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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물가 상승이 정치적 원인이라고?'...축구 경기를 통해 본 인플레이션

권두칼럼

 

연말 토론회에서 미 연준에 슛을 날리는 사람들

 

“여러분이 만약 ‘경제학자들은 파티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지극히 옳은 판단입니다” 라고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가 뉴욕타임스 사설에 썼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읽어봤더니, 샴페인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를 다스리는 게 보통인 그믐날 밤에 이름 있는 경제학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관한 사려 깊고 진심 어린 온라인 토론에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자율만 펑펑 올려대는 미 연준을 비판하는 토론자를 발견하고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필자 역시 미 연준을 때리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고 한편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런 경제학자가 있다니까.

 

없는 사람들만 고통 받는 이자율 인상의 냉혹한 현실

 

2023년 새해의 며칠이 막 지났을 때였다. 필자는 아침 일찍 여의도역 밖으로 나오다가 옆 눈으로 지하철 입구에 신문 한 부가 남아있는 걸 보고 집어 들었다. 신문 하단에는 한국은행이 곧 7번째로 이자율을 올릴 거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사의 예측대로 이자율을 7번째로 인상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거짓말에 당했다는 듯이 일반인들은 데면데면한 것 같았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다.

 

그런 인상률 에 놀라서 기준금리를 또 올린 건지 아닌지 솔직히 필자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7번째 금리 인상이라는 말에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동안 6번이나 올렸는데 물가가 잡혀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록 집값이 내려간다지만 난방비 등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가 장난이 아닌 데다 은행이자를 내야하는 나같은 연금생활자가 희생양이 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여의도역을 나와 정면으로 보면 고층 건물이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다.

 

문득 “건자재 가격이 2배 이상 뛰었고, 이자율이 올랐는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구나”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자율이 올라가면 없는 사람들만 고통을 받는 게 현실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고개가 절로 떨궈졌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 어째서 물가는 오르고 돈의 가치가 높아지나?

 

여하튼 이자율은 금리고, 금리는 돈의 가치다. 필자는 엄청난 돈이 풀려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필자의 초임이 30만원이던 시절과 비교해 보자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돈이 많아졌는데 금리가 높다? 그 까닭을 머릿속으로 추적하다가 헷갈리고 말았다.

 

다시 폴 크루그먼 교수의 글로 가보자. 그는 연말에 진행된 인플레이션 토론을 보면서 “자신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길 잘했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정치와 불결함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학을 직업으로 선택했던 자신이 몇십 년 전에 그토록 찾고 있었던 이론(?)이 토론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경제학에 정치적 함의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다.

 

그 토론은 프랑스출신의 전 IMF 수석 경제학자, 올리베르 블랑샤르(Oliver Blanchard, 1948~,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바로 잡아 온 경제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정책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이 빠지곤 했던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정당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회사와 근로자들 그리고 납세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배적 갈등의 소산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란 다양한 선수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때 비로소 멈춘다”고 했다. 블랑샤르의 그런 말은 좌파에 속하는 누구의 신념도 아니었는데도 다른 토론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그들은 블랑샤르의 주장에 맞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과도한 공급의 결과이고, 너무 적은 상품을 사고자 하는 너무 많은 돈의 결과, 즉 그것과 대충 같은 의미로 말한다면 과도하게 뜨거워진 경제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른 토론자들이 일어나 블랑샤르를 방어하고 나섰다. 특히 임금-가격 나선(螺旋) 이론을 연구하는 M.I.T.의 Iv án Werning(아르헨티나 출신의 경제학자)교수와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의 Jared Bernstein(1955~, 미국의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권력으로 인해 생겨났다는 논리를 토론에 끌어들였다.

