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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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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중 패권 경쟁인가, 전략 경쟁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주가 이어지면서 지구촌 안보와 통상 질서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국제 문제에 대한 토론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정학적 특성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외교를 잘해야만 국가 생존과 번영이 보장되는 나라인 만큼 많은 국민이 외교 문제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태 발전이다. 그런데, 토론 과정에서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효과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오해와 편견이 확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잘못되고, 처방이 잘못되면 치료가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왜곡된 세계관에 함몰되면 효과적인 전략을 생산할 수 없다.

 

오용이 가장 심한 사례가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 관계를 설명하면서 패권경쟁, 또는 패권대결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국제정치에서 패권이라는 용어는 어떤 공동체 내에서 하나의 국가 또는 세력이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권능을 의미한다.

 

패권국은 하나의 공동체 내에서 하나의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지위다. 그러므로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표현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패권, 즉 세계 질서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신냉전’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요즘 사용되는 ‘신냉전’ 용어는 과거 1947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하던 냉전 시기와 유사하게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구도를 상정하고 있다. 과연 신냉전 구도와 미중 패권경쟁이 존재하는가?

 

현재 국제 질서를 보면 미국이 패권국이고, 중국은 잠재적 패권 도전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눈부신 국가 발전을 이룩하면서 미국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비해 부족한 분야가 아직도 많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직접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적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단지 중국은 꾸준히 국가 발전을 지속해서 어느날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권국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숨기지는 않고 있다. 사실 그런 희망은 중국만이 아니라 어떤 나라도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에 도전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현실을 돌아보면 그런 일은 없었다. 도전이 없으니 응전도 없고, 패권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신냉전 구도, 즉 미국과 중국이 지도하는 두 개의 진영이 형성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미래 어느 시점에 신냉전이 올 수 있지만, 이미 신냉전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신냉전이 오지 않을 수 있고, 사실 오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미중 간 관세 전쟁,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미중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권 다툼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위협감을 느낀 미국이 미래 중국의 패권 도전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중국의 발전 속도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가 더 크다.

 

다시 말해 패권국 미국이 잠재적인 도전국 중국을 길들이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이에 맞서 중국은 국가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저항하는 구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미래의 패권경쟁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는 차원에서 전략경쟁이라는 말이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전략경쟁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인데도 굳이 사람들이 패권경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2012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몽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면서 마치 미국에 도전하는 듯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확산한 결과일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패권국인 미국에 맞설 정도로 중국을 강대국으로 발전시킨 지도자 이미지가 국내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계산법이다. 중국은 덩샤오핑 지도자 유언에 따라 미국의 패권에 함부로 도전해서 불필요하게 미국의 견제를 유발하지 말고, 조용하고 꾸준하게 국가 역량을 키우는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아마도 개인국민소득 2만 달러 정도에 이를 때까지 중국은 도광양회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이후 중국이 과거 황제국 시기의 영광을 곧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을 중국 국민에게 전파하는데 노력했다. 잘못된 전략을 채택한 결과 미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패권경쟁 용어 확산이 중국만의 책임은 아니다. 미국도 책임이 크다.

 

미국에서는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미국의 단독 패권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들은 새로운 질서 유지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구시대적 전략인 세력 균형, 특히 적대 국가나 세력을 설정하고 대결 구도를 관리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결국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초국적 테러 집단을 최대 위협으로 설정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새로운 적대 세력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국제 질서 환경이 냉전 시대와 매우 다르고, 중국이 정식으로 패권에 도전한 것도 아닌데도 마치 패권전쟁이 존재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그런 분위기에 적합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주류 전문가 집단의 대세를 형성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중국 견제를 최대 외교 목표로 삼는 것은 자신이 만든 덫에 스스로 빠진 격이다. 중국은 거대국가고 현대적인 국가 운영 경험이 짧은 국가인 만큼 국가 균열에 대한 우려가 크고 앞으로 상당 기간 경제적 발전 추세를 유지해야만 하는 나라다.

 

패권국인 미국은 중국의 취약성을 활용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면서 미국에 유리한 글로벌 질서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중 패권경쟁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불필요한 중국 압박에 정치적, 경제적 비용을 과도하게 낭비함으로써 패권국 위상을 공고하게 만드는 기회를 걷어차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한국에서 패권경쟁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과 중국에서 패권경쟁 논란이 시작됐으니 한국 전문가들은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국내정치 차원에서 필요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제3국은 국제 정치 구조를 냉철하게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의 인기 영합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국제문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상황은 바꿔야 한다. 아무리 토론을 해도 건설적인 결론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오해와 편견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외교안보 문제를 다루는 대한민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전문가에 대한 맹종을 중단하고 독자적으로 국가이익을 규정하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추고,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생산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우선 패권경쟁 용어 대신 전략경쟁을 사용하고 신냉전 구도를 기정사실이 아니라 미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기만 해도 대한민국 외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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