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뉴스 = 박홍기 기자】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건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층간소음에 화가나 위층에 사는 주민을 찾아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가 하면 흉기나 둔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트리거나 숨지게 하는 사건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지금까지 이런 강력 범죄를 유발하는 층간소음 갈등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부실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월 2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층간소음 갈등이 폭력과 살인을 부르는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개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사태로 실내활동 늘면서 층간소음 민원 2배 증가
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77.8%는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공동주택에 산다는 얘기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 등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거주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접수 건수는 4만6,596건으로, 코로나19 이후 발생 이전인 2019년(2만6,257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동주택 보급률이 증가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활동 시간까지 늘어나면서 민원 및 범죄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층간소음 갈등을 이웃 간 분쟁이나 개인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서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건축공법을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 의무화
우선 경실련은 해결 방안으로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 의무화’를 제시했다. 그동안 신규로 건설하는 공동주택은 바닥충격음 성능등급을 인정받은 바닥구조가 설계도서에 반영되지만 시공상의 하자나 시공 현장 간 품질 차이 등으로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는 시공 전·후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도입했는데, 제도의 시행 전부터 검사대상 및 조치사항 등에 대한 실효성이 우려되고 있다”며 “사업주체는 성능검사 기준에 미달했을 때 보완 시공 및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건축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에 대한 보완 시공은 시공방법 및 건축구조상 쉽지 않을 수 있어, 사업주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보완 시공보다 손해배상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이러한 조치는 권고사항으로서 층간소음 저감효과가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시공상의 문제라면, 이미 완공된 건축물을 보완 시공하기보다 착공 전 품질에 대해 면밀하게 검사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공사감리를 강화하는 등 시공성을 향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은 “동일한 설계시방서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자의 숙련도 및 시공품질관리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준공 시 현장의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여 시공 품질을 높이고, 실제 현장에서의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처럼 (실측)전수조사를 의무화해 공동주택 입주자에게 층간소음 실측소음도를 고지하여 입주시 실입주자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정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 강화
현행 층간소음에 관한 법적 기준은 환경부와 국토부가 공동으로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직접충격 소음 및 공기전달 소음 등의 층간소음의 범위와, 주·야간 등가소음도 및 최고소음도 등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현장에서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 90% 이상 법적 기준을 만족하는 등 법적 기준이 시행된 2014년 이후에도 층간소음에 관한 분쟁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법적 기준의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실련은 “지난 3월 입법예고 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에는 제60조의9를 신설해 성능검사 결과가 성능검사기준 미달 시, 사용검사권자가 사업주체에게 시정조치 기간 등을 정하여 권고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는 등 개선권고 절차를 마련했다”며 “여기에 시행령 벌칙을 신설해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에 맞지 아니한 주택(층간바닥)을 시공한 사업주체에게 과태료 부과 및 기준만족 보완시까지 준공검사 연기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더라도 권고에 그치면 실효성이 없으니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라멘(기둥식) 구조 건축 의무화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지어진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로 지어져 있다. 벽식구조란 기둥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로 구성한 건물구조를 말한다. 건설사들이 이런 구조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에 경실련은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라멘 구조’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멘 구조는 층과 층 사이에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져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천장에서 가해지는 진동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실내 주요 공간에 전달되는 층간소음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국토부 연구개발 과제인 ‘비용절감형 장수명주택 보급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기둥식(라멘) 아파트(무량판 구조, 슬래브 바닥 두께 280㎜)의 경우 벽식보다 경량충격음 6.4㏈, 중량충격음 5.6㏈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뿐만 아니라 벽식구조가 30~40년마다 재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라멘구조는 수명이 100년인 장수명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공공부터 공공임대주택 신축시 구조체의 하중을 내력벽(벽식구조)이 아닌 보와 기둥을 통해 하부 구조체로 분산 전달하여 바닥충격음을 저감하는 방식의 라멘 구조로 시공구조 형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July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