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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정부, 시민들과 함께 기후변화 행동을!

윤호창 칼럼

 

대한민국은 기후변화 악당국으로 불린다. 2024년 기후변화대응 지수(CCI)를 보면 모니터링국가 67개 중 대한민국은 지난해보다 4개 더 내려앉은 64위로 꼴찌 수준이다. 대한민국보다 아래에 있는 3개국은 아랍 에미리트연합,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밖에 없다. 이들 3개국이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조사 대상국 중에 꼴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왜 기후 악당국이 되었나?

 

한국이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서 하향 발표된 재생에너지 목표다. 윤석열 정부는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0년까지 기존 30.2%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낮췄다. 또한 10차 전기본은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을 또 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인 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담았고 이 역시 혹평을 받았다.

 

두 번째 이유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공적 금융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자금 조달을 아직 종료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 석유와 가스 사업에 71억 4,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다.

 

세 번째는 국내 바이오매스 사용률 증가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에 따라 지난 10년간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42배 증가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발전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상당한 온실가스와 산림파괴 및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바이오매스가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받아 청정 재생에너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세계 위험보고서를 발간한다. 위험보고서를 보면, 올해도 예외 없이 앞으로 10년 안에 닥칠 위기의 1위부터 4위까지를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단어들이 채우고 있다. 1위는 기상이변, 2위는 지구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 3위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변화, 4위는 자원 부족 등이다.

 

지난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기록상으로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산업화(1850년~1900년) 이전보다 1.48도 상승했으며,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더웠다.

 

윤석열 정부와 여의도 국회가 한반도의 위기와 인류의 생존을 걱정하면서 기후변화에 한목소리로 대응하면 좋겠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미 물 건너간 일처럼 보인다. 기존의 목표마저도 대폭 줄이는 판에 새롭게 무엇을 다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있는가? 시민들과 훨씬 밀착되어 움직일 수 있는 지방정부가 먼저 혁신적인 지역 모델을 만들고, 대응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여름 폭염을 보내면서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년 전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50개국 120만 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여론조사를 할 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기후변화에 대한 긴장감이 높지 않았다. ‘기후 위기가 세계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영국과 이탈리아가 81%로 가장 높았고, 일본 79%, 남아프리카공화국 76%, 호주 72%, 미국·러시아 65%였다. 우리나라는 50% 이하 국가로 꼴찌 수준이었다.

 

◇한국 사회, 혁신적인 지방정부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 때에 지방정부는 시민 교육 과정에 기후변화 내용을 대폭 강화하고, 시민들과 함께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유엔이 제시하고 있는 지속 가능 목표(SDGs)나 ESG를 함께 학습하고 실천해 나갈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민들의 높아진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기업이나 공공 기관들이 ESG 경영과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높여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국제환경협의체(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 약칭 ICLEI)란 국제기구가 있다. 국내에는 기초 지방정부 44곳, 광역 지방정부 14곳 모두 58곳의 지방정부가 가입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125개국 2,500여 곳의 지방정부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시민들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프라이부르그, 브리질의 꾸리찌바 등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곳들은 지방정부들로부터 먼저 시작되었다. 미래는 큰 국가 단위보다는 혁신적인 지방정부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제일의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독일의 프라이부르그는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비율이 50%가 넘으며, 보봉같은 지역에서는 아예 차 없는 마을을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미 50년 전부터 태양광으로 에너지전환을 모색하고, 세계 최초의 생태도시를 선언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꾸리찌바도 다양한 생태도시 활동으로 유명하지만,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도시농업, 푸드플랜이 돋보인다. 아마도 국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실행하기 힘든 일들이다.

 

최근에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를 펴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시민이 쥐고 있고, 시민들에게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ESG 행정으로 인류 생존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과 역할이 지방정부에 있다고 보고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지방정부의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중앙정부가 뒷걸음질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제대로 된 혁신모델을 제안하고 만드는 것은 새로운 비젼을 가진 지방정부의 몫이다. 누군가 뜻을 세우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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