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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나라 곳간 ‘텅텅’... 제대로 쓰지도, 걷지도 못하는 尹정부

세수추계 오차율 0.1%라 자평... 알고 보니 ‘13% 역대급’ 오차
지자체 교부금 만지작...지역화폐 인센티브 무상교육 재원 결손
못 걷은 나랏돈 34조원...시민단체 “부자감세 펑크 혈세로 충당”

 

올해 국세 수입은 337.7조 원으로 예산(367.3조 원) 대비 29.6조 원이 부족할 전망이다. 작년 56.4조 원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은 사실 상반기부터 예견된 바 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가 올해 30조원 가량의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국회를 거치지 않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가재정 위기 앞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조세 정책은 중장기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조 아래 상속세 완화, 금투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3∼2024년 세수결손 대응 관련’ 의견서에서 “추경 등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할 경우 국회의 심의·확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취지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예기치 못한 세수결손으로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을 수정해야 한다면 추경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원칙이라고 경고를 한 것이다.

 

‘기금 돌려막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생기자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19조9000억원을 일반회계에 끌어다 쓰고,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갚아야 할 이자 7조8000억원을 갚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했다.

 

이에 예정처는 “일반회계의 공자기금(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관리하는 계정) 예수이자 미지급은 가산이자가 적용되어 향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평기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돼 국가채무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세수오차까지... 오차율 0.1% 아닌 13%인데 축소 평가

 

그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해 56조 역대최대 규모 세수오차를 내고도 자체 평가에서는 세수추계 오차율 목표를 달성했다고 결론을 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기재부는 ‘세수추계의 정확도 제고’ 과제 중 2023년 세수추계 오차율은 '0.1%'로 목표가 달성됐다고 기재했다. 지난해 9월 재추계한 세입예산안 341조4000억원 대비 10월 세수 진도비가 89.4%(305조2000억원)로 직전 3년간 10월 평균인 89.3%와 비교해 불과 0.1% 차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정성호 의원은 이같은 평가방법은 세수추계 실패를 가리기 위한 기재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통상 세수결손 규모는 당초 세입예산안과 실제 세수를 비교하는 만큼 세수오차율도 재추계안이 아닌 기존 세입예산안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기존 세입예산안인 400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한 10월 진도비는 76.2%로 직전 3개 연도 평균 진도비(89.3%)와의 차이는 0.1%가 아닌 13.1%”며 “세수오차율이 무려 130배 축소평가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의 세수결손에도 기재부가 제대로 된 반성과 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규모 세수결손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정량평가 단계서부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30조 세수결손의 대책이 꼼수 되풀이에 그칠 것이란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은 경기침체 등 예외적 사유에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므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가용재원을 활용해 민생, 지자체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낸 세금 어디서 줄줄 새고 있나

 

올해 세수 결손은 정부에 따르면 ‘기업실적 부진 및 내수 경기 둔화로 인한 법인세·종합소득세 세수 감소’에 따른 것인데,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추경예산 편성도 없이 대규모 세수 결손을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책임은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미지급, 각종 예산 불용처리를 초래해 지방재정과 내수를 열악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정부의 세수 예측이 빗나가면서 정부가 세수를 다시 추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부족이 민생·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세수 부족을 메우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는 56조원의 ‘세수 펑크’에 대응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했다. 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는 지방교부세, 20.79%는 교육교부금으로 이전된다. 지방교부세가 지자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교육교부금이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지자체는 교부금을 받아 농업생산 지원·어촌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및 복지에 쓴다. 교부세를 계획대로 받지 못하면 예정된 사업에도 지장을 준다. 당장 지난해에도 경기 안성·경북 경산 등에서 예산 부족으로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지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교부금은 방과후 돌봄 서비스인 ‘늘봄학교’나 친환경 무상 급식·교복 지원 등 ‘무상교육’에 활용되는 재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면서 “교육교부금 재원을 공교육 디지털 전환에 더 투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언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도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재정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부세는 4조2000억원, 교육교부금은 5조3000억원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세수 결손의 부작용을 지방이 떠안는 셈이다.

 

최근 올해 9,438억이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내년에 99.4% 삭감해 52억 원으로 편성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의 2025년 예산안이 제출되자 야당과 시민사회는 강력히 반발하자,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면서, 필요한 재원은 전액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할테니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펙트체크 해보면 ‘가짜뉴스’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분담하지 않으면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도교육청이 써야 할 다른 분야의 예산들을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기재부가 국회가 의결한 예산을 관련 회의 자료나 공문서 등 법적 효력을 지닌 공식 문서도 없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일방적으로 불용 처리한 것”이라며 “기재부가 지난 2월 보도설명자료와 달리 허위 사실을 공표했을 경우 고발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금 돌려막기 언제까지... 혈세가 새면 ‘누구의 책임인가’?

 

그나마 있는 교육부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데 편성된 예산이 1조 3천억원이다. 종이 교과서 대신 태블릿피시를 주겠다는 것인데, 초중고 교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그 효과가 입증된 바도 없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정부가 목숨 걸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얻게 될 일부 기업체를 위해서 말이다.

 

결국 재벌 기업들 법인세 23조, 종부세 2조5천억원 깎아 준 세수 결손 액을 서민의 지갑에서 충당하는 격이다. 2019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시작될 당시 OECD 35개 국가 중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었다. 결국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삭감으로 인한 고등학교 재원 결손이 향후 특정 영역에서 균열이 발생한다면 이는 정부 정책의 판단 미스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남게 될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무늬만 무상교육’을 말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혈세를 함부로 쓰는 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또 다른 세수 펑크의 대표적 사례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할 목적으로 마련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약 20조원을 갖다 썼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락 시 원화로 달러를 사들이고, 급등 시 달러를 내다 파는 데 쓰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중동 정세 불안·미국 대선 등으로 환율 급변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기금 돌려막기’식 대처는 국가 빚을 계속 늘어나게 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 감소분을 메우느라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자를 미상환하면서 올해 연체 및 추가 예탁으로 발생한 이자는 총 6600억원 수준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윤석열 정부 들어 89.3조원에 달하는 재벌부자 감세의 결과로 세수 자체가 쪼그라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18.4조원의 감세안을 내놓았다”며 “3년 연속 세수결손을 기록했던 박근혜 정부가 결국 담배가격을 인상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반복되는 세수결손 책임이 누구에게 전가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시효 만료’된 불납결손액 최근 5년간 34조

 

한편, 정부가 거둬야 하지만 시효 만료 등으로 못 걷은 나랏돈이 최근 5년간 3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불납결손액은 33조7,000억원로 조사됐다.

 

불납결손액은 세금·융자원금·이자·부담금·벌금·과태료 등 정부가 거둬야 하지만 결국 들어오지 않아 결손 처리된 금액을 말한다. 불납결손액은 2019년 7조7,000억원, 2020년 7조5,000억원, 2021년 7조8,000억원, 2022년 5조원 등으로 최근 들어 매해 5조원 이상을 웃돌고 있다.

 

결손 처리된 사유별로 보면, ‘시효 만료’가 12조6천억원으로 전체의 37.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의하면 정부가 5년 이상 징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완료된다. 시효 만료에 따른 불납결손액만 지난해 3조1,000억원으로 전체 불납결손액(5조6,0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부처별로는 기재부 16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원회 9조90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가 2조7000억원, 국세청이 2조1000억원, 고용노동부가 1조5000억원을 결손 처리했다.

 

정성호 의원은 “올해에도 약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마당에 시효완성으로 인한 불납결손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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