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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세계를 살리는 새마을정신

한국 정신문화를 찾아서(41)

 

르완다는 1994년 인종대학살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다. 이 르완다가 정치안정과 효율적인 거버넌스로 아프리카에서 경제 모범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르완다 폴카가메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르완다 유학생들이 영남대 박정희 새마을대학원에서 ‘새마을학’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학’이란 한 마디로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다른 나라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개발학이다. 새마을학은 다른 나라 사례들이 계속 추가됨으로써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발학으로서 완성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르완다가 새마을학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1월, 이제 3년이 넘었다. 새마을운동과 교육은 이미 에디오피아와 기니 등 아프리카에서 유명하다. 

 

새마을학을 전파하기 위해 앞장서온 영남대는 2015년 필리핀 엔더런대학에 새마을경제개발학과 설립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웨스턴대학 새마을경제개발학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국립대학교 새마을학과, 올해 9월 에티오피아 웨라베대학교 새마을산림학과를 설립하는 등 10여 개 국의 주요 대학으로부터 새마을학과와 새마을운동연구센터 설치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

 

영남대는 2011년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총 73개국의 개도국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새마을교육을 실시해 왔다.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지난 달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마친 후 경북도청을 방문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에도 경상북도를 방문한 바 있는 투아데라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낸 개발도상국에 본보기가 되는 국가"라며 경상북도에서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우리에게 맞는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그간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치하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에 화답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중앙아프리카에서 인재 양성과 농업혁신으로 이어져 중앙아프리카 번영과 풍요로운 미래를 가져오길 기대한다며 중앙아프리카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가진 뒤 영남대 경산캠퍼스 천마아트센터에서 스물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근본부터 크게 바꿔놓은 새마을 운동 발상지가 여기서 멀지 않은 청도군 신도리 마을”이라며 새마을 운동의 유래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69년 대홍수가 나 박 전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경남 지역 수해 현장으로 가다 창밖 풍경을 보고 놀라 달리던 기차를 세우고 찾은 곳이 바로 청도군 신도 마을이었다"며 "수해로 모두가 좌절하고 있을 때 신도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수해를 복구하는 건 물론 오히려 이참에 길을 내고 지붕을 개량해 마을을 더 좋게 만들자 하고 있었다. 이 모습에 감명 받은 박 대통령이 1970년 4월 신도 마을을 모델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운동을 시작했다. '잘 살아보세' 구호와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뤄 냈고 새마을 운동은 농촌 운동뿐만이 아닌 산업 전반·전체 사회 운동으로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영남대 새마을대학은 지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각국의 리더가 될 청년들이 영남대에서 국가 발전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자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얘기를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로부터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지구촌새마 을운동 세미나에서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우수 마을 우선지원의 원칙 엄수, 둘째, 마을지도자의 헌신적 리더십, 셋째, 민관 협력의 혁신적 국가 거버넌스 등이 잘 어울려 새마을운동이 성공한 결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저개발 국가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준경 교수의 발표문을 통해, 첫째, 우수마을 우선지원원칙이 어떻게 시행됐는지 살펴보자.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운동 첫 해인 1970년 전국 3만3267개 마을에 각 336포대의 시멘트를 지원했다. 단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시멘트는 마을의 공동사업에 쓸 것, 시멘트를 무슨 사업에 사용할 것인지를 주민들이 합의해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그 다음 해에 정부는 첫 해에 성과가 좋았던 1만6600개 마을에만 시멘트 500포대와 철근 1톤을 지원했고 나머지 1만6667개 마을에는 지원을 끊었다. 그러자 새마을운동을 등한시 했던 마을 중 6108개 마을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새마을운동에 합류했다. 첫 해부터 공정한 평가와 선의의 경쟁이 새마을운동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평가된다.

 

만약 두 번째 해에 자발적으로 잘했던 마을과 등한히 했던 마을들을 똑같이 대해 같은 분량의 시멘트를 지원했더라면 새마을운동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제2차 연도 지시에서 첫 해에 성과가 좋았던 마을에만 지원하라고 하자, 당시 내무부는 지원에서 제외된 마을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선별 지원에 더욱 반대를 한 것은 여당인 공화당이었다.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하지 않을 거라며 재고를 강력히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스스로 노력하고 협동하는 마을은 적극적으로 돕되, 노력하지 않거나 협동하지 않는 마을은 돕지 않겠다. 이 길만이 수천 년 내려 온 의타심을 뿌리 뽑고 자조하는 정신을 자각시키는 길이다. 이와 같은 방침으로 설령 선거 때 표를 못 얻어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 이 신상필벌의 원칙만은 바꾸지 않겠다.”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김정렴은 회고록에서 밝혔다. 

