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8일 밤 11시 30분경 경기 김포시 장기동 도로에서 16세(현재 17세) A군이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피해 경찰관은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고 가해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시 가해 청소년 A군은 이날 장기동에서 오토바이 소음으로 25건의 신고를 받았고 이전 사기 절도에 뺑소니 무면허까지 병합된 걸로 확인됐다. 특히 A군은 “경찰관이 갑자기 튀어나왔다”며 변명하고는 “나는 신고된 오토바이 굉음과 상관없다”는 거짓말로 일관해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불구속 조사가 이뤄졌고, 다음날 영장 발부없이 부모 인계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에 억울한 피해 경찰관은 민사 법원을 통해 A군을 고발 접수했다. 이후 사건 1년 2개월간의 긴 민사 소송 끝에 최근 7일 판결문에 대한 결과를 확인했다.
소년범 사건은 형사재판과 달리 모두 비공개로 이뤄져 판결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 보기 위해서는 민사법원에 따로 요청해 받아야 열람이 가능했다.
8월에서야 판결문을 확인한 피해 경찰관은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판결문에는 ‘심리불개시결정’을 명시하며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개시하지 아니한다’고 주문했다.
보통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없는 경우’는 △별건에 의한 보호처분 등으로 충분한 경우 △사안이 극히 경미한 경우 △보호적 조치로 충분한 경우 등이 있다.
통상적으로 심리불개시 결정은 심리 개시 전에 하는 것이지만 결정이 된 이후에도 심리조건흠결 사유가 밝혀지면 심리개시결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소년범에 대한 감경은 법원 재량
14개월의 민사소송에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통보받은 피해 경찰관은 주변 동료로부터 “A군이 지금도 김포 시내에서 소음을 내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는 목격담을 듣곤 한다.
이에 피해 경찰관은 “사기 등 병합 사건의 사후 판결로 인해 소년원 입소 등이 결정날수도 있겠지만 A군과 같은 소년범이 아무런 죄 의식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또한 개인적으로는 소년범의 죄를 ‘감형해주는’ 사법체계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소년범은 장기와 단기를 정하는 부정기형(상대적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다. 소년법 60조 2항은 ‘소년의 특성에 비춰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최근 ‘19세 미만 소년을 성인보다 가볍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소년법상 감형 조항은 법원의 재량’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특수절도, 사기 등 11개 혐의로 기소된 B군(19)에게 징역 장기 3년에 단기 2년,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군은 17세였던 2022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약 3700만원 상당의 차량 재물을 훔쳤고 무면허로 주차된 차·오토바이를 훔쳐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B군은 유사한 범행으로 지난해 인천가정법원에서 소년법상 제10호 보호처분 받아 소년원에 장기송치됐다. 1심 장기 3년, 2심 단기 2년형을 선고받은 B군은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는데 이때 ‘소년법상 감형 조항’을 상고 이유로 제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소년법에 의한 감경은 법원 재량이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소년법 60조 2항에 의한 형의 감경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임의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원심 판결에 소년법상 감경사유에 관한 심리미진,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