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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트럼프 2.0시대, 한국 경제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미국내 불공정 무역 해소를 위해 다양한 강경 정책이 나올 가능성 높음
협상 여지 남겨둘 수 있는 상황, 한국에 유리한 정책 이끌어 내는 노력 필요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119대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를 만들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더불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며 트럼프 2.0시대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 경제와 직결되는 미국의 경제 정책은 늘 우리 경제의 화두가 됐다. 트럼프 2.0 시대. 과연 어떤 변화가 예상되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대외경제 연구원은 "트럼프 시대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유연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 했다. 대외경제 연구원 오세경 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그 길을 찾아가 보자. 

 

◇트럼프 2.0시대, 어떻게 변할까

 

대외경제 연구원은 우선 트럼프 2.0 행정부는 ① 보편관세 도입과 ② '트럼프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Agenda 47’에서 보편관세(universal tariff)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공화당 정강에도 기준관세(basline tariff) 인상에 대한 지지가 표명됐다.

 

보편관세 논의 초기에는 미국의 관세율을 10% 상승하자는 안이 제시되었으나 이후 20% 안까지 제시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에게 보편관세 도입에 대한 법적 권한이 있는지 논쟁의 여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만약 추진한다면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을 활용하는 것이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간편한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상호무역법' 역시 ‘Agenda 47’을 통해 제시됐으며 공화당 정강을 통해서도 추진 필요성이 한 차례 더 강조됐다. '트럼프 상호무역법'은 미국이 부과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미국에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불공정한 교역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상호무역법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인 116대 의회에서 공화당 션 더피(Sean Duffy) 하원의원 (27명의 공동발의자)의 주도로 법안이 발의됐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음에도 법안 제정에는 실패한 바 있다. 의회 승인을 우회해 추진할 수 있는 보편관세에 비해 상호관세법 제정은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의회 동의를 통해 '감세 및 일자리법(TCJA: Tax Cuts and Jobs Act)' 연장 및 확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폐기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와 공화당 내 자유무역 지지론자의 반대가 있을 경우 상호무역법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시대 변화와 우리의 대책

 

트럼프 2.0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이민정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 상승이 소비둔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미국 비즈니스 경쟁력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D Securities는 10%의 보편관세 부과 시 물가는 0.6~0.9%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민정책과 결합 시 경제성장률을 1~2%p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다른 국가들이 사과부터 위스키까지 모든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수출 상대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생산지를 태국으로 이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이민자 유입 증가는 임금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빠른 노동력 증가세는 잠재 성장률 상승에도 기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관세 부과 등 급진적인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는 남겨둘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사례를 살펴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관세 부과 전후 협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조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301조 관세를 한 번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1~4차에 나누어 부과해 중간 협상을 시도하고 관세율을 지속 조정했으며 최종적으로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을 통해 4-2차 관세부과가 취소된 바 있다.

 

232조 관세는 발표 당시 일률적으로 부과되기는 했으나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국가안보 관계의 중요성 때문에 면제(2018. 3.)되기도 했다가 다시 쿼터로 전환(2018. 6.)되는 등 변화를 거쳤다. 보편관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한정된 232조나 중국 전용 301조 관세와는 차원이 다른 전 품목·전 세계 대상 관세라는 점에서 그대로 추진하기보다 협상의 여지를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돋보이는 수준의 대미투자 실적을 레버리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만약, 보편관세가 원안대로 도입된다면, 미국 내 제조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한국기업들의 생산 단가 상승 과 생산 규모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향후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로 인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의 수출이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고 무역수지가 서서히 균형을 찾아갈 수 있는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무역수지 적자를 감축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한국의 대미투자 이행을 성실히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 논리로 제시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가 미국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 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상세하게 홍보하는 활동을 통해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들,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유연성 갖춰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는 시기로 향후 한국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있어서 유연성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한국의 대미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야와 관련이 깊은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사업 환경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반도체와 과학법' 내 보조금 필요성을 평가절하하면서 ‘관세부과와 법인세 인하가 이루어지면 기업들이 미국에 자체적으로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언급하는 등 상당히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자는 폐기하겠다는 견해도 밝힌 바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투자 수혜를 받고 있는 공화당 강세 주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인플레이션 감축법' 전면 폐기는 의회 논의 과정에서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외 많은 부분(관세, 세제, 규제 변화)에서 기존 바이든 행정부에서 큰 정책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 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 추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우리 기업은 미국 내 사업 운영 시 유연한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하는 계획을 세워 신축적인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격화될 대중국 견제정책은 한국기업 입장에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보다도 더욱 강경한 대중국 견제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중국의 기술 탈취, 보조금 등과 관련된 불공정 행위에 피해를 보는 기업이 있음을 밝히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관세 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미국시장 내에서 최대한 중국의 재화 수입을 차단하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침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중국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분야에 대해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을 새롭게 발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간 목표의 충돌로 오히려 중국의 미국 내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분야도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보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보조금이라는 당근’과 ‘중국과의 협력 차단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활용해 중국산 소재·부품·배터리가 미국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는데 만약 친환경차 보조금 자체가 사라진다면 이러한 방파제 효과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보조금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했던 방향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시장에서 핵심 재화에 대한 중국의 공급을 차단하는 대목표와 일관되게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민하도록 독려해볼 수 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조치는 트럼프 1기 및 현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점점 고도화된 수단을 병행하여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대중국 통상정책 수단으로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기업을 Entity List에 등재하여 수출통제 대상을 관리한다. 현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첨단반도체 수출통제와 함께 '반도체와 과학법' 가드레일(guardrails) 규칙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중국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함께 중국 내 특정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함으로써 중국의 해당 분야 굴기를 견제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와 과학법'의 가드레일 규칙을 통해 동법에 근거해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의 중국 내 첨 단반도체 및 구형(legacy)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을 금지한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위에 언급한 수출통제 수단들을 병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통제 대상 품목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양자주의적 통상정책 추진 경험에 비춰볼 때 바이든 행정부 시기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협조했던 네덜란드와 일본에 바이든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동참을 요청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수출통제는 물론 '반도체와 과학법'의 가드레일 규칙을 관장하는 상무부를 통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수시로 점검하고 중국 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한미 간 산업·공급망 대화 채널 등을 통해 우리의 입장 및 요구사항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 정부 공조를 통해 이루었던 성과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일관성 있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의제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Validated End-User) 지위 부여는 한미 정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사안으로 이는 행정부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지위가 달라질 수 있어 트럼프 신행정부에서도 연속성 있는 VEU 지위 인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수출통제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출허가 절차를 통해 미국산 장비를 반입해야 하지만 현재는 VEU 지위 부여(2023. 10.)로 인해 이러한 절차에서 면제된 상황이다. 이 외에도 미 행정부가 개입해서 한미 정부 간 협의 사항 중 민감한 사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의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원자력 발전(및 SMR)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의 원전 시공 및 운영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SMR 수출 공동 추진 등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HLBC(한미원자력고급위원회)가 2018년 이후 개최되지 않았고 2022년 5월과 2023년 4월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모두 원자력 협력 의사를 밝혔으나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의 원자력 협력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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