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스라한 수백만 평에 달하는 경작지, 트랙터, 공중 농약 살포 등 세계적인 농업 국가 미국농업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전체 경작지의 21%는 흙을 갈아엎지 않고, 그중 12%의 경작지는 화학비료 대신 녹비(綠肥) 작물을 키워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농업이라고 해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 데다 세계적인 메이저 곡물 회사들까지 기후 친화적인 농업을 하는 경작지에 보조금까지 주면서, 비료와 농약의 대량생산 농업에 의존해온 농부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보조금을 받으면서 기후 위기극복에 동참하자는 미국의 ‘기후 친화적인 농업’은 성공할 것인가?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business, 2022년 7월 12일 자 참조)
식량 확보 차원인가? 기후 위기극복인가?
세계적 메이저 곡물 회사들의 탄소 보조금
휘몰아치는 비가 레이 게서 씨의 2층집 유리로 마감한 ‘더 타워, the Tower’의 유리창을 부수듯 때렸다. 타워에서 앞을 보면 아이오와주 코닝(Corning)을 둘러싼 수 마일에 펼쳐진 부드럽고 완만하게 경사진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 오는 날 들판의 풍경과는 사뭇 동떨어진 표정으로 게서 씨는 내년에 농부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지 곰곰이 고민하고 있었다.
트랙터와 파종기가 올해 초 그의 집 근처 들판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중서부 들판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올해 69살의 게서 씨는 희망에 차 있었다. 곡류 가격이 급상승했고, 농산물에 대한 국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탄탄한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이지만, 급격히 상승한 연료비, 비료 값, 그리고 농사를 짓는데 필수품들의 가격이 올라 탄탄하리라 예상했던 자신의 수익이 크게 깎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의 수익을 깎아 먹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세계적인 메이저 곡물 회사들이다. 펩시코(PepsiCo), 카길(Cargill) 월마트(Walmart) 그리고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같은 회사들은 게서 씨와 같은 농부들에게 다양한 금융장려책과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기후 친화적인 농업 기술을 채택 하도록 설득하는 중이다.
그들은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은 최소한 7,000만 에이커(85억 6,800만 평),
그러니까 대략 미국 전체 경지면적의 18%에 해당하는 땅을 2030년까지 자연을 회복하는 농업 기술을 이용해 경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서약했다. 광합성을 통해서 나무들은-옥수수건 일반 나무건 관계 없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에너지로 바꿔 흙에 저장한다.
자연회복 농업 기술 가운데 이를테면, 가을에 녹비 작물을 심는 농법도 그중 하나다. 나무가 에너지를 흙에 저장하는 과정은 보통 초목이 말라버린 겨울에 중단되지만 자연회복 농업 기술은 그 과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기술을 농부들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몇 가지 복잡한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니까 메이저 회사들이 후원하는 쌍방 협정 프로그램은 농부들과 비용을 분담하자는 협정일 수도 있고, 생산량의 감소가 생기면 감소한 만큼 보상하겠다는 협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흙에 저장하는 만큼 보상한다는 협정일 수도 있는
데, 어떤 협정이건 간에 아직은 시험 단계다. 이런 협정은 그 들 회사가 세운 자연회복 농업 기술 도입 목표 가운데 겨우 일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농부들은 그들 회사의 장려책은 농경지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유발되는 추가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매우 회의적이다.
“우리가 다른 식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들, 그런 회사들 입장에서 그게 뭐가 그리 대수겠어요?”라고 ‘게서’ 씨가 반문했다. ‘게서’ 씨는 영농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농업분야를 조언한 공화당원이기도 한 그는, 기후 친화적인 영농 기술을 열렬하게 지지했었다. 실제로 그런 기술 몇 가지를 사용해 아들과 함께 5,400에이커(661만 평)에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농부들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관행 농법을 다른 농법으로 바꾸는데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 비용을 농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후 친화적인 농법을 함으로써 전체 먹이 사슬을 통한 가치라든가 기회가 주어져야만 하니까요”라면서 “그래야 고객들이 기후 친화적으로 지은 농산물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할 게 아닌가요?”
