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는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을 연결하고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요충지이며 해양자원과 생태계의 보고이다. 광의의 대카리브해(Greater Caribbean Sea)는 브라질의 북동쪽 해안에서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케이프 해터라스(Cape Hatteras)섬까지 걸쳐 있다. 통상 대카리브해는 25개 국가와 12개 속령이 포함되어 있으며 해안선의 길이는 25,738km로서 전 세계 해안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 관련 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2023)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 해안 20개중 6개가 대카리브해에 속할 정도로 카리브해는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 가지고 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매력도도 높다.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의 관광산업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데 이는 다양하고 멋진 해변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해양환경과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지구의 보석과 같은 대카리브해의 보호를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국제협력 행사가 지난 10월 16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진행되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9개 국가를 대상으로 8년간 전개해 온 대카리브해 복원사업(Sandy Shoreline Project)을 마무리하는 종료 워크샵이 개최된 것이다.
우리나라 국제협력단(KOICA)과 카리브국가연합(ACS)은 카리브해 해안 침식 대응을 위해 손을 걷어붙여 의기투합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4백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 해안선 복원 지원을 위한 우리나라의 사업 협력기관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카리브 국가들과 연락관계를 구축하고 지원했다.
로돌포 사봉헤(Rodolfo Sabonge) 카리브국가연합(ACS) 사무총장은 KOICA의 지원을 통해 카리브 지역의 바다를 보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서 한국정부의 도움에 수차례 감사를 표하고 지속적인 협력의향을 표명했다.
대카리브해 복원사업은 2020년에 예기치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물품 운송이 지연되는 등 여러 장애를 만났으나 금년에 잘 마무리되었다. 이 사업은 각국 연락담당관 지정, 기관 역량배양 및 인적자원 관리, 자원배분과 연수를 위한 역내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 해안 침식 측정 방법론 및 복원 방법 모색, 복원 안내서 편찬, 카리브 해안 보호 컨퍼런스 개최 등에 이르기까지 6단계를 걸쳐 이루어졌다.
또한 수많은 해안의 복원사업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세 개 지역에 걸쳐 시범사업 대상을 지정했다. 카리브국가연합(ACS)은 파나마의 비엔토 프리오(Viento Frio) 해안, 안티구아 바부다의 런어웨이 베이(Runaway Bay),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보나세(Bonasse) 해안을 모델지역으로 선정하여 기술자문그룹(TAG)과 협조하여 사업을 수행했다.
대카리브해 지역은 다양하고 복잡한 해안의 지리적 특성과 유형이 존재하는 데다 바람과 해류의 방향과 속도, 해수면 상승, 허리케인 등 제반 요인과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므로 사업 수행을 위해 해안의 정의부터 방법론을 정립해야 했다. 이에 더해 해안 침식을 모니터링하고 복원방법을 개발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 했다.
이번 복원 종료 워크숍을 끝으로 '대카리브해 복원 안내서' 발간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종료 워크숍에 에머리 브라운(Amery Browne) 트리니다드토바고 외교카리콤부 장관이 참석하여 우리 정부에 사의를 표하고 다음 단계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의향을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카리브해 지역과 협력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카리브국가연합(ACS)와 해안선 복원을 위한 좋은 협력사례를 만들어내어 향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9월에는 한국의 청년이 카리브국가연합(ACS)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 사업을 시작했다. 금년 말까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협력하여 카리브해 지역에 해양과학연구센터를 설치할 예정으로 현재 센터 후보지 선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카리브해 복원사업을 통해 카리브해 국가들과의 협업을 위한 가치 있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제 협력 가능성을 발견한 첫 단계의 관문을 넘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가치 외교와 녹색해양외교의 대상으로서 대카리브해 지역의 해안 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안지역의 복원력 제고를 위해 협력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사실 대카리브해가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그 이면을 보면 기후변화와 인위적인 영향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저소득 도서국의 해안보호를 위한 측정 및 감시장비 설치, 역량강화 연수,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나라별로 여건이 다르고 역량 수준이 달라 어느 정도의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국가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카리브국가연합(ACS), 카리브공동체(CARICOM), 동카리브국가기구(OECS)와 같은 지역협력체와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력구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다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얻었다는 데 있다.
대카리브해 복원사업이 해안 침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복원력을 높여 카리브 해안이 지속가능하고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과 도약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글 : 권세중 트리니다드토바고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