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15일 서울 역삼동 숙소에서 짐을 챙긴 뒤 고용부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다. 2명을 비롯해 가사관리사 100명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지난달 6일부터 일반 가정에서 일해왔다.
이 시범사업은 고용부와 서울시가 공동 운영한다. 가사관리사 100명이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관리사 업체와 직접 고용을 하고 서울시와 고용부과 이들의 한국 생활을 돕는 방식이다.
일부 가사관리사의 이탈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추정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보다 가사관리사 임금이 훨씬 적다는 이야기를 그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가사관리사들은 첫 급여일이었던 지난달 20일 1인당 약 96만원의 교육수당을 받았다. 이달 20일에는 2주치 교육수당인 106만원 정도를 받았다. 세금, 4대보험, 숙소비 등을 공제하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받은 실수령액은 평균 5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주 40시간 근무가 확보되지 않아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은 이달 근로분을 다음 달에 받는 되고, 이로 인해 3~19일 근무 임금을 수령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가사관리사 100명은 6개월 시범사업 기간을 고려해 8개월 동안만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다. 근로계약 기간도 7개월이다. 근로계약 갱신이 불투명한 상황일 때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숙소비,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수령액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일을 ‘최저임금과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공식 돌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하고, 돌봄 서비스의 질과 가사관리 노동자의 노동권이 함께 신장되는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