 

박정희 정부는 1973년부터는 전국의 마을을 성과에 따라 기초, 자조, 자립 마을 등 3등급으로 나누고 차등적으로 지원했다. 마을 사업을 농촌도로, 주거환경, 영농기반, 협동생활, 소득사업 등으로 나눠서 마을수준별 등급요건을 제시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

 

이와 같은 시책에 따라 가장 낮은 단계인 기초마을은 1977년 사라졌으며, 중간 단계인 자조마을은 1974년 62%로 정점이었다가 점차 낮아져 1979년에는 3%로 떨어졌다. 반면에 가장 높은 등급인 자립마을은 1974년 20%에서 점점 높아져 1979년에 97%에 이르러 사실상 전국의 마을들이 자립마을에 도달하게 됐다. 


새마을운 동이 놀라운 것은 주민 부담액이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총사업비의 49%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새마을사업에 자기부담의 원칙이 적용돼 자조정신과 주인의식, 책임의식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은 마을지도자의 헌신적 리더십이다. 각 마을에는 남녀 2명의 지도자가 있었는데,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1979년 전국에는 7만1천여명의 새마을지도 자가 있었다. 

 

정부는 1972년 1월부터 새마을지도자 교육을 실시했다. 주요한 교육과목은 리더십 역량 강화, 주민 설득기술 등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성공한 새마을지도자들의 성공담을 듣고 분임토의에서 성공사례를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새마을지도자 교육에는 지방공무원과 중앙정부 국장급도 참가해 민관 일체감을 키우고 현실성 있는 정책과 사업 개발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민관협력의 혁신적 국가 거버넌스였다.

 

새마을 성공사례를 대통령이 매달 주재하는 월간 경제동향보고회의에서 포상하고 소개했다. 월간 보고회의가 끝나면 대통령은 포상을 받은 새마을지도자와 함께 오찬을 하면서 농민들의 애로사항과 정책 제언을 청취했다. 대통령은 건의 사항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즉각 대책을 지시하는 일이 잦았다고 전한다. 이러한 행사는 새마을지도자들의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당연하고 지방행정당국을 압박하고 경쟁을 조성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1971년부터 1979년까지 총 150명의 새마을지도자들의 성공담이 대통령 주재 경제동향보고회의에서 소개됐다.     

 

 

박종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지구촌새마을운동 학술세미나에서 많은 개도국들이 서방 선진국과 국제기구 중심의 개발 접근방식보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로, 운동의 원리가 명확하고 설득력 있으며 개도국 문화정서에 친화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은 심플하고 효과가 즉각 드러나야 한다. 학술 이론처럼 합리적인 논증이 있다고 해도 복잡하고 시행하기 어려우면 실패한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은 목표와 시행이 명확했고, 10년간 시행한 결과, 실제 효과를 증명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와 국제기구의 개발 플랜은 계획만 그럴듯했다.

 

UNDP와 OECD는 새마을운동이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개발목표)에 효과가 있는 운동이라고 높이 평가했으며 2013년 유네스코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은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는 2009년부터 지구촌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13개국 56개 마을을 시범마을로 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또 2016년 10월에는 국가별 새마을운동 조직간의 네트워크 구성과 연대 강화를 목적으로 새마을운동 글로벌리그를 창립했다. 2023년 7월 5-6일 양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새마을운동 글로벌 협력국 장관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글로벌리그 참가국은 정회원 25개국, 준회원국 21개국 등 46개국에 이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 16개국으로 가장 많고, 중남미 8개국, 중앙아시아 2개국, 오세아니아 4개국 등이다. 

새마을운동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은 시대와 인종과 문화, 지리적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정신 가치로서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도 여전히 소중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은 지금 불평불만과 분열,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현재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어려웠던 시절,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으로 희망과 보람을 키워냈던 그 시대의 정신을 어떻게 오늘날 새롭게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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