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K2전차 운용 노하우 교육</strong><br>
육군이 지난 18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전남 상무대 및 대전 자운대 병과학교 등지에서 '24년 후반기 육군 국제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K2전차 기본과정'에 참가한 카타르군 교육생(왼쪽)이 K2전차 운용 노하우를 교육 받는 모습. 2024.11.22 [육군 제공.]](http://www.m-economynews.com/data/photos/20250415/art_17444385978951_0c2260.jpg)
미국의 안보 우산에 불안을 느낀 유럽이 재무장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잇단 유럽 폄하성 발언들은 유럽의 각성을 불러오고 있다. 유럽은 당장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유럽은 무기 부문에서 미국제 무기 55%를 수 입하고 있는 것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자료에서 드러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나토의 유럽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전투기는 F-35, F/A-18, F-16 등 1,108대이며, 라팔과 유로파이터, 그리펜 등 유럽 전투기는 902대에 이른다. 미국제 전투기가 유럽제보다 많다.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경우 유럽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전투기의 부품 공급과 업그레이드, 유지보수에서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핵전력은 핵잠수함이 전부인데 미국의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을 리스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미국 조지아 주 킹스베이 기지에서 점검받고 있다. 영국의 핵 억지력이란 게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과의 확고한 나토 동맹 관계였을 때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핀 안보 의구심으로 인해 갑자기 그 허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닉커닝햄 군사평론가는 파이 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프랑스의 M51 잠수함 미사일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M51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 미사일로서, 2010년에 배치된 최신 다탄두 SLBM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은 보잉 등 미국 방산기업에서 구입한 정찰기와 무인기, 드론 등과 연결된 위성 통신 링크, SW지원, 데이터 공유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것은 미국제 치누크와 아파치 헬기,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관련해서 마찬가지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찰 정보를 제한하고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빼앗으려는’ 모습을 보고 유럽 국가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행동은 유럽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의 방위산업에 뜻밖의 타격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트럼프 정부의 태도 돌변에 유럽의 여론조사도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서 지난 3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0~70%가 트럼프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을 파트너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15% 지나지 않았다. 응답자 중 ‘프랑스’라고 답한 응답자는 85%, ‘영국’이라고 답한 사람은 78%로 나타났다.
유럽은 방위력 증강에 1천500억 유로를 지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유럽은 특히 공군력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가장 우려하고 공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의회도 정부가 제출한 1조 유로 규모의 군비 강화와 인프라 투자안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군비 부문 지출은 전체의 절반인 5천억 유로이며, 방위비 지출에 대한 한도를 철폐하는 획기적 조치를 내렸다. 제2차대전 패전 후 드디어 독일이 재무장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를 해볼 수 있다.
미국이 컨트롤하고 있는 핵 폭격기 발진기지는 벨기에와 독일, 그리스, 이태리, 네덜란드에 있다. 지금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호적인 국가가 된다면 미국이 핵무기를 동원하겠느냐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는 폴란드와 독일이다. 독일 신임 메르츠 총리는 핵 무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이 유럽의 핵우산 문제 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폴란드의 도날드 투스크 총리도 이를 찬성했다. 폴란드는 이에 한 발 더 나가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의 핵우산이 러시아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라는 게 큰 난제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는 5천 여 개나 되는데, 프랑스와 영국은 합쳐봐야 5백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스케일이 너무 작고 실질적인 위협 수단이 되는 전술핵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 생산 시스템의 낙후성
미국과 유럽의 방산 시스템의 문제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155밀리 포탄을 유럽도, 미국도 공급할 수 없어 한국에서 꾸어갈 정도다. 미국이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찰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힘은 해군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해군함정 수는 중국에 비해 이미 뒤처져 있으며 미국의 건조 능력으로는 중국의 무서운 함정 생산 속도를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 시스템은 포탄 생산과 함정 건조 능력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무기 생산 체제가 낙후돼 있고 인력 부족을 단기간에 메울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말로는 방위산업 확장을 선포하고 있지만 현실은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미국의 동맹국들인 유럽과 한국, 일본 등이 미국의 방산기업들에 너무 의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필자는 본다. 미국 정부도 방산기업들에게 끌려가지 않았는가 추정된다. 미국 방산기업들은 소수 독점 체제에 안주하면서 고비용과 생산납기 지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우산 등 안전보장 문제도 있어 고비용과 납기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무기를 계속 구입하며 의존하는 타성에서 젖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것이 장기적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경쟁없는 미국 방산 시스템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항상 긴장해 왔던 까닭에 미국 무기에 의존하면서도 자주국방 강화에 절박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결과 오늘날 놀라운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은 미국에 너무 의존했고, 일본은 평화헌법의 기 조에 따라 소극적인 방산체제에 머물렀던 것으로 짐작된다.
유럽과 일본의 방산기업들은 미국의 무기구입에 의존한 결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여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규모는 축소되고 기술자들이 은퇴하면서 새로운 기술자의 양성과 충원은 지체되는 악순환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방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방위비 예산은 항상 복지 예산에 밀려나 폐기되는 운명을 겪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나마 프랑스는 드골의 선견지명으로 일찌감치 자체 핵무장 과 상당한 국방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여타 국가들에 비해 나은 사정이다.
방산 분야뿐만 아니라 어떤 제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규모가 축소되고 지속적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과 노하우가 소진된다.
일본은 패전 국가이고 소규모 자위대 체제인 까닭에 미국 무기에 의존했고, 미국이 그런 체제를 강요했을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외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우리 나라보다는 훨씬 덜 느꼈을 것이다. 유럽과 일본의 방산 시스템은 미국 시스템과 원인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고비용과 납기 지연이라는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절박한 필요성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물론이고 러시아로부터도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는 등, 선진국 방산기업들의 기술을 습득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향상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다. 방위 기술 선도기업들은 자부심 때문에 다른 나라 방산기업들의 첨단기술을 선뜻 도입하지 않는다. 그럴바엔 이미 개발된 무기를 적은 노력을 기울여 업그레이드 하고 방위 예산 당국과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미국 방산기업들은 정부를 통해 안전보장을 미끼로 동맹국에 구매를 강요하면 될 일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미국 방산 시스템은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백악관에서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로 보잉사를 선정하고 개발될 전투기를 F-47로 명명한다고 발표했다. 개발된 후 동맹국들에 미국 공군기보다 낮은 성능의 기종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고가의 신형 전투기를 그것도 낮은 등급의 것을 얼마나 구매할지는 미지수다.
◇유럽과 한국과의 방산 협력, 피할 수 없을 듯
유럽이 지금부터 방산 생산 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과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력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이 현재의 국방력을 갖추는 데는 방위산업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70년대부터 60년이 넘게 걸렸다. 유럽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재래식 무기 생산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위협은 지금 당장 코앞에 닥친 위기다. 유럽의 안전보장을 앞당기려면 한국과의 방산 협력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유럽과 영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면서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유럽은 당연히 일본과 방산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차세대 전투기 공동 생산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생각대로 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산 시스템과 유럽의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 방산 외교의 방향
한국은 그간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우리의 자주국방은 사실 미국이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치열하고도 치밀하게 이뤄져 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를 최근까지도 제한했고 핵무장 움직임을 철저히 차단해 왔다. 이와 같은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자주국방에 사활을 걸었다. 이번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핵무장 우려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 유럽과의 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미국이 지금 후티 반군과 이란에 대해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핵무장을 서두르지는 말되 준비는 착실히 해둘 필요는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