 

인플레이션은 회사와 근로자 그리고 납세자들의 분배적 갈등이 원인

 

블랑샤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크루그만 교수는 “기업은 더 높은 가격을 제품과 서비스에 부과하려 하고,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왜냐하면, “지금 통화 공급량이 너무 늘어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기업은 수입(收入)을 늘리려고 한다. 이를테면, 에너지 가격이 오른 만큼 매입량을 줄여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상쇄하려고 하는 반면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회사와 근로자들이 각각 더 많은 경제적 파이를 얻기 위한 시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멘토이자 2018년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노르드하우스(William Nordhaus, 1941~)가 한 말을 상기시키며, 인플레이션을 미식축구 관람석에서 짜릿한 장면을 보기위해 관객이 일어나는 현상에 비유했다(만약 여러분이 미식축구에서 짜릿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프리미어 리그 축구경기를 생각해도 무방하다).

 

모든 사람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짜릿한 순간을 보려고 일제히 일어난다. 그래서 문제를 오히려 집단적으로 키우는 꼴이 된다.

 

여러분의 앞줄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 일어서서 경기장을 보려고 하는 순간,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사람이 인플레이션처럼 일어서 있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경기(景氣) 과열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란 경기장 객석에서처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더 좋은 시야를 확보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 경기(競技) 자체가 매우 짜릿한 게 원인을 덧붙인다.

 

경제와 축구경기는 짜릿해야 제맛, 덤덤한 경기에서 얻을 것 없어

 

회사는 언제나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하고, 근로자는 더 높은 임금을 놓고 협상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협상은 회사 매출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풍부할 때만 가능하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경기(競技)의 짜릿함이 될수록 덜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경기(景氣)의 속도를 늦추거나, 심지어 후퇴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객석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다시 자리에 앉게 돼,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테니까. 이런 주장이 그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기본 정책들이다.

 

이를 위해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은 계획적으로 경제를 정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기업에겐 “가격을 책정하는 힘”을 더 이상 가지지 말아 달라고 하고 근로자들에게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설득하고 있다.

 

경기(景氣)후퇴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라고 크루그먼 교수는 묻는다. 우리는 풋볼 게임이 흥미진진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풋볼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자니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경기가 흥미진진하고 뜨겁게 달아오른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면도 있는 법이다. 노동시장이 탄탄해지고 수년간 계속되는 불평등한 임금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그런 혜택을 버려야 하다니..

 

기업과 근로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도구를 찾아야

 

1970년대로 돌아가보자. 당시 경제가 불끈 달아오르고 있었으나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서 이를 높이기 위해 일부 장려책(incentives)과 도의적 권고까지 합친 ‘소득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부분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닉슨 대통령의 가격 통제, 그리고 정부의 능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 때문에 유야무야 되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소득정책’이 성공한 역사적인 사례로 1985년 이스라엘의 예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이스라엘은 심각한 경기후퇴 없이, 일시적인 임금과 가격 통제를 가함으로써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치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오늘날 범세계적인 거대한 경제규모에서 그런 일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그저 이자율만 올리는 미 연준의 정책을 뛰어 넘는 도구(수단)를 찾는다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고통을 덜면서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해도”라고 했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도구를 찾아내야 한다고 은연중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업에 가격 인상을 억제해 달라는 정부의 강력한 설득을 하려고 상당한 고민을 했고,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은 에너지 비용을 가격 인상분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리인상 외에도 에너지 등 생활물가 상승에 맞설 방법 토론해야

 

크루그먼 교수 는 “이제라도 그런 정책을 정설로 보는 풍조를 재고하자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토론회를 통해 알게 됨으로서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 토론이 자신을 매우 고무(鼓舞)시켰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물가상승을 잡는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 어떨까?

 

한국은행의 분석이 언제나 100% 맞는 것도 아닐 테고,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대까지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비쳤지만, 그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연말 토론회에서 블랑샤르가 말한 대로 ‘회사와 근로자 들, 그리고 납세자들 사이에서 일어나 는 분배적 갈등’으로 인한 소산일 수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물가를 잡는 게 오로지 기준금리 인상뿐인지, 그 외에는 다른 방도는 없는지, 특히 에너지와 생활물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토론을 통해 그 해결책에 다가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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