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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로야구·K리그 흥행 대박, 우리 기업 길잡이가 되다

프로축구 FC 서울, 린가드 영입 효과에 홈관중 50만 관중 돌파
프로야구, 여성팬 성원 힘입어 출범 첫 1000만 관중 시대 열어

 

한국 프로 스포츠 양대 산맥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흥행 대박을 쳤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프로축구는 이에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FC 서울이 사상 첫 홈 관중 50만 명 시대를 열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두 스포츠의 흥행 대박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다 대박이 났는지를 파고들어가다 보면 현재 소비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주는 이유다. 

 

경기 불황으로 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혀 버린 시대를 살고 있지만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호황을 누렸다. 우리 기업들이 두 종목의 성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불황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 속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리 기업들은 어느 포인트를 파고들어야 두 종목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닮은 듯 다른 관중 동원 원동력을 보여준 야구와 축구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자. 

 

◇ 프로 축구, 좋은 콘텐츠가 대박을 부른다

 

프로 축구 FC 서울은 지난 10일 치러진 2024시즌 K리그 37라운드 마지막 홈경기에서 총 3만7288명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 시즌 총 18번의 홈경기 누적 관중 50만1091명을 기록했다. K리그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50만 관중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올 시즌 평균 관중도 2만7838명을 기록하며 프로 스포츠 사상 최다 평균 관중 신기록을 썼다.

 

지난 1983년 창단해 41주년을 맞이한 FC 서울은 서울 연고라는 이점도 있지만, 남다른 콘텐츠로 무장하며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당연히 성적이 좋았던 덕을 봤다. FC 서울은 지난 겨울 알찬 전력 보강을 했고 올 시즌 5년 만에 파이널A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심에 제시 린가드가 있다. 팬들은 영국 최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까지 지낸 린가드를 FC 서울이 영입하자 크게 반겼다. 린가드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대거 찾았다. 여러 음모론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잠재울 정도로 린가드 파워는 강했다.  

 

축구는 전형적으로 팬층이 양분화된 스포츠였다. 축구 팬이기는 하지만 K리그 팬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해외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에만 관심을 갖고 국내 리그에 대한 팬심은 없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K리그는 수준 떨어지는 하위 리그였을 뿐이다. 프로 축구 입장에선 축구 팬임에도 K리그 팬으로 만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었다. 

 

린가드가 그 해법을 보여줬다. FC 서울은 그동안 K리그를 밟았던 외국인 선수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를 영입했고 축구 팬들은 그런 FC 서울에 응원을 보냈다. 

 

올 시즌 FC 서울이 동원한 팬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면 길이 보인다. 

 

올 시즌 FC 서울 홈경기를 방문한 관중 중 무려 77%가 린가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5만1670명으로 관중석을 꽉 채웠던 개막전 경기에서는 90%까지 비율이 치솟았다. 린가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 중 65%는 그동안 K리그에 무관심 했던 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FC 서울이 타겟층으로 삼은 25세~34세 사이의 팬들이 대거 새로 유입됐다. 거듭 강조하게 되는 해외 축구 및 국가대표 축구에만 관심을 갖던 층이 바로 이 세대였다. 25세~34세로 대표되는 젊은 연령층은 관람 비율이 33%나 됐다. 

 

일회성 관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재방문율이 12% 정도 올라갔다. FC 서울을 응원하는 새로운 팬 층이 생겼고 이들이 다시 그라운드를 찾으며 관중 동원이 탄력을 받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경기장 재방문 관중의 방문 횟수가 3.9회에서 4.2회로 7.7% 증가한 점도 의미가 있었다. 

 

물론 린가드 효과만은 아니었다. FC 서울의 노하우와 운영 전략도 팬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됐다. 

 

FC 서울은 경기장 내 각종 식음료 매장을 리모델링 했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발휘해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찿으면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고객 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안정적인 운영이 뒷받침 되며 팬들에게 보다 쾌적한 관람 문화를 선물했다. 슈퍼스타 콘텐츠 영입과 효율적 운영이 뒷받침 됐기에 관중 몰이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프로 야구 "우리 딸이 밤마다 사라져요"

 

프로야구는 역대 최초로 올해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 해 누적 관객 수가 1000만명이 넘은 것은 프로 야구가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지 43년 만이다. 당연히 전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 기록한 것이다. 

 

그 중 1위는 LG 트윈스였다. 지난해 우승팀인 LG는 올해 139만7499명의 홈 관중을 유치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구단 티켓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5~19세 구매자는 6132명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만43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24세 구매자도 지난해 2만8674명에서 올 해 3만5098명으로 늘었다.

