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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옷 2천년의 화려한 부활

이남옥 의상디자이너

40대 초반의 의상디자이너가 우리 옷의 매력에 빠졌다. 의상 디자이너 이남옥 「한드레시아」 대표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 한복의 선을 서양 웨딩드레스와 융합하는 등 우리 옷만의 특징을 살려낸 다양한 패션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지난 7월 중순, 서울 여의도 M이코노미뉴스 미팅 룸에서 만난 이남옥 디자이너(43세)는 실크 소재로 된 넥타이 2점과 스카프 3점을 탁자 위에 펼쳐 보였다. 지난 3년 간 자신의 주 업무였던 웨딩드레스 디자인 연구를 잠시 접고,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패션제품에 담는데 집중해왔다는 그녀는 “우리 옷의 매력을 서양 패션에 가미해 보니 매우 독특하고 세련된 제품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예의 넥타이와 스카프에 눈길을 줬다.

 

그녀가 만든 실크 스카프는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모양의 2종류였다. 각각의 스카프에는 금방이락도 허공으로 날아오를 것 같은 나비가 그려져 있고, '꽃 중의 왕'이라는 모란이 한껏 붉은 꽃잎을 펼치고 있다. 문득 김영랑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모란꽃 무늬는 옛날 왕실에서 장식적 기능과 함께 특별한 상징을 담은 기호로 사용해 왔지요.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라, 궁전과 민간의 여러 생활용품에 즐겨 사용해 집안의 풍요와 건강, 영화(榮華)가 가득하기를 기원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모란 꽃 무늬와 함께 들어간 나비는 “부부(夫婦)일 수도 있고, 자녀 일 수도 있다,”면서, 한 패턴에 4마리의 나비를 넣은 이유는 “다복(多福)을 의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복 느낌 살린 웨딩드레스로 주목

 

 

이 씨는 지난 20년 간 웨딩드레스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나라의 옷, 한복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고,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씨는 무엇이든 디자인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옷, 한복이 가진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아 이를 패션제품으로 살릴 수 있을까에 노심초사했다.

 

이 씨는 한국 전통의 미와 서양의 세련된 미를 융합해서 의상은 물론, 의상과 짝을 이루는 수많은 패션제품을 디자인해 보자고 생각하고, 회사 이름이자 브랜드로 쓸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녀는 한국의 한(韓)을 앞에 넣은 ⌜한드레시아」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 씨는 주로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 때마다 새로운 패션 작품을 탄생시키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만든 웨딩드레스를 보면, 일반적인 서양식 웨딩드레스와 품격이 약간 다르게 보인다. 왜 그럴까?

 

“한복의 선 등 한복 소재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한국적인 혼을 웨딩드레스에 가미하기 때문 인거죠,”

 

이 씨처럼 우리나라의 한복이 가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살려 현대 의상이나 패션 제품에 접목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는 디자이너로서 첫걸음을 해외 명품 컬렉션에서 떼었어요. 그 후로 저는 우리나라만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고 꿈을 꿨던 거고, 한복 복식을 전공한 것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패션 제품으로 만들어, 그것을 이 세계에 남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거든요.”

 

이 씨가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은 웨딩드레스는 한복 느낌이 나는데다 한 겹을 벗으면, 서양인들이 파티에 참가할 때 입는 파티용 드레스가 되는 디자인이었다.

 

“실용적인 한복 드레스죠. MZ세대는 모임도 많고 입체적인 의상을 선호하고 있거든요. 드레스를 디자인을 할 때 서양적인 선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한 것이죠. 특별한 날 한 번 입고 그만 인 드레스가 아니라 다시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든 거지요.”

 

서양의 입체적인 디자인에 동양의 혼 담아내야

 

최근 들어 세계적인 명품 패션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들은 한국적인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묻자, 이 씨가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는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그녀는 외국에서 오히려 반만년 역사의 우리나라를 연구함으로써 자신들의 패션을 만들려고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저는 다른 사람과 조금 생각이 다르죠.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응용할까를 준비해온 저로서는 외국의 디자이너들이 우리 것을 연구한다니, 오히려 반가운 일이 아니겠어요?” 라며 반문한다. 하지만 눈으로 쓰윽 보고, 우리의 것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뭐든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설령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는다고 해도, 그 느낌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의상 또한, 시대 별로 변화가 있어왔으니, 결국 디지털 시대에 누가 어떤 감동으로 한국적인 것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제품화하는 게 관건이다. 이씨는 “한복은 어느 나라 의상보다 변화가 많은 것 같다,” 면서 “한복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과 감각으로 찾아내는 직관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복은 침체기가 시작된 지 오래 됐다. 한복 원단이나 제조가 해외로 넘어간 상태고, 한복 명인들이 있긴 하나 명맥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이 씨는 그 원인을 “서양 복식(服飾)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옷을 보는 시각이 따라주지 못한 것”에 돌리고 있다.

