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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탄소중립실천,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정책 10가지 (제8-1편)

자전거 타는 미래 인류, 호모-사이클로쿠스(Homo-Cyclocus)

『제8-1편』 36만의 네덜란드 중소도시가 '세계 1등 자전거도시'로 된 까닭은? 

 

 

 

자전거가 지나가면 무조건 멈추는 자동차

 

우리가 묵는 암스테르담 숙소에는 욕조가 없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고 싶었지만 샤워로 만족해야 했다. 1회용 용품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세면대 선반에 얹어놓은 수건 3장이 전부였다. 대신 아침 식사는 마음에 들었다. 메뉴라야 빵과 햄, 치즈. 향이 나는 오이와 토마토가 전부였지만 지극히 신선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 유리창 밖에선 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비쳤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빠르게 밀려와 다시 비를 뿌렸다. 변덕스런 날씨였지만 저 멀리 자전거 도로와 운하의 물길을 따라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을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자전거 길이 없어 숨 막히는 전철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의 내 처지가 가련했으니까.

 

오늘 우리는 열차를 타고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도시라는 위트레흐트 주의 주도(州都)인 위트레흐트시와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utch Cycling Embassy)을 찾아갈 것이다.

 

아침식사를 끝낸 우리는 숙소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했다. 두 사람이 36유로를 내고 24시간 자전거 이용권을 끊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자전거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보통 자전거로 편안한 안장에 검은 색이었다. 이 자전거를 나눠 타고 우리는 숙소에서 7.5km 떨어진 암스테르담 암스텔 역을 향해 출발했다.

 

 

김PD가 자전거 핸들바에 부착한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보면서 앞장섰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중간에서 길을 한 번 놓쳤지만 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년 남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 한 아름도 더 될 거대한 가로수 숲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운하의 다리를 건너 운하와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길을 가다 시내로 접어들었다.

 

맞은 편 방향에서 오는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자전거가 끊임없이 우리를 휙휙 스쳐 나갔다. 나는 뒤에서 오는 사람들로부터 추월을 당했는데 뒷모습을 보니 모두 여성이었다. 매일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속도가 빨랐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남성과 여성은 반반씩이었다.

 

자전거 길은 모두 평탄하다고 했지만 운하 다리까지 오르막이고, 운하 둑 내리막은 경사도가 30~40도는 되었다. 하지만 시내로 들어서면 자전거전용도로 상태는 최상이고 정확한 이정표와 자전거 전용 신호등까지 있어서 주행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전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자동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와 열차로 여행하는 네덜란드 사람들

 

암스텔 역 자전거 주차장에 주차를 시켜 놓고, 위트레흐트 행 열차를 타기 위해 열차표를 구입해 개찰을 하고 플랫폼에서 기다렸다. 열차는 우리나라 1층과 2층으로 된 복층이었고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를 휴대할 수 없었다. 또한, 접이식이 아니라면 자전거 티켓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어떻게든 열차에 자전거 휴대를 막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네덜란드 열차는 자전거 타는 사람 편에 서서 공간을 제공하려는 듯 했다.

 

 

열차에는 자전거를 거치할 별도의 장소가 없는 듯 했는데 칸과 칸 사이, 객실 입구의 공간을 이용하도록 했다. 마침 같은 열차를 타고 시골로 자전거 여행을 함께 떠나는 장년의 두 남녀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 동행한 여성에게 물었다.

 

“전혀 없어요. 접이식 자전거라 따로 티켓팅을 할 필요가 없고요, 언제든 휴대가 가능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열차에 사람이 많을 때 눈치가 보일 때도 있기는 하지만요 (웃음).”

 

 

동행하는 남자가 거들고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도 네덜란드처럼 열차로 자전거 여행을 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인프라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20여 년 전까지 네덜란드도 자동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봤어요. 지금도 자동차를 중시하고 있지만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어요. 왜냐하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져 자전거 인프라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자동차를 보는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다시 말해 나의 건강, 지구 환경 등을 생각해 자전거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지요. 자전거가 자동차를 앞설 날을 기대해 봐야지요.”

 

 

열차 차창 밖으로 멀리 검고 흰 무늬를 가진 젖소 무리가 넓은 초지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물이 둑까지 찰랑거리는 운하와 전원 풍의 마을이 열차의 속도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암스테르담 암스텔 역을 출발한 지 40분여분이 지났을까? 열차는 어느 새 위트레흐트 시 중앙역에 도착했다.