 

올 시즌 130만1768명의 관중이 든 같은 서울 연고의 두산 베어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대 여성이 전체 관중의 24.6%로 가장 많았다. 20대 남성 예매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19.3%였다.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 예매 성향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발표에 따르면 예매자 중 20대 여성 비중이 39.6%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도 19.1%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20대 여성 35.4%, 30대 여성 13%를 기록했었다. 

 

KBO가 실시한 ‘야구장을 찾는 이유’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3%가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라고 답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기 위해(39.2%)', '나들이나 데이트 목적(31.1%)', '야구장의 식음 문화가 좋아서(29.4%)' 등이 뒤를 이었다.

 

한 때 프로 야구는 아저씨들의 놀이터로 여겨졌다. 야구장 하면 떠 오르는 것은 술 취한 아저씨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장소였다. 그러나 이젠 문화가 전혀 달라졌다. 젊은 여성팬들의 야구장 나들이가 늘어나며 경기장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승.패에서도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연히 응원팀이 이기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혹시 패하더라도 야구장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분위기가 확산 됐다.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입는 유니폼을 사서 입으며 동질감을 느끼고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야구장을 새로운 콘텐츠의 장으로 만들어 냈다.

 

불경기인 탓에 지갑이 단단히 닫혀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젊은 여성팬 층의 특성이다.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유니폼이 날개 돋인 듯 팔려 나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니폼에는 각종 스폰서들의 이름이 곳곳에 새겨져 있지만 좋아하는 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기 위해 움직이는 광고판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 여성팬이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에 대한 뾰족한 분석 결과는 없다. 다만 스스로 재미 요소를 찾고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내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프로야구라는 콘텐츠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OTT 업체인 티빙이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권을 획득하며 팬들이 스스로 숏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프로야구 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며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 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 올리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는 것이다. 

 

한 주부는 모 스포츠지와 인터뷰서 "대학에 다니는 딸이 밤이 되면 (야구장에 가느라)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꼭 응원하는 팀 경기만 가는 것도 아니더라. 다른 팀 경기도 응원가 부르는 재미에 함께 한다고 했다. 잘 이해는 안됐지만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한 것 같아 보기 좋았다"고 했다.  

 

◇프로 스포츠 관중 대박이 기업에게 남긴 시사점

 

FC 서울의 성공은 린가드라는 킬링 포인트를 영입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 팬 서비스 운영 체계가 만들어 낸 성과였다. 

 

축구팬 A씨는 "나는 K리그를 보지 않던 사람이다. 수준 높은 해외 축구와 국가대표 경기에만 관심을 가졌다. 같은 축구 팬이지만 K리그 팬과는 분명 다른 부류라고 생각했다. 야구는 다르지만 축구는 국가대표 경기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오는 것이 불문률로 금지 돼 있다. 국가대표 경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오는 것은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린가드가 FC 서울에 입단하며 K리그에 대한 관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월드 클래스 스타가 입단할 정도 팀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FC 서울의 경기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우리 리그 수준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팬 서비스는 유럽 선진 리그 이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K리그를 접하면 접할 수록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로 야구는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 니즈를 충족 시키기 위한 노력,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쉽게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과정들이 있을 때 소비력이 가장 높은 20~30대 남.여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 라이온즈는 왕조라 불리던 시절(2010년 대 초반) 대표적인 응원가로 '엘도라도'가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이 노래는 경기장에 울려퍼지지 못했다. 저작권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전 단장들은 복잡한 저작권 탓에 '엘도라도'를 쓰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이종열 신임 단장은 달랐다. 어떻게든 '엘도라도'를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결국 삼성 전자 독일 법인까지 동원해 원작자의 유족을 찾아냈고 '엘도라도'를 다시 응원가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왕조 시절의 영광을 담고 있는 응원가의 복귀는 삼성의 성적 반등과 함께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 

 

20대 여성 야구팬 B씨는 "얼마 전 (프리미어 12)국가 대표팀 연습 경기를 돈까지 내가며 찾아갔었다. 우리 팀 선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응원가는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팬들과 함께 그 노래들을 부르러 야구장에 갔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았고 신이 났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한국 대표팀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크게 실망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전력이 베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응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프리미어 12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TV로)찾아 볼 생각"이라며 "괴로울 때나 슬플 때에도 힘이 돼 줄 수 있는 야구가 좋다. 야구장은 이제 정말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으며 경기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언제 식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더 이상 좋은 놀이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요즘 세대는 누가 깃발 먼저 들고 따라오라고 앞장서는 걸 그리 원하지 않는다. 알아서 자발적으로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야구와 축구의 성공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만들어졌다. 좋은 소재와 놀이터를 제공하면 스스로 알아서 즐길 줄 아는 문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소비력이 높은 20-30 세대를 잡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야구와 축구가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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