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응급실이 비상사태다. ‘의료 붕괴 사태’로 인해 힙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마저 피로 누적으로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빈 병상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사태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본 기자 역시 24일 유리조각에 의한 손가락 찰과상으로 서울 인근 병원을 급하게 찾은 경험이 있다. 당시 응급실을 찾지 않았지만 지혈이 쉽지 않아 부분 마취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사고 인근에 중소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병실에 입장해 접수 대기시간과 기본 진료 후 파상풍 주사 후 수술까지 2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특히 응급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실에서도 20분 가량 의사를 기다리기도 했다.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만약 일각을 다툴만큼 긴박한 환자의 경우라면 현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고 절망스러울 것 같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응급실 ‘뺑뺑이(재이송)’를 겪은 사례는 17건에 달한다.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는 70대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수술을 할 병원을 찾지 못해 병원 네 곳을 뺑뺑이 돌다가 1시간20분 만에 숨졌고, 경남 김해에서도 1t이 넘는 구조물에 깔린 60대 화물차 기사가 대형병원 10여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작 경증환자는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당부할 뿐이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 최근 회복불능 상태에 빠진 의료시스템 붕괴와 관련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성남분당갑)과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의료붕괴 사태”라며 “의료가 무너져 국민 생명이 위험에 처한 이 상황보다 지금 더 위급한 일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총선 직전인 4월 1일 2천 명을 늘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더니, 그날 이후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도 한마디 말이 없다”며 “진단도 틀렸고 처방도 틀렸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 대란을 끝내려면 정부의 반성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배정위는 누가 참여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근거로 정원이 배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밀실행정이다“며 ”의대 증원에 합의하되, 1년 유예하고 정부, 의료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공론화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