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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택'의 딜레마는 미래를 만드는 자유인가? 끊임없는 불안인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인생은 출생(birth)과 죽음(dead) 사이에 있는 선택(choice)이라고 했다. 한순간이라도 선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은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부터 내 신상에 관한 걱정까지 온통 선택지로 뒤덮어 놓고 있다.

 

누구를 선택하든, 어떤 길을 가든, 우리는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아주 훌륭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가 반드시 성공의 반대가 아니며, 또한 성공의 한 부분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두 개의 길이 숲속에 나뉘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거의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이는 큰 차이를 만들었노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탄핵정국 이전과 이후의 선택권을 가진 우리는 그 권리를 가짐으로써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선택’과 관련해 좋은 책이 나와 권두에 소개함으로써 선택의 중요한 의미를 새삼 되새기고 자 한다.

 

‘선택의 시대’를 쓴 저자 소피아 로젠펠트(Sophia Rosenfeld, 1966~,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선택이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세기에 걸쳐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택의 권리는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사실상 불합리하고 짓궂은 운명의 장난인 듯 보였다.

 

“죽음이 영혼에 안 좋은 만큼 실수할 자유도 영혼에 안 좋다”고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썼다. 결국, 죽음은 원초적 인간들이 그들의 자유를 행사하면서 사과를 따려고 손을 뻗어 첫 번째 파국적 선택을 했을 때 세상에 태어났다.

 

에덴에서 추방된 후 인간의 삶은 선택의 범위를 줄일 수 있도록 짜였다. 사물의 질서에 대해 악의적으로 반항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가족, 국가 그리고 교회의 권위자들이 부여하는 질서를 적절하다고 보았다.

 

여러분이 그러한 권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져야만 한다는-이쪽 지도자나 저쪽 지도자에 게 동의를 표시하거나 양쪽 지도자에 대한 동의를 보류함으로써 아니면 혼자 힘으로 하나님을 경배할 방법을 결정 함으로써 (좌우간 하나님을 믿을지 어떨지를 결정하는 건 물론이다)-개념은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복종하리라 기대하게 하였고 특히 여성에게 그러한 복종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충격을 준 선택자가 바로 이브였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선택의 시대’에서 선택의 경험이 어떻게 되어 의심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적어도 자유, 민주 사회에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생활의 특징이 되었는지에 대해 풍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선택의 발견은 미래를 만드는 자유임과 동시에 불안

 

저자는 18세기에 최초로 결정적인 선택을 자극하는 사건을 찾아냈을때 먼저 크리스토퍼 콕(Chrostpher Cock, ?~1748)이란 런던 경매인을 주목했다. 콕은 영리하게 “음악에 맞는 춤을 만들 듯이 주의 깊게 안무(按舞)한 형태”를 만들어 고객이 선택에 참여하도록 하는 판매 기법을 찾아 냈다.

 

넓은 공간을 빌려 경매할 상품을 교묘하게 배치한 그는 여러 사람을 초대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만들고 최종적으로 갖고 싶은 상품을 선택하도록 했다. 사실상 그는 쇼핑을 발명했다. 저자는 강제보다 선택에 중점을 두는 사회에서 쇼핑은 최고 모델이자 동시에 가장 강력한 원동력임을 시사한다.

 

‘선택의 발견은 모든 국가에서 그들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자유가 있음을 일깨움과 동시에 끊임없는 불안을 조성했다’고 임마누엘 칸트는 썼다. 그에 비해 보라색이나 노란색 옥양목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쇼핑객의 마음은 너무 사소해서 일반인들은 그런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책에서 그리고 그녀의 책 전반을 통해 이 여성 역사가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증거의 일부를 소설 에서 끌어내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 영국의 소설가. 섬세한 시선과 재치 있는 문체로 18세기 영국 중·상류층 여성들의 삶을 다뤘다. 생전에 유명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사후 20세기에 들어와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이 여러 번 영화화되면서 인기를 누렸다) 의 여러 소설은 소설마다 다양한 쇼핑 외출(원정)을 묘사하면서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오스틴은 “내가 쓰는 붓은 너무 좋은 데 노력한 만큼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뒤 여러 세대는 그녀와 다르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후대는 오스틴과 달리 생각하는 걸까? 로 젠펠트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선택의 시대’가 충분히 보여주듯이 무엇을 살까에 대한 내적 드라마는 놀랍게도 깊은 뿌리가 여럿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Emma)』의 주인공, 에마 우드하우스의 멍청한 친구인 해리엇 스미스는 “여전히 모슬린(muslin, 속이 비치는 고운 면직물) 을 뇌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을 바꿔” 혁명가인 밀턴과 공화주의자인 로크를 고무했던 거대한 힘과 똑같은 거대한 쇼핑 세력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쇼핑에서 로젠펠트의 책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선택하는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이야기는 복잡성을 더해 간다. 그녀는, 신앙을 획일적으로 강요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개인의 결정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한 건 다름 아닌 개신교였음을 시사한다.

 

◇파트너의 선택과 투표가 선택의 시대를 만들어

 

물론 개신교 창시자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아내는 용인(容忍)의 사도들은 거의 아니었다. 루터와 캘빈이 원치 않았을 마지막 상황은 아마도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자연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 생활(The Company of Strangers: A Natural History of Economic Life)』의 저자로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학 교수인 폴 시브라이트(Paul Seabright)가 말하는 " 신성한 경제"가 되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즉, 루터와 캘빈은 서로 상충하는 여러 신앙이 상품처럼 나와 있는 시장에서 잠재적 신자들이 어느 한 가지 믿음 혹은 어느 한 가지 믿음조차-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느껴지는 그러한 시장을 원했을 까닭이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자들은 교황의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를 거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종교적 신념에서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권리를 허용했다. 로크는 "관용에 관한 편지"에서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영혼을 보살핌은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다”고 썼다.

 

로젠펠트가 쇼핑과 종교 다음으로 분석한 중요한 소제는 ‘파트너의 선택’과 ‘투표’다. 그녀가 이 주제에 대해 강조한 요점은 우리들이 사는 현대를 ‘선택의 시대’라고 특징짓는 두 방식은 과거에 자명(自明)하지도 않았으며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도덕적 논쟁, 정치적 갈등, 그리고 종종 타협해야 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영역들이었다. 그러한 논쟁은 로젠펠트가 ‘한정된 선택’의 다양성이라 부르는 방식이 확립됨으로써 종결되었다.

 

그녀가 가장 효율적으로 초점을 맞춘 사례는 19세기 무도 장에서 파트너의 선택을 통제했던 댄스 카드(dance cards)다. “만약 결혼이 사회 질서의 환유어(換喩語, 예를 들면, 워싱턴을 미국 정부라 부르는 것 따위)로 뚜렷이 남았다면, 무도회는 구애와 결혼의 환유어가 되었으리라”고 그녀는 보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선택권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마치 댄스 그 자체처럼, 신중하게 안무(按舞) 로 이루어져 있었다.

 

‘선택의 시대’의 마지막 장은 전문가-심리학자, 마케터, 여론 조사원 등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은 현대 생활 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선택을 이해하고, 측정하고, 예상하고, 영향을 미치기 위해 출현한 사람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고삐 풀린 최초의 승 리, 자유의 혁신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게 자유인지 아닌지 궁금증을 가져 보기 시작하자”고 썼다. 아마도 자유가 그럴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힘들게 얻은 여러 선택 가운데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선택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포기하시겠는가?... 그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의 정치적 선택을 기다리는 날이 코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 선택권은 분명 나에게 있지만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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