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 관련 단체들이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전세계가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로 낙인찍혔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깎아 내린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지난 주 아제르바이잔에서 막을 내린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9)에는 각국 대표와 환경 단체들이 모여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에 대한 심도 깊은 토의가 이뤄졌다.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와 회의도 열렸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20조 3537억원(2021~2024년)으로, 14조 3218억원(2017~2020년)보다 40%가량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
이번 정부 들어 친환경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원자력과 LNG, 수소 등이다. 원자력은 위험성을 안고 있기는 하나 친환경 에너지라는 사실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큰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탄소나 메탄을 배출하지 않는 환경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LNG와 수소는 다르다. 기존의 화석 연료보다는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화석 연료로 가동되는 에너지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러 갈 수는 있지만, 이 에너지원들이 주축이 돼선 안 된다. 결국 친환경 재생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늦추겠다는 시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재생 에너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LNG와 수소 사업에는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대신 국민들에게는 친환경 에너지 활용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LNG와 수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어떤 것인지를 짚어 보자. ◇화석 연료, LNG와 블루수소 수소는 앞에 붙는 색깔이 중요한 에너지다. 크게 ‘그레이’수소, ‘그린’수소, ‘블루’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를 통해 만드는
세계 의약품 시장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반도체 산업의 2배 이상인 약 2000조원 규모로 커졌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3대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글로벌 시장 2000조에 비하면 20조로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신약을 만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 신약개발 평균 14년, 임상 전 동물임상 성공확률은 3%, 1상은 5%에 불과하다. 그래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의 FDA(미식품의약국) 승인은 의미가 깊다. 다국적제약사의 독과점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던 항암제 시장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적인 쾌거라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4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90% 증가했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것은 ‘렉라자’의 기술료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12억 5천500만 달러(약 1조6천억원)에 팔았다. 지금까지 얀센으로부터 단계별 기
한국 프로 스포츠 양대 산맥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흥행 대박을 쳤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프로축구는 이에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FC 서울이 사상 첫 홈 관중 50만 명 시대를 열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두 스포츠의 흥행 대박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다 대박이 났는지를 파고들어가다 보면 현재 소비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주는 이유다. 경기 불황으로 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혀 버린 시대를 살고 있지만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호황을 누렸다. 우리 기업들이 두 종목의 성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불황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 속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리 기업들은 어느 포인트를 파고들어야 두 종목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닮은 듯 다른 관중 동원 원동력을 보여준 야구와 축구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자. ◇ 프로 축구, 좋은 콘텐츠가 대박
탄소소재는 친환경 첨단소재로 우주·항공,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산업 발전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미래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세계 탄소소재 시장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을까? ◇ 왜 탄소소재인가? 탄소섬유 및 복합소재는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 내열성, 내화학성이 우수해 항공·우주산업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 친환경 자동차, 방산 등에 사용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복합소재의 근간이 되는 탄소섬유(Carbon Fiber. CF)는 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를 말한다. 아크릴 계열 합성섬유 판(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PAN)과 석유·석탄을 이용한 피치(PITCH)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PAN 계열 탄소섬유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1/4 수준이다. 섬유의 직경이 10μm(머리카락 1/10 굵기) 내외로 극히 가늘지만 인장강도와 강성도가 높다. 이러한 고경량·고강도·고탄성 특징으로 철을 대체해 무게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며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경량차량과 풍력발전 블레이드, 우주항공 등에 폭
정부는 최근 수소특화단지로 동해·삼척과 포항을 지정했다. 정부는 이 도시들을 국내 수소산업의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고 생산·유통·활용 등 수소 산업 전반의 생태계 구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 수조 달러로 전망되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수소는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에서 주요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된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이 수소에 대한 투자는 매우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수소로 무탄소 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수소 산업은 거의 전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현재 생산 능력으로는 절대 수소 시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 국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수소경제 전략 마련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으나 이 자리에서도 답을 찾지는 못했다. 수소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엄중한 사실 앞에 모든 논리가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수소 경제는 그 자체만으로 힘을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중앙은행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제 중앙 은행은 기준금리만 올리고 내리는 역할만을 자임하지 않는다. 