세계 식량 공급망 붕괴 등 식량 확보를 위한 보조금인가?
전 지구적으로 볼 때 식량 생산 시스템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배출량을 줄이는 ‘눈에 확 띌 수 있는 계획’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다른 계획에 착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플라스틱 포장을 없앤다든가, 물의 사용량을 줄이는 등 농산물을 지속 가능한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기가 하필이면 세계 식량 시스템에서 볼 때 가장 취약한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식량 공급망의 붕괴, 세계 6대 빵 바구니의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으로 메이저 곡물상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앞다퉈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농부들이 생산한 식량 대부분을 독차지하는 시점이다.
현재의 농업 시스템은 “온실가스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일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지 못하다”고 비영리 조직인 「Nature Conservancy(자연보호)」의 식량과 물 수석과학자인 한스 비르게(Hans Birgé) 가 말했다. 이 조직은 지속가능성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회사와 팀을 이루고 있다. 그는 “우리는 농부를 위해 일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공급망(供給網)을 위해 일하지도 않고 소비자를 위해 일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누가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키우는 식품 재료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만 하는가 -농부들인가, 회사인가, 소비자들인가, 아니면 연방 프로그램을 만든 정부인가- 하는 물음은 자연 회생 농업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여러 질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교수, 비영리 조직, 여러 회사, 그리고 농민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그들은 자연 회생 농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냐? 고 되물으며, 표준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어떤 구획에서 작동되는 농법이라 해서 또 다른 구획에서 작동한다는 보장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 친화적인 농업의 최대 장애는 농부의 경험과 나이
뭐니 뭐니 해도 자연 회생 농법을 적용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건 농민 자신들일 것이다. 그들의 나이, 그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 나름의 도전을 의미하는 문화와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미국 농부의 평균 나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7년에는 거의 58세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농부들에게 연중(年中)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농업 기술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라고 납득(納得)시키기가 어려운 과업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농부들은 오히려 새로운 농업 방식을 수락하고 있지만, 농업 기술을 통한 기후 변화 해결책이 민주당 사람들만의 화두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 사람들은 가뭄이 잦은 것과 2019년 대홍수와 같은 재난이 일어난 이유를 오랫동안 기후 사이클이 정상을 벗어난 탓이라고 보고 있다.
“더 큰 비가 내릴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 비는 평상시에 내리는 비보다 더 많은 양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네브래스카 주의 정치적 분위기를 보면 그런 비쯤 온다고 해서 기후 변화를 정치적 화두로 삼을 것 같지는 않다.”
5세대에 걸쳐 농사를 지어온 올해 74살의 네브래스카 페어몬트에 거주하는 밥 베트거 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비꼬았다.
“우리 농부 대부분은 당신들이 무슨 일을 해서 기후를 바꿔보려고 하든 간에 기후라는 건 당신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고, 그저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베트거 씨는 들에서 일하는 농민으로서 은퇴하고, 자기땅 가까이에 사는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하겠다며, 자신의 소유지 1500에이커 중 240에이커(약 3만 평)를 회생 농업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다음 해 부터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보상을 받기로 했다. 그는 “만약 당신들이 흙에 이산화탄소를 가둬놓은 걸 보고 싶다면 농부들에게 경제적인 장려금을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친화적인 농업의 ‘새로운 위험’
코로나 팬데믹을 헤집고 나오자 이번에는 노동력 부족이 왔고, 뒤이어 주요 농산물의 공급망이 무너졌다. 그리고 식품 회사들은 최근 몇 달 사이에 급격히 일어난 농산물 인플레이션의 도전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미 식품 회사들은 시리얼, 칩과 쿠키 등 제품 가격을 올림으로써, 제품을 만드는 데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콩, 그리고 밀 등에서 이미 올라버린 가격 상승분을 메우고 있다.
