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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미사일·핵' 다 만드는 3D프린터... "국내 R&D·인력양성 시급"

미국·유럽·일본 등 ‘3D프린터’ 수출통제 품목 추가
‘적층제조’기술, 항공·우주·방산 등 국가안보에 중요
우리나라, 세계기술력 80% 못 미쳐...빨리 따라잡아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은 경제안보 차원의 기술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요국들은 핵심기술 공급망, 사회인프라 안정, 첨단기술의 육성 및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를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핵심 기술뿐 아니라 유형, 무형의 제품, 기술, SW, 데이터, 인력 등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해외 투자까지 규제 제정안을 만들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해 핵심 기술 뿐 아니라 국민생활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물자 및 부품, 프로그램 등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이런 흐름 가운데 지난해 9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핵심기술 관련 24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미 상무부는 “잘못된 곳으로 흘러갔을 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기술과 관련된 품목이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드론·탄도미사일 가볍고 빨리 만드는 ‘적층제조’, 적국 통제에 촉각

 

미국이 지정한 핵심기술에는 AI, 양자컴퓨터, 반도체와 더불어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가 추가돼 이목이 집중됐다.

 

‘적층제조’란 주로 금속분말을 사용해 일정한 두께의 분말을 방사해 디지털화된 3차원 도면에 따라 레이저 또는 전자빔을 조사해 입체적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절삭가공에 비해 소재절감, 디자인 유연성, 고효율 경량부품의 제조가 가능해 차세대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규제대상 적층제조에는 금속 또는 금속 합금 부품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장비, 부품 및 관련 기술 및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영국도 지난해 3월 ‘적층제조’를 수출이 통제되는 ‘신흥기술’에 포함시켰고 우리 정부도 지난해 12월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적층제조’를 수출 통제 품목에 추가했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들이 ‘적층제조’를 통제품목에 추가한 이유는 이 기술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갔을 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금속 가루’를 이용한 적층제조는 무기 부품 특히 총기, 드론, 탄도미사일과 핵 등에 필요한 부품을 빠르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양자 컴퓨터, 적층제조는 상업적, 민간 목적뿐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로 악의적인 행위자나 적대국으로 유출될 경우 첨단무기 개발과 같은 위협적인 활동을 지원할 가능성이 커 통제 대상이 됐다.

 

금속소재 공학박사인 강민철 3D프린팅연구조합 상임이사는 M이코노미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적층제조’ 수출입 통제 배경을 "기존 금속 부품은 절삭가공을 통해 만드는데 금속 3D 프린터는 금속분말을 하나씩 쌓아서 만드니까 절삭가공보다 훨씬 빠르고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테러리스트나 불법 무기 제조 조직 등에 의해 폭발물과 무기를 제작하는 사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첨단기술의 민간 및 군사적 사용을 고려해 특정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는 다자간 협정에 따라 양자 컴퓨터와 3D 프린팅 기술이 포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항공·우주·방산에 쓰이는 ‘금속 적층제조’, 26년까지 21% 성장 전망

 

‘적층제조’는 국가안보 뿐 아니라 국가경제 핵심기술로 떠오르며 글로벌 시장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Wohlers Report 2024’에 따르면 세계 적층제조 시장 규모는 2023년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원)을 기록했다.

 

적층제조 영역은 크게 서비스 영역과 장비·소재 등 제품군으로 구별된다. 기존에는 서비스 영역이 전체 시장규모의 60% 이상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금속장비 영역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속 적층장비 판매대수는 2023년에 비해 24.4% 증가했다.

 

미국 시장조사 ‘마켓앤마켓’이 발표한 2021년 보고서에서도 산업용 적층제조 소재별 시장에서 금속 소재가 큰 성장률을 보였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4.7%로 가장 높았던 금속 소재 시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21.9%로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더불어 2020년 세계 산업용 3D프린팅 시장에서 항공·우주 및 방위 부문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했다. 시장규모는 2021년 4.9억 달러에서 2027년 13.3억 달러로 연평균 2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적층제조 기술이 항공·우주·방위 산업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 시장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강민철 박사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등 부품은 3D 프린터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절삭가공 방식이 훨씬 싸지만,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이 가볍고 빨리 만들 수 있어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에서 기존 절삭가공 공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 3D 프린팅 기술, 제조업 혁명 일으킬 수 있을까?