 

 

서양의상이 입체적이라면, 한복은 평면적이다. 그러므로 한복이 발전하려면 서양의상의 편리하고 효율적인 부분과 입체적인 디자인을 우리나라의 한복에서도 살려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평면의 2차원적 공간에서는 디자인의 한계가 있다. 그녀는 “바로 그것, 우리나라 옷을 다차원적 공간을 창조하는 것, 제가 그걸 하고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의식주라고 해서 옷을 가장 앞세우는 이유는, 먹고 자는 것이 동기유발이 되지 않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옷을 입는 순간, 누구나 동기 유발이 되고, 그 동기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어떤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말과 생각이 달라진다. 우스개로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모두 X처럼 된다,’는 말이 있잖은가. 옷을 잘 차려 입고 나온 날은 자신감에 차 있다. 옷은 그처럼 우리 몸과 마음에 혼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의식하게 만드는 효과가 높은 감성 촉진제(促進劑) 같은 것이다.

 

“저는 그런 정신을 넣어 주는 옷 가운데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 옷이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세계화가 돼도 우리의 혼이 깃든 우리나라 옷의 본성이 어딜 가나요. 유구한 역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정신이 한복으로 투영됐음을 저는 느끼고 있거든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며, 산과 물이 아름답다는 산자수명한 우리나라. 그 자연의 색감과 사시사철이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풍경은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아기자기한 색과 선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스토리가 인류 보편적인 예술로 융합된다면, 그림에서부터 조각, 문양, 의상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제품이 패션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것을 찾아내 제품에 적용하는 크리에이티브, 즉 창조와 개척 정신이다.

 

의상을 총칭하는 ‘드레스’ 디자인

 

모든 패션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드레스는 모든 의상을 아우른다. 그래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말해서 속옷부터 시작해서 넥타이, 스카프, 가방까지도 디자인할 수 있는 실력가로 인정받는다. 이 씨는 자신만의 드레스를 디자인하게 된 것은 서양의 의상인 드레스를 완전히 이해하고, 우리 고유의 한복을 접목해 드레스 디자인에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적인 패션회사의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가고 있어요. 디자인 소재가 그만큼 희귀해 졌으니까요. 아마 디자인에 응용할 수 있는 소재는 거의 다 건져냈다고 봐야 지요. 이제 남아 있는 나라는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양권 나라인데 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옷, 한복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의상이 없죠. 한복 복식을 공부해보니, 문양이 다양한 한복은 색깔 역시 다양해요. 최근 한국에 와서 연구하는 디자이너들로부터 함께 협연하자는 제안을 받는데 그 말은 아직 한국적인 것을 살려낸 디자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저한테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점은 그동안 우리 것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의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기준을 새롭게 찾아야 해요.”

 

부부커플 ‘넥타이’와 ‘스카프’

 

“넥타이가 너무 안 예쁜 거예요. 어째서 모든 넥타이들이 개성은커녕 모양이 비슷비슷할까, 명품 브랜드 제품도 그렇죠.”

 

이 씨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라인’을 지적하고. 자신이 만든 한국적 혼이 담긴 넥타이와 스카프를 들어보였다. “멋지지 않습니까? 선이 아름답고 고급스럽잖아요. 우리나라 민화를 원용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겁니다. 이건 요즘 MZ세대 여성들이 목에 거는 미니스카프인데 목에 살짝 걸치기만 해도 너무 멋지죠.” 그녀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도 한국적인 미를 살려 디자인하고 있다.

 

 

이 씨는 열악한 한복시장을 살리고자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것도 좋지만, 외국 디자이너들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한국적인 것들에 푹 빠져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 상품을 출시해서 얻은 판매 수익금으로 운영할 보육원 설립도 서둘고 있는 이 씨는 “보육원 이름을 “have children‘이라고 지었어요. 홈페이지도 준비 중”이라면서, “아이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 돕는 일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실토했다. 자신이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 손이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이 일만큼은 꼭 해야겠다는 게 이 씨의 각오였다.

 

한국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이 씨는 드레스 분야에서 한복 드레스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스스로 그런 디자이너가 “저밖에 없다.”고 하면서 “그러니 자연히 책임감을 더 느끼게 돼요. 앞으로 얼마나 더 연구 활동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많은 패션제품을 쏟아 놓고 싶어요. 지금까지 연구해 놓은 것들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소망이죠.” 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고인인 이영희 선생은 한복을 가지고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다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라지만, 이영희 선생처럼 업적을 남긴 분도 있다. 면서 그녀는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길을 가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낸 이 영희 선생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 제 생각이고 사명감이죠. 우리 한복을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실용화시켜서 후학들이 많아지도록 하고 싶은 거죠.” 라는 포부를 밝히며, 테이블에 펼쳤던 나비와 모란 무늬의 화사한 스카프와 넥타이를 다시 넣고 돌아가는 그녀의 뒤를 보면서, 웨딩드레스는 어째서 하얀색으로 만 되어 있을까? 한복의 색동저고리처럼 무지개 색으로 만들면 안 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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