 

자전거가 왕이 된 도시 위트레흐트 시 

 

 

우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보다 큰 위트레흐트 역사(驛舍)의 엄청난 규모와 전체 도시 인구 36만 명이 전부 모여든 것같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위트레흐트 시에서 가장 먼 교외라고 해도 이곳 중앙역으로부터 불과 8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시내 어디서나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곳까지 20분이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를 끌고 나오는 것은 우리에겐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도심에 자동차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 조사에 따르면 위트레흐트 시민의 자전거 교통수단 점유율은 무려 60%, 10명중 6명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대개 이 역을 매개로 한 자전거와 열차의 여러 조합을 이용해 일터로 가거나 여행을 하고 있다. 그 숫자가 하루에 20만 명, 연간 8천8백만 명이상에 달한다.

 

 

 

역사 지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1만 2,50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은 역 주변의 시청 건물, 상가시설, 그리고 대형 빌딩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시설이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유럽연합도 한 몫을 했다.

 

15년전 유럽연합이 벨기에와 독일로 이어지는 국제철도 노선을 개선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도 자국의 주요 철도역 역사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자동차가 아닌, 지금과 같은 대형 자전거 주차장을 건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Melissa Bruntlett& Chris Bruntlett 공저인 『사이클링 도시 만들기』에 따르면 당시 Lot van Hooijdonk 위트레흐트 부시장은 “철도역을 새롭게 교체하려는 국가적 결정은 전체 역사 환경을 새로 만들어보려는 위트레흐트시의 프로젝트로 흡수되어 추진됐다.”면서 “거대한 역사(驛舍), 지방정부 건물, 그리고 역에 붙어 있는 쇼핑몰을 재개발하는데 있어서 자전거 주차장을 만든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다 

 

위트레흐트 부시장은 또, “위트레흐트가 자동차를 왕으로 받아들인 이후 지금과 같은 공간 계획에서 (자전거에게 균등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 약 50년의 시간이 걸렸으나, 빠르고 쉽게 이동하며 친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있는 자전거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위트레흐트는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자동차 중심으로 발전한) 맥락에서 볼 때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공언했다.

 

2016년 위트레흐트 시의 자전거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자가용의 네덜란드 도로교통 위계질서를 공간적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이른바 ‘공간-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모빌리티(mobility, 이동수단)전략을 짰고 아울러 자전거 주차장 건설에 나섰다.

 

도로 다이어트, 자전거 주차장은 자전거 중심 정책의 핵심  

 

이들은 먼저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동차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대신 그 자리를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돌려놓았고, 시내의 자동차 주차장을 줄여 자전거 주차장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위트레흐트에서는 자동차가 왕이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고대 로마 시대 이후 역사적 뼈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 세계 도시에서 보여준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위트레흐트 시민이었지만 그제 서야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유럽의 메이저 보험기술 회사인 루코(Luko)가 지난해 전 세계 주요 90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100점 만점에 77.89점으로 얻은 위트레흐트 시를 선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로코가 선정한 자전거 친화 10대 세계 도시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독일 뮌스터 ▲벨기에 앤트워프 ▲덴마크 코펜하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말뫼 ▲중국 항저우 ▲스위스 베른 ▲독일 브레멘 ▲독일 하노버 등의 순서였다.

 

서울은 전체 순위 69위였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대규모로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이용률이 1.5%에 그치고 도시 규모에 비교해 자전거 인프라도 취약해 27.67점밖에 받지 못했다.

 

위트레흐트의 '자동차 왕따' 시키기 

 

옛날 로마시대의 북쪽 경계선이었던 위트레흐트 시의 애칭은 “나라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중세에 지은 건물, 고대 운하, 화려하게 장식된 다리들, 그리고 자갈이 깔린 좁은 도로 등등-풍부한 2천 년 역사를 가진 이 모든 유적이 위트레흐트시라는 작은 공간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련의 장식용 철제 레일을 박아 기념하는 고대 요새의 전초(前哨)지는 수세기동안 내려오면서 네덜란드 기독교의 원천지(源泉地)와 중요한 무역 허브로 진화했다. 하지만 그런 역사를 가진 이 도시도 20세기 들어 급격히 현대 도시로 변모했고, 고대 도시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동차의 제물로 희생되었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는 것이 이전의 삶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인 위트레흐트 시는 지금도 자동차 소유권 개념을 서비스 이동수단으로 바꾸기 위해 자동차 주차장의 총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집을 지을 때 자동차 주차장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려 한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는 한 가정 당 0.7대의 차를 대도록 하는 것이고 가장 진보적인 시나리오는 0.1대로 이 경우는 기본적으로 카세어링(car-sharing,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제도)만을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기꺼이 선택하겠다고 하는 지역에서조차 진짜 문제가 있다. 많은 새로운 주택소유자들에게 자동차 소유권을 다 함께 포기하자고 할 때 과연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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