 

처음 3D 프린팅 기술이 조명 받은 것은 2013년 미국 오바마 정부 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제조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이를 타계할 방법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주목했다. 그는 ‘AM(적층제조) 포워드 협약’을 통해 ▲적층제조 신기술을 채택한 중소기업에 투자해 탄력적이고 혁신적인 공급망 구축 ▲적층제조 기술 가로막는 규제조정 문제 극복 ▲고부가가치 산업 제품의 생산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지역 적층제조 생태계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본부장도 미국의 ‘적층제조’ 기술 집중은 국가안보 뿐 아니라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봤다.

 

정은미 본부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층제조 기술은 미래 제조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지난 30년간 진행된 세계화·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미국의 제조업 생산기반이 무너지면서 이것이 중산층 붕괴로 이어졌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세계 비중은 17.6%에서 1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독일, 한국 등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줄었다. 이렇게 줄어든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2010년 18.5%에서 2021년 34.7%로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본부장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국가 재건 능력이 있는 곳이 제조업 국가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제조업 기반이었던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이 회복력이 빨랐기 때문”이라며 이와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 일본 등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이 없어 자동차 생산을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제조업체들이 있어서 생산이 가능했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각국이 전략물자를 관리해 제조역량을 다시 키우려는 움직임이 생겼다"며 "각국은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제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민철 박사는 제조업 분야에서 적층제조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적층제조 시장은 매년 20~25%씩 성장하고 있다"며 "적층제조는 전 세계에 있는 제조산업에 적용이 다 가능하다.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1~2% 정도이고, 모든 제조업 성장률이 5%이상 되는 게 잘 없는데 이에 비하면 적층제조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 금속 적층제조 세계 6위... R&D, 산업인력 양성 시급

 

3D프린팅연구조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금속부품의 제조가 가능한 장비는 총 350대 정도가 보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 금속 장비 보급이 활발히 진행된 것은 7~8년 전으로 테크노파크, 각 지자체에 지원받는 비영리 공공기관과 대학 등에 많이 공급됐다. 

 

최근 5년간 국내 기업체의 금속장비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이전에는 중소·중견 기업이 적층 서비스를 위해 장비도입이 활발했다면 이후에는 금속장비에 대한 검증을 마친 수요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장비가 도입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8대, 현대자동차가 5대, 스타코와 파트너스랩이 5대씩, 방산부품을 제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휴니드, LIG넥스원, 원에이엠 등이 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3D 프린팅 기술은 세계 선두그룹의 8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R&D 지원과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발간한 ‘2023년 산업기술 수준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래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지만 맞춤형 바이오 진단 및 치료, 3D프린팅과 차세대 항공은 80%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강민철 이사는 “금속 적층제조 기술은 독일이 세계 1위이며, 그 뒤를 미국과 중국이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6위 정도 되는데 기술력은 최고 기술국 대비 78.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세계 우주항공과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첨단기술 적용이 시급하다"며 "3D프린팅 기술을 지금 따라잡지 않으면 이 격차는 좁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3D프린팅 기술 잠재력에 대해선 “자체기술 실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누리호에 우리 기업이 개발한 금속 적층부품이 사용됐고, 각종 반도체 부품, 금형 등 보이지 않는 숨은 성공 사례도 다수 있다”며 “방산무기에 독자적인 설계기술과 소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고효율 부품을 만들어 실제 장착하는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군에서도 적극적인 활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3D프린팅 산업 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차원의 R&D 연구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에는 장비와 소재구매에 있어 국산 장비·소재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현재 대학 및 지자체 중심으로 인력양성의 단기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장비 운용 및 설계, 소재 선택, 응용 분야 개발 능력을 갖춘 산업형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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