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통계청은 다소 충격적인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10월 월 평균 일반 판매직 종사자가 지난 해 같은 기간 262만8000명 보다 11만 명이 줄어든 251만8000명으로 조사 됐다고 밝혔다. 단순 판매직 일자리가 1년 새 무려 11만 개나 사라졌다는 뜻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1월~10월 누계 기준으로 셋째로 큰 폭의 감소다. 1,2위 기록은 모두 대면 접촉이 크게 줄었던 코로나 시기에 나왔다. 2021년(-13만2000명)과 2020년(-12만7000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를 찍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모두의 일상이 돌아왔지만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음을 뜻한다. 단순히 대면 접촉이 불가능했기에 판매직 직원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2020~2021년 2년 연속으로 10만명 넘게 줄었지만 엔데믹을 맞아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엔 감소 속도가 둔화됐다. 하지만 최근 판매직 숫자가 다시 급감했다.
연령별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20대 이하에서 뚜렷한 감소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판매직 감소 폭(11만명)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15~29세) 청년층에서 가장 많은 5만1000명이 줄었다. 50대(-3만1000명)에서 두번 째로 많이 줄었고, 그다음 30대(-3만600명)와 40대(-6400명) 순이었다. 60세 이상 판매직은 반대로 9000명 증가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인력이 대거 판매직 시장으로 몰려들며 60대 이상의 취업률만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감소율 기준으로도 청년층이 13.5%로 가장 컸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20대 판매직 신규 채용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힘이 필요한 시기다. 판매직은 이렇다 할 기술이 없어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다. 취업의 첫 관문이다. 이 폭이 줄어든다는 것, 특히 20대 취업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건 단순 판매직으로 첫 직장을 삼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뚜렷한 대책 없이 일자리만 줄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원하는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주는 것이 당장 수당 몇 푼을 쥐어 주는 것 보다 중요하다. 나라가 나서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음을 의미한다.
◇ AI, 온라인, 경기 침체 3중고
판매직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우선 경기 침체를 이유로 들 수 있다. 내수 침체가 경제 성장률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 증가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건설 투자 역시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고용 목표 달성은 이미 어려워졌다. 정부가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월 평균 취업자 증가 폭은 23만명이었다. 그러나 10월까지 월 평균 증가 폭은 18만4000명에 그쳤다. KDI는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당초 20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내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판매직의 감소는 기술 개발과도 연관성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며 직접 대면 판매를 하는 비율은 가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직접 부딪혀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판매직 직원들의 살 길이 점점 막막해 지는 이유다.
그 틈에 AI도 파고 들고 있다. 단순 차림상 정도는 AI로 충분히 메꿀 수 있다. AI 산업이 발달하며 판매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화 예약 등 고도의 업무도 이젠 AI로 모두 소화하는 시대가 됐다.
장신철 한국기술교육대학 정책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접어들며 판매 직원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매장 관리나 상푼 진열 등에 대한 필요성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직 직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고 AI까지 등장하며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럴 때 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 실업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직의 일부분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운·배송 업무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운·배송직의 취업률은 크게 늘고 있다. 투잡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운.배송이 높은 질의 노동력이라고 하긴 어렵다. 마땅한 기술이 없어 판매직으로 시작한 이들이 좀 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고용 안정성이 보장이 되고 보다 나은 일자리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정부가 취업 희망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자리 및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새로운 희망, 국민내일배움카드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게 아리라 다양한 실업 구제 정책을 내 놓으며 애를 쓰고 있다.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은 '국민내일배움카드'다. 포털에 '국민내일배움카드'를 검색하면 대단히 많은 자료들이 뜬다. 신청 방법에서 효과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만날 수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급격한 기술발전에 적응하고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생애에 걸친 역량개발 향상 등을 위해 국민 스스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상시 신청이 가능하며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서 문의할 수 있다. 신청 방법은 가까운 고용센터를 방문하거나 고용 24를 통해 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국민 누구나다. 다만 지원 예외 대상은 있다. 우선 공무원과 사립학교 직원은 신청이 불가하다. 졸업까지 수업 연한이 2년이 초과해 남은 대학생과 졸업 예정자가 아닌 고등학생도 안 된다. 또한 연 매출 1억5000만 원 이상의 자영업자, 월 임금 300만 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 근로자(만 45세 미만) 월 소득 300만 원 이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만 75세 이상인자 등은 신청할 수 없다.
지원 내용은 5년간 300~500만원 한도 내에서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적합훈련과정을 수강하는 경우 훈련비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장신철 교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는 현재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 취업 지원 사업이다. 대단히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후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어 직업 교육에 대한 질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일반 판매직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최근 트렌드에 맞는 기술 교육을 하고 재취업을 알선하는 노력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현금 지급이 아닌 교육 카드로 지급되기 때문에 예산이 새나갈 가능성도 적다. 많은 구직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풀이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내일배움카드' 뿐 아니라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들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직업 교육을 받게 된 사람들이 벌써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판매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만 여명이다. 아직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아무 기술이 없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 교육을 하고 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는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출석 관리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관리하고 있다. 이 카드를 통해 배출 된 교육생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철저히 하고 있다. 기업체와 신뢰도도 점차 저욱 쌓여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생활비 몇 푼 쥐어줄 때가 아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새 직장을 얻었었다는 전직 판매 직원은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학원을 다니며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요즘 잘 통하는 기술 교육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새 직장을 얻게 됐고 좋은 기회가 생겨 생계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생활비 몇 푼을 보태주는 것 보다 취업에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세련미는 떨어질 수 있어도 정부의 지원으로 교육 받은 지원자들은 좀 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교육 태도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교육 받은 교육생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출석 여부 등도 치밀하게 체크 받는다. 여기에 임금 지원금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은 조건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 놓았다.
일자리가 곧 복지가 될 수 있음은 많은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다. 정부의 맞춤 지원 정책이 보다 나은 일자리를 보장하고 실업이 줄어들게 하려면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