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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타들어가는 지구촌...‘국산목재’에 탄소중립 혜안이 있다

온실가스 탄소저감 목표 위해 국산목재 자급률 높여야
중·소경재 중심 제재 설비 개선 필요...임업경영체 대안
정부 목재도시조성 지원·지속가능 ‘매스팀버’ 활용 대세

 

지난 8월 프랑스 하계올림픽에서 레슬링 경기장, 수영장, 선수촌 등이 목재로 지어져 주목을 받았다. 유도·레슬링 경기가 열린 목재 경기장 ‘샹 드 마르스 아레나’는 철로 상징되는 에펠탑 옆에 위치해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모습에 빗대면, 기존 ‘철재 랜드마크’에 탄소중립 위한 목재 건축물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였다.

 

●탄소중립 실천 위해 목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이처럼 선진국들을 필두로 철근 콘크리트 건축 대신 목조건축물을 최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목조건축에 집중하는 이유는 목재 이용 자체가 탄소중립 실천이기 때문이다. 목재는 나무가 생장하며 흡수한 탄소를 체내에 저장하고 있다. 건축 자재로 활용하면 목조 건축물 자체가 탄소를 고정하고 있는 거대한 저장소가 된다. 건조된 목재의 무게 중 탄소의 비중은 5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수탈과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민둥산을 복원하는데 50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부는 목조 건축 등 국산 목재 이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관계부처가 법·제도와 지원 방안 협의에 나섰다. 인식 개선을 위해 교육부 등과 함께 학교시설 목조화, 교육과정 내 목재 이용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최근 위성곤 의원 등이 ‘공공건축물에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올해 안에 ‘목조건축 활성화 법률’도 발의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 국가 주도 공공 건축물의 목조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월 대전에선 지상 7층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목조 건물인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가 완공된다. 지난달 지어진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는 2022년 울진·삼척 산불 피해목을 활용해 건축했다. 사용된 목재만으로 약 370t의 탄소 감축 효과를 인정받게 됐다.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산목재 이용을 장려하는 법률 제정이나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국산목재 자급률은 16%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과 국산목재이용기술협회가 공동 주최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국산목재 이용 확대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월 기온이 평균 30도에 달하면서 ‘가을 폭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우리는 지금 지구 온난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에 대한 탄소저감 목표 계획뿐 아니라 2050년에는 탄소중립 실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하며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목재 제품의 연간 탄소저장량 250만톤을 포함시켰다. 이 양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자라는 나무의 양 가운데 25%내에서만 목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목재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의 0.5%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 독일 2.6%, 오스트리아 2%, 일본 0.9%에 비해 월등히 낮다.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은 “국산목재 확대를 위해서는 임업과 목재산업의 경쟁력과 목재 수요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며 “단순히 임목축적량을 증가하는 것으로 목재 자급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일본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수입재와 경쟁할 수 있는 임업경영체를 육성하는 자구안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며 “더불어 목재가 탄소를 저장하고 2030 NDC에 기여한다는 점을 주목해 목재 사용을 장려하면 기업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국산목재는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산림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국산목재의 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목재산업은 최악의 불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년을 넘는 콘크리트 일변의 주거 환경, 목재 수확에 대한 부정 여론 등이 목재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

 

국산목재 사용 장려에 앞장서고 있는 윤형운 국산목재이용기술협회 회장은 “국산목재 이용이 살아야 목재산업의 부흥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가공설비와 기술의 발전으로 소경목으로 매스팀버(CLT, MPP, NLT, DLT, GLT)를 생산하는 시대가 접어들었다”며 “일부 제재시설에는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로봇 가공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 중·소경 목재자원으로 건축부재 생산이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한국은 ‘국토녹화’ 사업 성취를 더욱 발전시켜 향후 모든 국민에게 소중한 자원을 돌려드려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며 “산림청은 공공부문의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도 국산 목재 활용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목재친화도시, 목조건축 실연사업 등 총 2,190억 규모의 국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목재 공급 현황 및 이용 확대 방안

 

우선 국산목재 자급률이 정체된 원인은 보드, 펄프, 에너지 산업의 국산재 공급의 한계와 국산 원목 공급 체계의 낙루, 그리고 국산목재 가격과 품질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신림청이 조사한 ‘2022년 목재 이용 실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산림율이 63%로 OECD 국가 4번째로 높았으나 자급률은 16%에 그쳤다. 이중 국산 원목의 6.3%만 건축구조재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외국의 자급률에 비교해 보면, 일본 42%, 미국 34%, 독일 32%, 오스트리아 47%, 뉴질랜드 38%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목재제품 제조 비율을 보면, 한국은 판재 각재 형태의 제재목(20%) 보다 칩(보드, 펠, 톱밥)이 전체 56%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은 제재목 38%, 합판 13%, 칩 14%, 연료 29% 등으로 골고루 분포 돼 있다. 이는 한국이 일본보다 가공이용 고비율의 ‘칩 형태’ 목재제품이 주를 이룬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재용 원목을 대경 원목을 이용하기 보단 중·소경재(작은 나무)로 바꾸고 제재 설비 개선과 건조시설 확충을 통해 건축구조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로 내고 있다.

