던 입주 희망자에게 각자의 전문으로 한 분야의 문패를 달아주기만 해도 창의적인 공동사회가 탄생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크리에이터들의 클라인 가르텐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저녁이 되면 고기를 굽고, 같이 소통하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모든 것을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농어산촌 지역은 텅텅 비어 가고 있다. 그러니 헬리콥터를 타고 우리나라 국토를 내려다보면,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을 도로가 차지하고 모든 길이 수도권을 향하고 있는 광경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하다는 생각에 적잖은 충격이 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탓에 서울에서 몇 시간만 가면,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코로나가 한 참일 때 나는 도보여행 전문가인 친구를 따라 평일 이른 아침 청량리에서 무궁화를 타고, 낙동강 상류 지역의 산길을 도보로 여행한 적이 있다.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호젓한 산길을 마스크를 벗고 걸으며 오랜만에 맡아 보는 맑은 공기와 명경지수와 같은 계곡의 풍경에 탄성을 질렀다.

 

◇ 길 안내판 하나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우리나라에는 걷기여행을 하도록 만들어 이름을 붙여 놓은 길은 모두 506개다. 코스로 나눠보면 1,579개 코스에 총 길이가 16,420km에 이른다. 내 친구는 임도(林道, 총 2만 306km)를 포함해 이름이 붙은 길을 혼자서, 혹은 둘이서 지금까지 90% 가까이 주파해 오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다. 다녀보고 개선할 점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곧바로 이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공무원들이 실적을 올리려고 그런 건지 모르지만, 억지로 이름만 붙여 놓은 길이 상당히 많아. 길 이름이 멋져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현장에 가보면, 개뿔~ 욕이 다 나온다니까. 어떻게 엉터리로 길을 만들어 놓고 그런 이름을 붙여 사이트에 올려놓느냐고.”


그는 수도권에 있는 둘레길의 상당수가 노견(路肩, 갓길) 코스를 포함하고 있는데 때문에 그 코스를 걸으면서 오금을 지려야 했다. 바로 옆으로 트럭이나 버스가 씽씽 달려왔으니까. 어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인데도 방향을 알려 주는 리본조차 달리지 않았다. 잘못 판단해 1km쯤 다른 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 -안내판이 없거나 잘못돼 헛걸음을 친 경우, 도보 여행자들은 알바했다고 표현한다- 가 비일비재 했다.

 

 

그는 이런 사소한 실수가 둘레길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있다고 했다. 담당자가 걷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거나, 개념이 없는 경우에 그럴 수 있다는 거였다. 공무원 한 사람의 무성의로 인해 그 지역은 “다시는 안 가는” 지역이 돼 버렸다.

 

이름이 붙어 있는 길들은 담당 지자체별로 코스의 관리가 상중하로 나뉠 만큼 길의 수준차가 크다. 안내판 등이 적재적소에 세워져 꽤 괜찮은 길을 만나면 “처음 사이트에 들어갔을땐 긴가민가했는데 와 보니 잘해 놨네. 다음에 또 와야지, 친구를 데리고 와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를 데려와서 길 입구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도 하게 된다. 또 같이 온 친구가 입소문을 내기 시작해 금방 10명, 100명으로 불어나는 걸 그는 보았다고 했다.


◇ 국토 종주 자전거길, 경인 아라뱃길의 잠재력을 재평가하자


그런 길만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 그 4대강의 강변을 따라 전국을 잇고 연결하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 1,230km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그따위 자전거길”로 폄하(貶下) 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봐주었으면 한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길을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또, 애물단지로 손가락질받아 온 우리나라의 유일한 운하를 기억하시는가?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지?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이어주는 길이 18.7km, 수심 6.3m, 너비 80m의 경인아라뱃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3조 원 가까운 돈을 들여 10년 전에 개통했고, 한강 마포 앞까지 배가 드나들 수 있게 하겠다며 한강의 교량까지 높여 놓았는데 뱃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인구밀도가 높고 복잡한 자동차의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러한 욕구가 폭증하기 직전이다.

 

탄소 중립, 기후변화 위기 극복은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가지고 추진될 일이 아니다. 그저 자동차를 쉬게 하고 걷기와 자전거로 사람들을 도시에서 벗어나 쉬게 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걷기와 안전하게 타는 자전거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생활경제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사람이 걷는 길,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리는 길을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다. 그것들을 소홀하게 생각했다면, 기후위기로 부터 이 나라를 구하는 그 길이 지방 행정이 가야 할 길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MeCONOMY magazine Ma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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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대 교수들 "의료 공백 등 사태 악화되면 병원 떠날 수 밖에"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료공백 사태, 의대생 휴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파국에 이르게 된다면 성균관의대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은 진료현장을 떠나 국민을 위하여 대의를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호소문에서 "오래 전부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현장을 살려 달라는 의사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구체적, 현실적 방안 없는 이름만 그럴 듯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뜬금없이 발표했다"며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는 절대불변으로 대화와 타협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실망해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났다"며 "실상은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진료 의사, 지역의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난데없는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에 소요될 막대한 예산을 지금이라도 당장 필수의료, 지역의료에 투자하면 수년 후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