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탄핵하라"
국민들의 외침은 더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국민의힘 의원 지역사무실에는 근조 화환이 배달되고 계란 테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장본인이라는 걸 거부하기 어려울 듯 하다. 일명 '친윤계'로 불리는 국민의 힘 중진들 대다수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기 위한 시간 벌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탄핵에 반대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하며 대통령의 임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윤 인사인 추경호 원내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다시 친윤계 의원인 권성동 의원을 원내 대표로 밀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 대통령이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데도 그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 현 상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국민들이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결국은 다시 우리를 선택할 거라는 믿음이 큰 듯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국민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 정치적 계산부터 심리 상태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친윤계의 현재 모습을 조명해보자.
◇ 콘크리트 지지층에 대한 믿음
우선 콘크리트 지지층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10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 중 주고 받은 문자가 논란이 됐는데, 한 지지자가 김 의원에게 "(탄핵에 찬성하는)한동훈 대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고발하려 하는데 당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이 "본회의 중이니 알아보겠다"고 했다.
이 시국에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모 대학의 정치학과 A교수는 "우리나라는 탄핵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대선은 51대49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아직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하긴 했지만, 100명이 넘는 인원이 배지를 달았다. 대구, 경북을 포함해 국민의힘이 아니면 당선되기 어려운 곳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A교수는 이어 "현재 그쪽 여론도 좋지는 않지만 정작 선거 국면이 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거다. 친윤계는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보수 지지층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친윤계의 의원 대부분이 다선이고 나름 스타성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점 또한 그들이 국민의 여론과 다른 길을 가도록 만든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현재 친윤계는 지난 총선의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은 인물들이로 대구, 경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아무리 국민 여론이 들끓어도 선거 때가 되면 다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소속 정당이 흔들리더라도 개인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아도취가 만든 일그러진 선택
산전수전 다 겪은 스타급 의원들이 많다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이것이 당권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서울대 겸임 교수인 B는 "친윤계 의원들은 그동안 크고 작은 풍파들을 다 겪으며 살아 남은 인물들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지금의 나라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부'라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처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B교수는 이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만 그른 일도 옳은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오로지 자신만이 옳다는 그릇된 확신대로 움직이는 행동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확신범이 무서운 이유다"고 설명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은 모든 문제의 근원을 외부에서 찾기 마련인데, 지금의 사태도 야당이 무모한 공세를 벌였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은 잘못 됐지만 비상 계엄을 부른 것은 야당의 폭주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언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일했던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실언'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윤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현 탄핵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이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는 질문에 "국민은 달라진다. 1년 후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야당은 "국민을 개, 돼지로 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국민들이 결국 돌아올 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애초에 국민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될 놈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C는 "국민들은 국회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들에게 더 중요한 건 당권과 대권이다. 권력자에게 충성해 공천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들은 국민과 소통한 적이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양자간의 공감대가 형성 됐을 때 만들어지게 되는데, 중진 국회의원으로 갈수록 국민들과 멀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 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분 상황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외부의 적이 강해지면 내부는 더욱 단단하게 결속된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은 커다란 반대 물결 속에서 오히려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진정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걸 느끼게 된다면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 듯 느껴지는 국회의원들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