 

윤형운 회장은 “일본처럼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제재 이용과 합판 이용을 우선적으로 증가시키고 노후화된 보드생산설비 바꿔야 한다”며 “인공지능 장착한 목재가공설비 등 국가 차원의 과감한 설비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장했다.

 

●목재산업 정책 방향과 국산목재 활성화 위한 지원 제도

 

나무가 수확되어 목재로 이용되는 동안에 탄소는 계속 배출되고 저장된다. 한국은 2030년까지 총 291백만톤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이 필요한데, 여기서 광합성 작용을 하는 산림은 감축목표(NDC)의 11%(32만톤)의 감축량 담당하게 된다. 이에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전세계는 목조건축 고층화 경쟁 등 산림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 및 목조 건축물을 재활용 ‘선순환 사이클’을 궁극적인 목표로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목조건축 활성화 제도를 보면, 일본은 2010년 목재이용 촉진법에 이어 2021년에는 탈탄소사회실현 건축 법안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했다. 이외에 미국은 목재혁신법, 캐나다는 목재우선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25년부터 신축 건물 20%는 무조건 목재 건설로 의무화, 뉴질랜드는 자금 지원을 받은 4층이하 공공건축물에 목조건축 의무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영희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한국의 경우 2022년부터 대전 유성, 강원 춘천, 대구 수성구 등 전국 10곳에 목재도시조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또한 국산재 활용을 통한 ‘국비 50%, 지방비 50%’ 지원 형태의 어린이 이용시설, 복지시설 등에 친환경 목조화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있다”고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박주생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국산목재 이용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를 제안했다. 박 과장은 “목재는 연소, 매립 등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이상 목재제품 내에 탄소가 고정된다. 유럽연합(EU),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목재의 탄소중립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단계적 이용 원칙(산림→원목→제재목→목조건축·가구→재이용→에너지 연소)을 정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원제도로 지역목재 범위 재설정과 탄소저장량 표시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지역목재 활용에 따른 보조금 제도 도입을 위해 지역별 원목 생산·소비현황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도단위 지역 설정을 통해 원목의 자체 생산·소비 비율 증대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저장량 표시제도와 관련해선 “전기자동차 온실가스 감축 보조금 사례 분석을 통한 보조금 산정 방식을 대입해, 침엽수제재목 1㎥당 642,000원, 합판 1㎥당 481,000원 등 나무 탄소저장량에 전기자동차 탄소톤 당 보조금을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이 지역경제를 살릴수도... 매스팀버의 혁명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산림면적 및 임목축적 순위는 강원〉경북〉경남〉전남〉경기〉충북〉전북〉충남순이고, 전국 시·군·구 소멸위험이 높은 지자체 순위는 강원〉경북〉전남〉전북〉경남〉충남〉충북순으로 조사됐다.

 

강구석 충남대 환경소재공학과 교수는 지방 소멸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상생을 위한 국산목재가 해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산림이 집중된 지역과 지역소멸지역 분포가 유사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 국토 전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데 환경임업, 산림재난관리 등 정부와 지자체, 산림조합의 협력을 통한 전략별 일자리 추진 및 민간투자로 인한 지속가능한 수요 창출이 정답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는 자동화된 미곡종합처리장, 제재가공 전문공장, 목재종합처리장 등을 지역에 전면배치에 수익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흡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는 국산목재의 가치사슬 제고를 위해 ‘매스팀버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매스팀버’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목질 재료로 대체해 이루어진 대형 건축물을 의미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올해초 매스팀버로 지어진 세계 최초의 3D 돔이 세워졌다. 3D 돔은 강철 브래킷으로 고정된 목재 링에 연결된 20개의 거대한 빔을 결합한 새로운 상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또 캐나다에서는 2022년에 완공된 매스팀버 건축물 중 하나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기숙사 ‘브록 커먼스’는 1층의 토대와 엘리베이터 코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목질재료로 시공됐다. 특이한 점은 생산과정에서 콘크리트보다 탄소배출이 적은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건물 완공기준 2432톤의 탄소배출 절감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스팀버가 가히 ‘건축 혁명’에 가까운 혁신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제조용 목재가 부가가치 측면뿐만 아니라 산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흡 교수는 “고강도 및 강성도 우수해 하중을 잘 견디고 복잡한 모양의 건출 제작이 가능해 고층 목조건축 용도도 각광받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요소에서도 지속가능성과 복원력의 장점을 갖춰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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