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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료용으로 팔아치우느니 차라리 '쌀쿠폰'으로 풀어라!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추석 앞두고 의료대란에 더해 농산물대란까지 우려되니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었을 게다. 그런데 기대난망이다. 재탕 삼탕이다. 공급 늘리고 가격할인으로 추석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쌀값은 쌀값대로 비상이다.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수확기가 코앞인데 논을 갈아엎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10개월째 이어지는 쌀값 하락에 정부 대책이라곤 재고 쌀 추가 매입에 실효성 없는 아침밥 먹기 운동 같은 것뿐이다. 게다가 농민이 땀 흘려 키운 그 소중한 쌀을 사료용으로 팔아치우고 쌀 보관비로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 차라리 쌀 쿠폰을 도입하자.


 

기후플레이션으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는 폭염이 더 기승이었다. 이에 농작물 작황이 큰 타격을 받아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히트플레이션’이란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김치의 주재료인 무, 건고추, 마늘 등 기초 농산물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편의점 판매 김치 가격도 약 7%~12% 인상된다. 정부 눈치 보느라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식품업계는 경기 불황 장기화, 원재료 가격 및 제반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내세워 추석 전에 김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 공허하기만 한 ‘추석 민생안정대책’

 

정부는 지난 8월 28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명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맞춰 주요 농축산물 공급 대폭 확대, 가격할인 지원, 소상공인·중소기업 명절 자금 공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 17만 톤을 공급하여 추석 밥상물가를 고물가 시기 이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밥상물가가 그렇게 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효성이 있다면야 좋겠지만, 대단한 비책이 아닌 이상 기대 난망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설, 추석 명절 때마다 늘 했던 대로 공급을 늘리고 할인을 해서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대폭 할인을 해봐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조삼모사나 진배없다. 만성적으로 중증을 앓고 있는 낙후된 유통구조를 뜯어고칠 생각은 전혀 없고,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책을 해마다, 시즌마다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사과와 배의 경우, 농협 계약출하 물량을 평시보다 3배 이상 많은 사과 1만 5,700톤, 배 1만 4,300톤을 집중 공급한다고 한다. 배추・무는 추석 역대 최대 물량인 1만 2,000톤을 공급하기로 하고, 추석 3주 전인 지난 26일부터 일 평균 700톤을 공급 중이라고 했다.

 

소・돼지・닭고기, 계란 등 주요 축산물 공급도 대폭 늘린다. 소・돼지고기는 평시 대비 1.4배를 공급하고, 계란은 추석 1주 전부터 750톤을 공급할 예정이라 한다. 또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 할인지원에 700억 원을 투입, 농산물은 대형・중소형 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서 정부 할인지원, 생산자・유통인 자체 할인 등을 통해 최대 40~50%를 할인한다고 밝혔다.

 

◇ 쌀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서민들은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하고, 농민들은 쌀값 빼고 다 올랐다 한다. 맞다. 현재 쌀값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농협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쌀을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8월 25일 기준, 쌀 수확기를 앞두고 생산지 쌀값은 한 가마니(80㎏)당 17만 6,628원으로 폭락했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20만 2,797원에 비해 12.9%나 하락했다.

 

45년 만에 역대급으로 폭락했던 2022년 9월의 15만 5,000원보다 더 하락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농민들은 논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인건비도 못 건지는 농사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현실에 시름이 깊어만 간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제안하면서 농민들에게 80㎏ 한 가마당 20만 원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오간 데 없고 최저생산비 쌀값 마지노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농협은 쌀 10만 톤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가공용 1만 톤, 주정용 1만 5,000톤, 수출 1만 톤, 아침밥 먹기 캠페인 1만 5,000톤,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캠페인 5만 톤 등, 소비 계획을 수립했다.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이라고 해봐야 아침밥 먹기 운동, 라이브 커머스로 쌀 판매, 주유소에서 쌀 사은품 증정 행사 등이 골자다. 소비를 촉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구태의연하고 늘 반복했던 패턴이다.

 

◇ 차라리 쌀 쿠폰을 도입하자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 하루 154.6g이다. 밥 한 공기가 약 100g이므로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연령층의 쌀 소비량이 가장 많고, 20대 이후부터는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소비가 감소한다고 한다. 밥 짓는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제대로 된 밥맛을 보여주는 등 신박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쌀 구매 시 김치를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거나 즉석 쌀 도정기를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이나 아파트관리소, 지하철역, 편의점 등에 설치해서 관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막 도정한 쌀로 짓는 밥은 새로운 맛을 선사할 수 있다. 도정 수준에 따라 영양가도 달라지고, 밥 짓는 레시피도 달라진다.

 

이를 개발해 알려준다면,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이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식문화의 변화는 소비 촉진을 불러올 수 있다. 저소득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업준비생 등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새로운 공공수요를 창출하면서 쌀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8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더 떨어지지 않게 2023년산 민간 재고 쌀 5만 톤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가 올가을 추수 이후 비축할 쌀은 4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보관비로 쓴 세금만 1,187억 원이라고 한다. 게다가 올해는 재고 쌀을 40만 톤이나 사료용으로 싸게 팔아치우고 있다고 한다.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시라 기원하며 하다못해 가구당 1만 원씩 쌀 쿠폰을 드려 쌀을 소비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기준 쌀(20㎏) 평균 소매가는 5만 1,862원이므로 1만 원짜리 쿠폰으로는 약 4㎏을 구매할 수 있다. 쌀 쿠폰과 같은 농식품바우처 GDP 승수(Multiplier Effect)는 일반적으로 1을 초과한다.

 

정부가 1원 지출할 때, 경제 전체에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5에서 2.0 사이의 값을 갖는다. 이는 정부가 1만 원을 지출할 때, 경제 전체에서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정도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의미다. 쌀 쿠폰을 통해 농산물 소비가 촉진되면, 농민과 소상인의 수입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농민과 소상인이 추가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 소비는 다시 다른 산업에 수요를 창출하며, 전체 경제에 걸쳐 연쇄적으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추석을 전후해 쌀 수확기 수급 안정 차원에서 쌀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늘 하던 그대로 되풀이, 되돌이표 정책이다. 서민 우롱하는 정책 그만하고, 일부 국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농식품 가격할인 지원 같은 정책보다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쌀 쿠폰 정책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그 효과를 검증하기 바란다.

 

또한 최상목 부총리가 말한 추석 명절이 진짜 ’상쾌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서민 목소리와 국민 의견을 경청하여 세심하게 민생정책을 펼쳐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 능력이 없으면 열정과 겸손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청에 화답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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