그래서 이들 회사가 목표를 이룰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손 쳐도 ‘지속 가능한 농산물에 대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말은 거의 고려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음료 산업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 기구로 운영하는 「국제 식량 정보 위원회(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가 올해 초에 발표한 조사 하나를 예로 들면,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회생 농업 기술을 이용해 재배한 농작물에 돈을 더 쓸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에게 회생 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보상이 있다는 식으로 초점을 모아가고 있다.
지난해 거대 식음료 기업인 펩시코(PepsiCo)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700만 에이커 (85억 6,800만 평) -이 회사가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 영농 지역- 에서 회생 농업기술을 사용하게 할 것을 밝힌 것이다.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지난해 76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이 회사는 일부 시험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와 농부가 서로 비용을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농부가 기후 친화적인 농업 기술을 사용해 그들의 경작지-몇 에이커라도 관계없이 농사를 지으면 펩시코가 그들에게 1년간 에이커당 10달러에서 40달러를 지급 하겠다고 했다. 펩시코는 34만 5,000 에이커(4억 2,000만 평)가 다양한 기후 친화적 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내년에는 이 성장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리라 믿고 있다.
“우리는 농민들이 농업 기술의 전환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다리와 다리를 통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펩시코의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환경 규제에 대처하고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수익 창출을 모색하는 업무가 주어진 기업체 간부)인 짐 앤드류 씨가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금 알게 된 것은 농민들이 그런 기술을 시도해 농사를 짓고 나면, 그 다음 해부터 적극적으로 그런 기술을 적용할 경작 면적을 넓히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그런 기술을 사용하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비영리 조직인 「토양 건강 연구소(Soil Health Institute)」가 카길(Cargill)사의 지원을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회생 농업 기술을 사용한 농장 100곳을 들여다본 결과 67%의 농장이 더 많은 옥수수와 콩을 생산했고, 생산 비용까지 절감돼 그만큼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흙의 성분을 바꾸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흙의 성분을 바꾸는 일은 끊임없는 노력이 들어가야만 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영농이
재정적으로 농민들에게 이로운지 아닌지 그 여부는 여전히 공개된 질문이다.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대부분 회사는 그런 비용을 기꺼이 지급하려고 하겠지만, 사실, 그들 회사도 이런 일에 비용이 얼마만큼 더 들어갈 것인지, 혹은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 명확히 예측할 능력이 없다”고 데비 리드 씨가 말했다.
그는 기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회사와 농부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생태계 서비스 시장 협력단(Ecosystem Services Market Consortium)」의 전무다. 그는 이어 “농부들이 이런 일에 직접 연관을 맺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만약 농부들 자신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파산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기후 친화적 농업은 오래전부터 시작했던 지속 가능한 전통 농업
기후 친화적 회생 농업은 기후와 연관된 사람들 사이에서 는 유행어가 될 수 있을지라도, 회생 농업 뒤에 있는 농업 기술은 절대 새로운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소규모 분견대와 같은 농민들의 일단이 이런 농법을 사용해 왔다.
이를테면, 수확한 뒤에 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걸 줄이거나, 혹은 갈아엎지 않음으로써 흙의 침식을 막았다. 이 밖에도 가을에 녹비 작물을 심는다거나, 해마다 다른 작물을 번갈아 심으면서 흙에 들어있는 주요 영양분이 고갈되지않도록 했다. 소와 다른 가축을 들에 놓아기르면서 들녘의 방목지를 관리하는 등 모두 예전부터 사용한 농법이다.
그런데 영농의 기술적 도약이 이루어지면 결과적으로 종자 개량, (녹비 작물로 만든) 종합 비료, 그리고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작물의 수확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수확량이 늘어난 만큼 높아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영농 기술은 널리 쓰일 듯도 했지만, 생각처럼 유행을 타진 못했다.
