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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쓰리 고(three 高)」경제 폭풍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일기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허리케인의 경우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도가 세지는 속도가 과거와 달리 무척 빨라지고 있어 허리케인의 규모와 속도를 미리 예측해 허리케인이 통과할 지역에 사전예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허리케인 이안이 상륙한 미국 플로리아주의 카운티 공무원들은 주민 철거명령을 내리기전에 해당 지역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는 예보를 기다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보를 기 다리는 것 자체가 시간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경제현상도 허리케인 예보와 유사한 어떤 일 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근 뉴욕타임스 경 제 칼럼리스트 겸 뉴욕시립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Paul Krugman은 “미국 연방준바제도가 인플 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경제학자들과 사업가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글을 썼었다. 그는 “지금 그때보다 그들의 웅성댐이 더 크게 들린다”며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인력시장이, 어떤 측면에서 여전히 활기를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을 고려함이 없이 연준이 유행에 뒤떨어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확신이 갈수록 더 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주장이라는 전제하에 “연초(年初)부터 연준이 올리기 시작한 이자율 인상 효과가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인력시장 통계가 어찌됐든지 그런 것에 신경끄라 했다. 왜냐하면 지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줄어들었고-생산과 고용이 지연(遲延)되고 있기는 하지만-이의 영향이 경제전반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는 일부 사업 분석가들이 흔히 말하듯이, 아마도 ‘굴러가는’ 것이리라.  


지금 재정 안정과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버티고 있는 경화(硬貨), 즉 미국의 달러에 의한 정 책적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미 연준이 물가 방어를 위해 긴축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강한 달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달러 화의 강세로 신흥시장에서 지본 유출이 발생하면 당장 위기를 초래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연준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대폭적으로 돈을 옥죄는 일을 오랫동안, 실제로 1980년대 이래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연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경기가 안 좋았던 옛 적의 금융정책으로부터 배웠던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교훈이란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 경과해야 높은 이자율이 경제 둔화나 인플레이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준의 정책이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자.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채널은 주택을 통해서다. 고가의 이자율은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며, 이는 곧 건설물량의 축소로 이어진다. 그래서 주택건설로 벌어들인 소득이 줄어들면, 다른 상품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반에 불황의 바람이 도미노처럼 밀어닥치게 된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런 걸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연준이 이자율을 인상하자마자 건축허가신청서 신청건 수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아직 건설현장에서의 인력은 줄지 않고 있다. 이는 많은 건설근로자들이 이자율이 낮을 때 시작된 주택 건설의 마무리를 서두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틀림없이 다가올 주택 건설 불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몇 달 뒤의 일이다. 


연준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주요 채널은 달러 가치를 통해서다. 강한 달러는 미국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반대로 수입물량을 늘리게 함으로써 궁극 적으로 경제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 공급망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강한 달러로 인한 경제의 파급 효과는 실제로 내년이나 돼야 나 타날 것이다. 요컨대 지금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사정은 근본적으로 과거에서 원인을 찾으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2020년 초반으 로 돌아가 보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하락하던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높아졌다. 왜 그랬을까? 이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개인과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대출을 지원하는 등 많은 돈을 뿌려 시중에 쓸 수 있는 돈, 즉 통화량이 많아졌다. 또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 아지며 사람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소비를 늘렸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으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면 물가가 오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최근 일본이 여행규제를 풀자, 일본행 항공기 요금이 3배까지 뛰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듯이 미래를 살짝 내다보려면 현재의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8월 미국의 구인(求人)신청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구인신청이 줄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특히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해 왔던 이들- 노동시장이 경색됐는지 여부를 조 사할 때, 실업률보다는 실업률에 대한 일자리 공석(公席)비 율을 따져보는 게 보다 현실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비율은 여전히 높긴 하지만, 상당히 줄어들었다. 골드만삭스가 표현하고 있듯이 일자리와 근로자 사이에 벌어졌던 공백(격차)이 지난 몇 달에 걸쳐 거의 절반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  또 다른 보고서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멈췄다고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임대료의 증가로 이어 질 것이다-임대료는 기본적으로 거주비의 공식 추정치를 결정하며, 정책 대부분 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다-.

 

그러니, 이걸 어쩌겠나. 공급망이 고장 나면 경제는 지장을 받고, 인플레이션에 의해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9월 태평양을 건너는 컨테이너 선적 비용은 20,586달러였는데 지금은 10분의 1로 떨어진 2,265달러다. “이러한 지표를 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충분한 일을 했고, 아울러 경기후퇴의 가능성을 너무나 높여놓았다”고 Paul Krugman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확신할 순 없다고 한다. 정책이란 항상 위험(risk)과 위험(risk)사이에 균형을 잡아가기 때 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연준이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위험(risk)은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반면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위험(risk)은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몇 차례 올렸지만 미국의 물가는 9월에 만 8.2%가 뛰었다. 에너지가 19.8%, 식품 11.2%, 주거비가 6.6% 각각 올라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그래서 연준은 또다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물가가 잡힐지는 의심이 든다.

 

우리나라 역시, 5%대 고물가에 강달러가 겹치면서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3%대로 올려놓았지만 빅스텝을 밟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침체되어 있지만 환란 때와 다르다”고 했다. 그의 말은 단기 간에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거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 워지는 위급상황은 아니라는 소리겠지만 1,9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안고 살아가는 국민의 입장에서 할 소리는 아닌 듯하다. 연동금리로 이자를 물어야 하는 나는 지금 돌에 맞은 연못의 개구리처럼 머리가 띵하다. 산토끼가 껑충껑충 산 언덕을 뛰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물가와 이자율 상승을 보면서, 물가를 잡기위해 어쩔 수 없다는 금융전문가들의 레퍼토리가 흘러간 옛날 노래처럼 들린다. 


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인상을 발표하는 날, 여의도 전철역에서 나와 사무실까지 걸어오면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슬쩍 슬쩍 엿봤다. 이자 부담에 거미를 삶아먹은 속 같은 나와 달리 그들은 여전히 담담하게 변함없는 일상을 활발하게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나만이 우울한 듯 했다.

 

뜬금없지만 이 글에 영국의 재정 위기를 포함시켜 보자. 영국의 최근 채권 시장의 혼란은 자기들이 키운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엉망이 된 경제는 급격히 오르고 있는 이자율(그리고 전 세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달러 강세)로 야기될 잠재적인 대혼란의 전조(前兆)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래에 닥쳐올 경제폭풍을 막아낼 수 있을까? 오직 기준금리를 올리는 길 뿐일까?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7%, 그러니까 나머지 73%를 비싼 달러를 주고 수입해 먹는 나라다. 그런데 못 먹어서 버리는 음식-흔히 음식쓰레기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음식은 쓰레기가 아니라 못 먹어서 버릴 뿐이다-돈으로 치면 1년 에 20조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5%올리면 이자부담이 17조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음식물을 버리지만 않아도 미 연준의 눈치를 보면서 언제나 심각한 표 정으로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터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음식물뿐만 아니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경제재(經濟財)에 지독한 거품이 끼어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머지않아 반드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것이다. 다만 그때를 알 수 없으니,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근검(勤儉)으로 거품을 뺄 수밖에.   


이제 금리 폭탄 돌리기를 멈추시라. 우리나라 경제에서 제거해야 할 거품이 어디에 얼마만큼 끼었는지 찾으시라. 그것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매일 매일 발표하시라. 물가 석, 잡을 열 로 국민들이 대통령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때까지.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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