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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전쟁터에서 치러지는 기후와의 전쟁

【윤영무의 기후 칼럼】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흙을 죽이는 인공 화학비료의 필요성을 줄이고자 흙 속 미생물의 DNA를 바꿔 씨앗과 함께 흙에 다시 보내는 새로운 생체공학적인 농업기술이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신호에 보도했다.

 

미국 미주리주 중부의 한 창고에서 붉은 버튼을 누르면 우윳빛 색깔의 액체가 수많은 옥수수 씨앗 위에 분사된다. 그것은 여전히 세계를 먹여 살리고 바이오 연료를 공급하면서도 기후변화와 전투를 벌이고자 하는 욕구로 추동(推動)되는 미국 농업에 지금 어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액체 안에는 박테리아가 들어있다. 이들 박테리아의 DNA는 변형되어 옥수수 씨와 함께 일단 흙에 들어가 옥수수가 자라는데 필요한 여분의 영양분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대 농업을 지배해 온, 그리고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염의 원인인 화학비료의 필요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점점 더 분명해짐에 따라, 과학자들과 기업인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처럼 자연계(natural systems)를 생체공학적으로 새롭게 설계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에너지, 섬유, 금융 등 다국적 복합 기업으로서 60개국에 1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 Inc.)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2천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 규모를 가진 비료 산업에서 비료는 공기 중에서 얻는 질소와 고온에서 압력을 가해 천연가스로부터 얻는 수소를 혼합하여 만드는 암모니아이다.

 

이 암모니아가 흙에 들어가면 암모니아태 질소로 바뀌고, 이 성분이 옥수수밭, 밀밭, 그리고 논흙 속으로 퍼지면서 작물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화학비료는 1900년에 16억 명에 불과하던 세계 인구가 오늘날 80억 명으로 대형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지구촌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도록 충분한 작물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기후위기를 부추겼다. 먼저, 비료를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열기를 지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대기 안에 가둬버린다. 둘째, 비료를 흙 위에 뿌리면, 약간의 비료에서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나와 공기 중에 방출된다.

 

전 지구적으로 볼 때 화학비료의 제조, 운반 그리고 사용으로 인해 발생 되어 지구를 오염시키는 양은 매년 이산화탄소 10억 톤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는 미국에 있는 모든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그리고 다른 옥수수 벨트 주(州)에서 옥수수 씨앗에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피벗 바이오(Pivot Bio) 사가 만든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를 씨앗에 분사하는 이유이다. 빌 게이츠와 엘 고어 전 미 부통령이 이끄는 그룹을 포함해 많은 투자자를 가지고 있는 피벗의 박테리아 유전자 변형 제품은 화학비료를 덜 쓰고자 하는 농부들이 써 왔다.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가 소개되고 난 뒤 정확히 5년 만에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를 뿌린 씨앗으로 키운 옥수수는 미국 전체 옥수수 수확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장애를 겪고 있지만, 워싱턴에서 공격적인 로비를 통해 유사 제품을 만드는 다른 회사들과 함께 미국의 규제기관들로부터 안전성 검토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벗의 추산에 의하면 지난해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로 처리된 씨앗으로 인해 얼추 70만6천 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었다. 이는 150만 배럴의 기름을 모두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와 비교할 만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 제품은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유기농 그룹, 환경 단체인 「Friends of the Earth」, 음모론자인 알렉스 존스(Alex Jones)를 회원으로 가진, 어찌 보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 연합은 유전 암호를 다시 씀으로써 자연에 과부하를 걸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학비료 제조업자들 또한, 새로운 회사의 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Friends of the Earth」의 부회장인 콘드라 클라인은 1에이커의 옥수수밭에는 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조 개에 달하는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우리는 자연이 유기체에 하라고 시키지 않은 일을 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고 조작된 그들을 수십억 마리씩,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에코 시스템 안에 풀어놓고 있다,”라고 하면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기보다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다코타 주립 대학의 농학자인 데이비드 프란젠은 피벗 바이오 미생물들이 과다한 질소를 만들고, 이 같은 여분의 질소가 밭에서 흘러넘쳐 인근 강과 호수로 들어가 물고기를 죽이고, 물을 오염시키는 대형 녹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벗의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는 옥수수 대가 죽으면 죽기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확산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용된 모든 박테리아가 해마다 죽는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농부들은 수 세기 동안 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일종의 유전자 조작이라 할 수 있는 이종교배를 해 왔다. 하지만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흙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벗의 고문으로 뉴욕대학에서 환경학을 가르치며 비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여 보자는 노력의 하나로 국제 질소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Nitrogen Initiative)를 이끄는 데이비드 캔터 교수는 “우리가 뜻밖의 다른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고 할 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테리아의 유전자 변형으로 인공 화학비료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흙을 살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농민들에게,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계의 인구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환경 측면에서 하나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100%를 초과하는 초 농업선진국 미국이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무공해 농업에 도전하고 있다. 전 지구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도 더 맑은 공기, 더 깨끗한 물, 더 건강한 흙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미래 첨단 농업을 하겠다는 그들의 개척정신만큼은 우리의 농업이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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