더욱이 농민들은 그들이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다양해지고, 이른바 지속 가능한 새로운 영농법을 도입할 경우 늘 그렇듯이 해 보지 않은 것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새로운 도전 의욕이 꺾이고 있었다. 더구나 기존의 정부 프로그램, 이를테면 수확량이 형편없거나 수확하지 못했을 때 농부들에게 돈을 주는 「연방 작물보험 프로그램」 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농법을 굳이 바꿔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은 농부들이 지난해 생산량을 근거로 제시하면 옥수수와 콩과 같은 상품작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농민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관행농법을 뒤집고, 어쩌면 농부들에게 회생 농법에 따른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과 잠재적인 위험을 떠안으라고 하는 건 설득하기 힘든 작업이었다. ‘경작지의 대략 21%는 흙을 갈아엎지 않고 계속 4년 이상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농사를 짓고, 오로지 12%만이 녹비(綠肥) 작물을 심었다’고 2017년 미국 농무부가 밝혔다.
미국 농무부는 5년에 한 번씩 농업 기술과 토양에 대한 상태를 조사한다. 올해가 그 조사 연도(年度)로 전문가들 대부분은 흙을 살리는 농법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오르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기대하는 부분적인 이유는 녹비 작물을 심으면 비용 지출이 훨씬 더디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들은 올해 초 녹비 작물 씨앗 값, 장비 값, 그리고 해마다 녹비 작물을 심는데 들어가는 노동비용 등을 따지면 에이커당 (1224평당) 37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식이라면 아이오와주의 300에이커(36만 7,000 평)에 녹비 작물을 심는다고 쳤을 때 1만1,000달러가 추가 비용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기후 친화적 농업의 비용 증가, 농산물 가격 인상 요인
기후 친화적 농업의 비용은 해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상승분까지 더해져, 비용의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비용을 상승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시간이다. “우리가 심고 있는 녹비 작물은 클로버인데, 이걸 우리의 12달 치 봉급이나 마찬가지인 첫 번째 작물 수확이 끝나면 곧바로 심습니다”라고 아이오와주의 「일하는 농부들(Practical Farmers)」의 이사인 나단 앤더슨 씨가 말했다.
비영리 조직인 「일하는 농부들」은 농부들이 기후 친화적인 농법으로 더 많이 이동할 수 있도록 농부들과 여러 회사가 함께 모여 일한다. “그렇지만 사실 첫 수확이 끝나자마자 다른 작물이 아닌, 녹비 작물을 심는 건 새로운 위험 부담이죠.”
아이오와주 북서쪽 Aurelia를 빙 둘러 나 있는 자갈길은 최근 내린 비로 바퀴 자국에 빗물이 흥건히 고인 곳이 많았다. 올해 34살 앤더슨 씨는 그런 물구덩이를 피해 자신의 픽업 트럭을 요리조리 몰면서, 그가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는 땅에 새로운 지속 가능한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의 바람이 불어도 자기 땅의 표층(表層) 흙은 그대로였고, 봄비가 내리면 자기 땅으로 물이 잘 스며들었다는 거였다. 그는 흙의 놀라운 변화는 자신이 땅을 갈아엎지 않고 다양한 녹비(綠肥) 작물을 심은 탓이 아니겠냐고 했다.
이산화탄소에서 금(金) 찾기
오늘날 최신판 골드러쉬라고 할 만한 일이 미 중서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까맣고 잘 부스러지는 흙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수입원- 탄소가 있다고, 식품 회사들과 다른 회사들이 농부들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길(Cargill)은 회생 영농 기술을 이용해 흙 속에 격리했거나, 공기 중에서 포집하여 흙 속에 넣었거나 하여 그들의 경작지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면 톤당 20달러씩 농부들에게 보상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길은 비공개 회사지만, 2년 전에 그들은 2030년까지 1000만 에이커(122억 4,000만 평)의 땅을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카길은 지금까지 36만 에이커(4억 4,000만 평)의 경작지가 회생 농업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농법을 사용해 흙에 격리된 탄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는 농부들과 목장 공동체가 이 프로그램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카길의 친환경 지속가능성 그룹을 이끄는 히더 탄세이가 말했다.
