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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년 지대 계(十年之大計) 기업승계

‘100년 기업상’ 지난달 2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바로 중기중앙회 가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IBK기업은행, 한국경제신문사, 홈앤쇼핑 등이 공동 후원하는 ‘기업승계 희망포럼’이다. 올해로 15년째인데, 처음으로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제정해 총 10개의 승계 우수 기업에 시상했다.

 

 

수상 기업은 창업 후 3대 째 기업승계가 이루어진 부산의 어묵명가 삼진식품, 53년간 플라스틱 사출물을 제 조해 온 일신프라스틱, 46년 기업을 이어 온 대홍전기, 50년 역사의 선일금고제작 등 10개 기업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수 승계기업의 업력이 100년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100년 이상 된 세계적인 장수기업은 일본 약 3만 3천여 개, 미국 1만 2천여 개, 독일 1만여 개인 데 반해, 한국은 10여 개이다.

 

두산(1896년 설립), 동화약품(1897년), 몽 고식품(1905년), 광장(1911년), 성창기업(1916년) 등이 국내 몇 안 되는 ‘100년 장수 기업’이다. 107년간 한 우물만 판 국내 최고 인쇄기업 (주)보진재는 영업 부진 끝에 2019년 인쇄 사업을 접었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100년을 이어 가는 기업승계의 어려움을 잘 말해주고 있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1924년부터 1984년까지 60년 동안 미국 일리노 이주에서 활동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기업 중 34%만이 1세대에서 2세대로 계승됐고, 3세대로 이어진 기업은 13%, 4세대까지 간 기업은 3%에 불과했다 (John L Ward, 1987). 가만히 놔둬도 어렵다는 게 기업승계인데 우리나라 상속 세는 최고세율 50%에 최대 주주 지분 평가액의 20% 할 증으로 60%까지 치솟아 가까운 일본의 55%보다 높고, 경 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최고세율 평균(25.8%)의 2.3배로 높다.

 

100년 장수기업으로의 성장이 그리 낙관적 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제3의 ‘형제의 난’으로 신문에 회자되는 효성 또한 조석래 회장의 유고로 상속세 약 4천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족들이 나누어 내야 할 막대한 상속세는 지 분매각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영권마저 빼앗기게 된다. 한미약품 또한 상속세 2천여억 원 마련을 위해 OCI와 합 병을 추진하다 의견이 갈려 모친과 자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다. 이 모두 상속세 마련과 경영권 안정을 위해 불거진 일로 비단 두 기업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겪었고 앞 으로도 겪을 일이다.

 

비체계적위험, 기업승계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 준 60세 이상 CEO 비율은 약 37%에 달한다. 한편 중소기 업 기본통계(2021년)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771 만 개(中 소상공인 734만 개)이며 중소제조사는 618천 개이다.

 

단순히 중소제조사 기준으로 고령 CEO 비율 37% 를 적용하면 약 23만 개의 기업이 당장 기업승계가 임박한 상황이다.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에는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 적위험이 있다. 여기서 체계적 위험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모든 경제 주체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다.

 

과거 IMF 금융위기나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기의 금리 인상과 같은 위험일 것이다. 반면 비체계적위험은 기술력이나 조직문화와 같이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위험을 말한다. 기업에 있어 경영자가 바뀌는 상황을 위험 요소로 본다면 기업승계는 하나의 위험 관리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상속세제 개편 등 정부의 제도 변경과 같은 관리 포 인트는 모든 경제주체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체계적 위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 위험은 개별기업 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반면 기업승계를 위한 후계자의 선정, 승계 시 갈등관리에 필요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자금의 확 보, 소통이 원활한 조직문화 조성 등은 개별기업이 미래에 예견되는 비체계적위험에 대응하는 관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비체계적위험은 개별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을 회피하며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기 업승계에 있어 체계적 위험인 상속 증여세에의 페지 또는 개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별기업들이 기업승 계를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승계가 기업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경영권을 잃고 경쟁력이 떨어져 페업에 이르는 기업 최대의 위기가 되기도 한다.

 

10년, 20년 지대계(十年之大計), 기업승계 보통 기업승계를 준비하는 기간을 최소 5~10년이라고 하지만 기업승계에 성공한 기업들의 2, 3대 후계자들은 2~30년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수상한 기업들 역시 그만한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기업들은 기업승계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직전 5개 사업 연도 말 평균 현금의 150%를 초과하는 현금 보유액을 사업 무관 자산으로 간주해 상속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 는 것은 경영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금성 자산은 미래 투자 자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 무관 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다. 가업상속 공제 시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는 주장도 나왔다.

 

가업승계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업종을 유지하거나 한국표준산업분류 대분류 내에서 변경해야 한다. 가업승계 세제 지원을 받은 뒤 5년 이내에 대분류를 벗어난 업종으로 변경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전액 추징 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산업 진출 등에 따른 업종 변경이 잦은 만큼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회사 최대 주주가 여러 명일 때는 모든 최대 주주에게 기 업승계 세제 지원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업승계 희망포럼은 중소기업 1, 2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성 공적인 기업승계를 위한 제도·정책 개발 등을 토론하는 행사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소기업 창업주와 2세 경영인 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통해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우수한 승계기업을 발굴하고, 모범적인 기업승 계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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