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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방사청 '특혜논란' 기로... "얼룩진 KDDX, 결자해지해야"

사업비 7조8000억 규모 차기구축함 사업자 선정방식 내주 17일 결정
방사청, 공정성 논란 여전... 기밀유출·특혜 의혹 등 관리 실패 반성해야
공동수급체 계약·공동투자에 따른 협약 등 차선 카드 만들어낼 지 관심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방위사업청은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사업자 선정 방식을 심의한 후 4월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분과위에서는 수의계약, 경쟁 입찰, 공동설계 등 3대 방식 중 하나의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방사청이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를 맡기는 수의계약 의지에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사청의 이 같은 결정은 아직 확고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이 한화오션 및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에게 수의계약에 따른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절충안에서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을 주도하고, 한화오션은 협력하는 ‘주도-협력’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방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KDDX 사업, 특혜 의혹과 기밀 탈취로 얼룩진 13년

 

13년 간 지속된 ‘KDDX 사업논란’의 핵심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불법취득에 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한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해 회사 내에서 공유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2023년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소속 직원 9명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임원개입 혐의가 없기에 법적문제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방사청도 이런 논리로 지난해 초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에 입찰참가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서는 기밀탈취에 대해 적어도 상무급 인사가 보고 받았다는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방첩사령부에서 관련내용을 검찰에 송치했고 HD현대중공업이 상선 사업부 서버 틈에 ‘비인가 서버’를 구입해 기밀자료를 공유했는데 이를 임원이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기밀유출 사건’과 지지부진한 ‘KDDX 사업논란’에 방사청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도 높다. 2020년 왕정홍 전 방사청장은 KDDX 기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꿔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로 1년 넘게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보안사고 감점 규정’ 중 일부가 삭제되면서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점을 더 받아 최종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의심했다. 다만 이 사건은 지난해 말 갈등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 고소를 취하하면서 종결 수순을 밟았다.

 

 

◇ 불공정 불씨 키운 방사청·HD현대, "이제라도 반성하고 원칙대로 나가야" 

 

방산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기밀 보호의 원칙이 흔들린다면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KDDX 사업이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기밀 탈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KDDX 사업 논란’의 원죄는 방사청에 있다는 게 방산 전문가들과 업계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기술유출 사건이 방사청 관계자에 의해 일어났고, 군 사업을 법과 제도에 따라 관리해야하는 방사청이 제때에 이를 처벌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KDDX 기밀유출과 관련 방사청이 제대로 된 반성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방산 전문가는 “방사청이 제대로 사과 한 적이 없다. 방사청의 역할은 법과 제도와 규정을 가지고 사업을 관리하는 것인데 KDDX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으며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이 벌어졌을 때 제때에 처벌을 했으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을 건데 처벌을 안했기 때문에 방사청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방사청의 수의계약 의지에 대해서는 “방사청이 만약 수의계약을 고집할 경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 방사청이 사업 통제도 못 해놓고 특정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 방사청이 존재할 이유도 없고 이후 크게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군출신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KDDX 방산업체로 복수 지정했는데 결국 수의계약으로 결정된다면 7,8개월 동안 지연시킬 이유가 뭐였냐”고 반문하며 “죄는 다른 사람이 지었는데 이제라도 (방사청이) 잘못한 건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기본 원칙대로 법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방사청 절충안, 사실상 하도급 계약?... '해외수출 원팀' 위한 KDDX 사업돼야 

 

방사청이 제시한 ‘KDDX 절충안’이 사실상 수의계약을 감추려는 무리수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공동설계’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이는 사실상 하도급 계약으로 방사청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는 방사청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경쟁계약의 원칙을 가볍게 여겨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하는 수의계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이도 모자라 업체 간 상생협력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경쟁업체 간 계약체결 사항까지 관여 혹은 중재하는 모습은 업체 간 담합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사청은 방산업체로 지정된 복수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경쟁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위사업청 주도로 해외 함정 사업 성공적 진출을 위한 업체간 전략적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사업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공동수급체 계약’ 혹은 ‘공동투자에 따른 협약’이 차선책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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