카길은 미국 중서부를 누비고 다니는 많은 법인회사와 일반 회사들 가운데 하나로, 농부들에게 흙에 이산화탄소를 격리하자는 계약서를 들고 다닌다. 카길의 입장으로 보면 농부들이 땅에 격리하는 탄소는 그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의 한 부분이라 해도 좋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 사들도 탄소배출권을 팔고 있다. 지난해 2030년 까지 탄소배출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Microsoft사는 200만 달러, 그러니까 「Land O’Lakes 농업 협동조합」의 회원들이나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농부들이 경작하는 땅에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경우, 톤당 20달러씩 지급함으로써 그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농부는 자신들에게 제공되는 탄소 격리 가격이 너무 낮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우리가 살펴본 카길(Cargill) 프로그램은, 우리 생각에 확실히 탄소상쇄권(carbon offsets,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활동을 하거나 환경기금에 투자하는 것)을 파는 것은 궁극적으로 농부들이 해낼 수 있는, 더구나 돈까지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라고 줄리에 밀러 씨가 말했다.
그녀는 남편인 브렌트 씨, 그리고 그녀의 딸인 엘리에와 함께 아이오와주 오나와(Onawa) 근처에 있는 3,000 에이커(367만 2,000 평)의 땅을 경작하고 있으며, 그 땅의 일부는 6세대에 걸쳐 가족이 경작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말이죠. 탄소상쇄권은 발전 단계로 보면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당신은 겨우 몇 달러를 받고 탄소상쇄권을 파는 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아마 장래에는 탄소상쇄권 거래가 농업을 크게 발전시킨 가치 있는 일이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올해 카길(Cargill)사는 톤당 25달러를 농부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흙에 탄소를 격리하려면 여러 해가 걸릴 수 있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경작지의 흙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고 확인하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흙에 탄소를 격리하는 일은 진행 중”이라고 Ecosystem Service Market Consortium의 리드 여사가 말했다. 레이 게서와 그의 아들인 크리스 게서는 탄소 격리 프로젝트를 단념했다. 왜냐하면, 그 프로젝트는 그들 부자에게 일정 기간 땅을 갈아엎지 않았다는 증거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입증합니까?” 36살의 크리스 게서 씨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농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농장으로 돌아온 젊은이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 “헛간에 있는 트랙터를 보여 드려요?”라고.
젊은 세대로의 승계가 이루어진 그 두 남자는 영농 방법이 바뀌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농법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와 같은 장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다양한 기후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느냐면서 그 방법을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우리의 사업 모델은 우리가 축복을 받아 가지게 된 땅을 보호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당신도 여전히 당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아버지 게서 씨가 말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게 핵심이 뭡니까? 다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닌가요?”
비료와 농약이 나오기 이전에는 모든 농업은 지속 가능했고, 흙의 미생물과 인류는 공존했다. 그러나 비료와 농약으로 대량생산과 대량 사육이 시작되고, 이른바 돈을 벌기 위한 농업이 지난 70여 년간 이어지면서 인류의 생명을 책임져 온 흙 속의 미생물들이 농약과 화학비료에 더는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흙의 미생물이 멸종하면 지상의 인류도 절멸할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미생물을 죽이면서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한 식량 생산을 계속할 것인가? 지구촌 한편에서는 10초에 한 명씩 굶어 죽어 가는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인류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곡물이 주식시장의 투기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 27%, 식량안보만큼 중요한 건 없다. 이제는 우리의 생명, 흙을 살리면서 지속 가능한,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했던 우리 조상들의 자연농법을 되살려 우리나라가 식량 자급 국가가 되는 길 뿐이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