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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대 요구에 역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

- 백혜숙 칼럼

수차례나 사업 예산을 증액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겉만 번드르르하면 대수인가. 말 많고 탈 많은 농산물 경매제도, 공영도매시장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경매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생산자도 소비자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인가.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 체계를 개선하고 물류 혁신을 이뤄내라고.

 

 

◇알맹이 빠진 현대화사업

 

가락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오늘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현대화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1조196억 원(2019년 기준)의 예산이 투입되는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최대 사업이다. 기후위기 시대 수도권 인구의 먹거리를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었다.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목적은 법률에만 있을 뿐,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애초 현대화사업도 이런 목적에 충실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당연히 전근대적인 거래제도 또한 현대화하는 게 맞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경매 위주의 39년 전 거래제도를 그대로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서울시는 경매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급격하게 변화되는 유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직거래도매상이라 불리는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현대화사업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가락시장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 8% 절감 등을 목표로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전라남도 외에도 서울시는 제주도, 경상북도, 강원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공공성이 강화된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도를 가락시장에 도입할 계획이었다. 당시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에는 채소1동 2층에 각 50평 크기로 15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락시장에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므로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은 장관 승인 사항이라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들이대며 반대했다. 또한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69개 조항 중 31개 조항에 관해 불승인했다.

 

2020년 말에는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가락시장 경매 문제점이 주요 방송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생산자와 소비자는 독점적 수탁권을 보장하는 가락시장 유통구조 문제에 분노했다. 가락시장 유통구조 개선 여론이 거세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상반기에 농산물 도매시장의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며 대국민 의견 청취를 했다.

 

◇정신 줄 놓은 것인가?

 

그 후 내놓은 주요 개선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위탁 운영하는 온라인도매시장 개설이었다. 2년간 시범사업 실시 후, 2023년 11월에 온라인도매시장을 출범시켰다. 오프라인 전국 공영도매시장 유통구조는 전혀 손대지 않고, 온라인도매시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경매제 문제점을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아닌, 자체적인 개선책으로 돌파하겠다는 고집이었다. 그러면서 전국 농산물 기준가격은 온라인도매시장 가격이 아니라, 가락시장 경매가격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을 홍보하느라 정신을 빼놓은 듯하다. 온라인도매시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는지, 또 앞으로 투여될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현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눈으로 직접 상태를 확인하고 경매를 하는 공영도매시장의 특성상 전국 중도매인 및 구매자들이 온라인도매시장에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게다가 가락시장 경매가격의 급등락 문제를 완화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도매시장으로 경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청어 수조 옆에 메기 수조 갖다 놓고 메기효과를 기대한다는 억지나 진배없다. 별도로 놓인 수조 속 메기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유통구조 개선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고,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경매는, 중도매인들이 그날그날 판매할 양보다 들어오는 물량이 많으면 가격은 하락하고, 필요에 비해 물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동일한 출하자의 농산물이라도 도매시장법인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도 경매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최소공약수 논리로 정부는 모든 걸 덮어버리려 한다. 경매유통구조 체계 안에 있는 산지 유통인의 물량과 유통 마진, 출하처 및 출하자 현황, 물류 흐름, 중도매인의 판매가격 및 판매 마진, 구매자 현황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이 널뛰는 이유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하는 배추 생산량은 여름 고랭지배추, 가을과 겨울 해남배추 등 주산지 위주로 통계를 잡는다. 제대로 집계될 리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 관리 범위에서 벗어난 생산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 고창 등 다른 지역 배추 작황 및 생산량에 따라 가을, 겨울 배추 가격은 널뛰기를 한다. 가격 변수에는 중도매인의 수요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출하자로 등록되어 있는 산지 유통인들의 출하량 조절도 한몫하고 있다.

 

온라인도매시장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하락과 정부의 수요・공급 예측 실패로 가락시장 경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금사과에 이어 금대파 등 치솟는 농산물가격으로 생산자 소비자 모두가 고통에 시달리자, 지난 5월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뜬금없이 가락시장 대아청과(주) 품목 제한을 해제하여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아청과는 무, 배추, 양배추, 대파, 쪽파, 마늘, 알타리, 옥수수 등, 8개 품목을 취급하는 특수목적법인으로 허가받은 업체였다. 자본금 50억 규모의 도매시장법인이었으나 2019년, 서울신문의 대주주인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564억 원에 인수했다.

 

발표 2주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아청과가 모든 농산물 품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명령과 권고를 병행하면서 세부 계획을 제출할 것을 공문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대아청과 취급 품목 8개의 지정기간은 2026년 12월까지였는데도 품목 제한 해제를 서두른 농림축산식품부의 숨은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 안정에 이바지할’ 제도와 경쟁체제 구축 및 경제민주주의 실현은 도외시하고, 독점적 수탁권을 가진 도매시장법인 기득권에 날개를 달아주는 품목 제한 해제가 최선인가?

 

유통인들의 견해에 따르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5개(농협공판장, 서울청과, 동화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다른 제도 보완 없이 대아청과의 취급 품목만 확대하면 과도한 분산 경쟁만 초래하여 농산물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대아청과를 주거래 도매법인으로 하는 중도매인 300여 명이 일반 품목의 경매에 참여하여 과당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수집 경쟁이 촉진되어야 원활한 수급 조절 효과와 더불어 적정가격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도매법인에 의한 정가수의매매만 허용하면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가로막고, 상장(경매) 예외 품목 허용은 제한하는 등, 농림축산식품부는 존재 가치와 이유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말로는 가락시장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 헛구호 일색이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먹거리 안정성 및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유통 체계를 개선하고 물류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오로지 한국 정부만 시대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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