고유의 권능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그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코로나 위기를 거쳐 기후위기 대응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중앙은행은 각자의 길에서 협력과 논쟁, 혁신과 도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몇몇 중앙은행들은 탄소배출을 고려해 운용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안정성이 유일한 덕목이었던 담보 관리에 기후를 고려한다. 중앙은행이 탄소감축 투자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금융기관 대출에 나선다. 기후변화로 입을 손실을 고려해 은행들에게 충당금을 쌓아 놓을 것을 주문한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9월 한국은행의 역할을 좀 더 열린 시각에서 고민해 보는 '기후위기 앞에선 한국은행, 그 역할을 묻다'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냈다. 과거의 유물로 여겨졌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중소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한국은행의 대출과 담보 관리에 탄소배출을 고려해 녹색채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완성차 생산량 중 약 84%를 생산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에서 자동차 생산, 운행, 폐기까지 전 수명주기에서 탄소발자국을 0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무게의 30~5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소재이자, 탄소발자국 기준으로는 15~35%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강재는 자동차 제조에서 중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차가 사용하는 자동차용 강판의 약 60~70% 상당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석탄을 막대하게 사용해 탄소배출의 핵심인 고로를 유지하고, 2030년 12% 감축 이후의 탄소중립 마일스톤은 전혀 제시하지 않는 불완전한 로드맵을 고수하고 있어, 현대차의 탄소중립 열망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로드맵은 고로와 전기로 혼합하는 합탕 방식을 통해 탄소저감 강재를 생산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2% 줄이는 데 그칠 뿐,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탈탄소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 반대로 현대차는 2030년 10% 이상 감축, 2035년 40% 감축, 2040년 60% 감축, 2045년 탄소중립이라는 구체적인 계획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기준연도 대비 탄소배출량 1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올해 시작한 광양 제2고로의 수명연장과 확장 개수(개·보수)를 고려하면 줄여야 하는 탄소배출량은 더 늘어나 최대 1,250만 5,000톤에 이를 수 있을 것을 보인다. 전 세계적인 지구 온도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한국 철강산업의 잔여 탄소 예산(탄소 배출 허용량)을 검토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4기의 석탄 고로를 폐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지금 당장 설비 폐쇄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은 조만간 바닥날 것이 분명하다. 광양 제2고로 개수는 최소 15년 이상 다량의 탄소 배출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1.5도 목표 달성은 물론 국가 감축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며, 심지어 자사의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도 어렵게 한다. 또한 글로벌 공급과잉과 녹색 철강 수요 증가라는 세계적 동향을 고려할 때 이에 부합하는 행보인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포스코는 석탄 기반 제철을 지속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녹색 철강 전환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기후 솔루션의 보고서
예산 편성에서 기후 대응 예산이 삭감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는 심각한 수준이다. 풍력 정도만 이전 수준을 그나마 따라가고 있을 뿐 태양광 등 주요 재생 에너지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 됐다. 정권이 바뀌며 정책까지 바뀐 탓이다. 태양광 발전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문재인 정권과 달리 윤석열 정권은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만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기후 문제는 단순히 춥고 덥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는 먹거리에서 멀게는 기상 이변까지 불러 올 수 있는 지구를 향한 엄중한 자연의 경고에 대비해야 하는 사안이다. 시민들 반응은 뜨뜻미지근 하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탓인지 정부의 달라진 움직임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부실한 기후 대응이 앞으로 큰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메시지는 허공을 떠돈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기후 예산 어떻게 수립됐나? 기후 재정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기후 예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개최된 이날 토론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국민들의 침묵. 곪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입 콩을 들여오면서 특정 업체 창고까지 수입 콩을 운송해주고 실경비의 절반 정도만 받으며 연간 수십억 원을 낭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임직원 77명에게는 정부지침을 어기고 주택자금 명목으로 72억을 대출해준 것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21일, 임미애 의원(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이 aT 및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T는 ‘99년부터 올 초까지 매년 약 6만 톤의 수입콩을 비수도권에 소재한 콩 수입단체(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한국콩가공식품협회 등 4개 단체) 창고에 운송해줬다. aT는 이 과정에서 운송 업체에 지급해야 할 운송비를 농안기금으로 우선 지불하고 단체로부터 운송비에 대한 금액을 추후 정산 받았다. 그런데 운송비 책정을 실제 운송비용이 아닌 kg당 10원(22년부터 20원/kg)으로 일괄 책정하면서 실제 운송비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국민 세금, 운송비 명목으로 매해 15억 증발 감사원 감사 결과, 2006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aT가 지출한 운송비는 총 244억이었으나 콩 수입 단체가 부담한 운송비는 121억으로, 123억의 차액은 aT가 농안기금으로 메우면서 기
바야흐로 탈탄소의 시대다. 탄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제 산업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탈탄소의 순환 경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 산업계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본격적인 탈탄소 경쟁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스럽다. 탈 탄소는 무역 장벽으로까지 높은 장벽을 치고 있어 그 벽을 뛰어 넘기 위해선 우리도 탈탄소에 대한 확실한 플랜을 세워야 한다. 지금도 벌써 늦었다. 아직 걸음마 조차 뗴지 못한 상황에서 탈탄소의 압박은 우리 경제의 숨을 조금씩 옭죄어 오고 있다. 탈탄소 및 순환경제의 시대, 기업의 리스크 대응 방향성과 과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산업 환경의 변화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글로벌 저탄소 전환 추진으로 산업 부문의 생산 방식 뿐 아니라 전·후방 분야의 변화를 예상했다. 업스트림으로는 청정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공급망 리스크를 들 수 있고, 미드스트림으론 주력 산업의 저탄소 전환, 탄소중립 신산업 등장, 산업 일자리 전환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다움 스트림으로는 저탄소 제품 선호 및 기후, 통상 이슈로의 연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주요국들 이미 전방위적 탈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