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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I 시대, 보편적 기본식료서비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사업평가 내용을 보면, 한국 농업이 마치 선진국형 산업 환경에 도달한 듯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겪는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쌀값 폭락, 생산비 상승, 기후위기 속 값싼 수입 농산물 의존 등으로 농민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약속한 쌀값 20만 원 보장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해보험 역시 낮은 수준의 지원과 불공정한 누적 할증 구조로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 안정 사업은 ‘금대파’, ‘금사과’ 사태를 초래해 소비자와 농민 모두에게 혼란만을 남겼다. 청년농 육성 정책도 예산 감축으로 실효성을 잃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은 겉치레에 불과한 재탕 삼탕 도돌이표가 되어 국민에게 실망만 안기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경제 시대, 기본식료서비스 마련을 제안한다.

 

◇세계를 바꿀 디지털 경제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주제는 ‘지능형 시대를 위한 협력’으로,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웠다. 포럼은 디지털 경제가 현재 전 세계 GDP의 15.5% 이상을 차지하며 향후 10년간 글로벌 경제 가치의 70% 이상이 디지털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성장 모델의 재구상, 지능형 시대의 산업 혁신, 인재 재교육과 역량 강화, 기후 변화 대응, 국제적 신뢰 회복이라는 다섯 가지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미래 전략이 논의된다.

 

기술 발전과 디지털 전환은 모든 산업에서 변화를 주도하며 노동시장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은 산업 혁신과 경제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청정기술 도입, 재교육 강화, 그리고 무역의 디지털화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디지털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농업 부문에서도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데이터 및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AI와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해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여 정책 설계와 시장 예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할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 유통 시스템으로 농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와 글로벌 기후 목표를 고려하여, 농업은 탄소중립 농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업 부산물의 자원화, 친환경 비료 확대, 에너지 절감 농업 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농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농지 보전 정책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후 변화에 강한 대체작목 개발과 이를 지원하는 유통 및 판로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농업 운영이 가능하다.

 

디지털 및 서비스 경제의 성장은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협동조합을 활성화하여 지역 농민과 소비자가 직거래를 통해 연결되고, 디지털 기술 교육과 금융 지원을 강화해 청년농 육성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농업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업 부문에서도 요구되는 재교육(reskilling)과 기술 향상(upskilling)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농업 부문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재해보험 구조 개선과 지원 수준 강화로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대책 연구와 정책 마련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AI와 경제적 기본권

 

AI 기술은 의식주 생활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생활의 질을 높이고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AI 기반의 맞춤형 의류 제작 및 추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지속가능한 소재와 자동화 생산 기술은 친환경 패션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다.

 

이와 함께 AI 기술은 스마트팜과 자동화 농업 시스템을 통해 식량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품질을 개선한다.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주거지 설계와 지역 개발 측면에서도 AI를 통해 교통, 환경, 안전성을 고려한 최적의 도시 계획이 이뤄지고, 스마트홈과 IoT가 결합하여 에너지 효율과 생활 편의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이처럼 AI 기술은 의식주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만,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치우치지 않도록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는 기본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를 앞장서서 정책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화성특례시다. 화성시는 ‘화성형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지난 1월 10일 기본사회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섰다.

 

기본소득, 기본서비스, 사회적경제, 지속가능발전(환경보호)이라는 기본사회의 핵심 가치를 지역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2,784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시민의 경제적 기본권 보장을 통해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앞장설 예정이다. 또한 민생경제 회복을 목표로 전국 최대 규모인 5,000억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기본사회라는 새로운 지역 발전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향해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s, UBS)’는 2017년 글로벌번영연구소(IGP)의 보고서 ‘미래를 위한 사회적 번영: 보편적 기본서비스 제안’에서 처음 제기되어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는 공익을 위해 집단적으로 창출된 활동으로, 여기에는 의료, 교육, 교통, 돌봄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기본’은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필수적이고 충분한 서비스를 뜻하며, ‘보편적’은 소득이나 지급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필요를 충족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UBS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출을 대체하는 가상소득이자 사회임금(Social Wage)의 개념으로, 사회적 평등과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한다.

 

IGP는 UBS의 대표적 영역으로 보건의료, 교육, 민주주의와 사법 서비스 외에 주거, 음식, 교통, 정보를 추가로 제시하며 모든 시민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음식(Food)이 핵심 요소로 포함된 이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되며 건강 증진, 사회적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본서비스청과 기본식료서비스

 

기후변화와 함께 디지털 경제의 급격한 발전은 기존 사회서비스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AI 중심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할 ‘기본서비스청’이 필요하다.

 

기본서비스청은 기후위기와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변화를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정적이고 공평하게 필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관이 될 것이다. 이 기관은 기후위기 대응 서비스를 통해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에너지, 음식, 주거 등 필수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 교육, 교통, 정보 등 사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디지털 접근성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친환경 서비스 설계와 실행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서비스를 운영하며 모든 시민이 소득과 관계없이 기본서비스를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실현할 것이다.

 

기본서비스청을 신설하려면 입법을 비롯해 여러 절차와 과정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기본식료(음식)서비스 실시부터 제안한다. 이는 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담당하여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사회의 안정과 공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다. 농특위는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며 농업, 유통, 환경, 기술의 복합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농업과 식량 문제를 다루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기반 식량 공급 체계 구축, 취약 계층 지원,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 등을 주도하며 기본서비스의 핵심 영역인 기본식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계획할 수 있다. 국민의 식량 기본권 보장을 위해 로컬푸드 네트워크 운영, 농식품바우처와 공공 급식 서비스 제공, 탄소중립 농업 도입,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등을 통해 기본서비스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제시할 수 있다.

 

농업과 식량 정책의 전문성을 가진 농특위가 기본식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한다면, 국민의 생존과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향후 기본서비스청 설립으로 이어지는 기틀을 마련하며 AI 중심의 디지털 경제와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사회 모델을 구축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제는 농업과 식량이 단순한 산업적 가치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를 위한 필수적인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토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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