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발생한 공군 전투기의 민가 오폭 사고는 조종사들이 실전 상황에 맞춘 비행경로 연습을 하지 않은 채 훈련에 임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14일, 지난 3월 6일 경기도 포천 승진사격장에서 진행된 연합·합동화력훈련 중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한 중간 조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훈련에는 KF-16 전투기 13대가 5개 편대로 나뉘어 참여했으며, 사고를 낸 전투기 2대는 제38전투비행전대(이하 38전대) 소속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8전대 소속 전투기들은 MK-82 공대지 폭탄 8발을 목표물에 투하할 예정이었지만, 사전 연습에서 실무장 상태를 가정한 비행경로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비행단들은 실무장 비행경로로 최소 한 번 이상 사전 비행을 실시했다.
실무장 비행경로는 실제 무장을 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경로로, 인구 밀집 지역을 회피해야 하므로 조종사가 입력해야 할 좌표가 많고 복잡하다. 38전대가 출발한 군산기지에서 포천 사격장까지 해당 경로를 따를 경우 14개의 좌표를 입력해야 하지만, 이들은 훈련용 간이 경로를 이용해 6개의 좌표만 입력한 채 연습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조종사들은 훈련 전날 처음으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실무장 경로 좌표를 수작업으로 입력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목표 좌표(총 15자리 숫자) 중 하나를 잘못 입력해 폭탄이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사전 연습에서 실무장 경로를 사용했다면 장비에 좌표가 자동 저장됐을 것이고, 실제 훈련에서는 수작업 입력이 필요 없어 오입력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설령 오류가 있었다 해도 사전에 점검해 수정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38전대가 실무장 비행경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명확한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공군 내부에서는 관련 규정을 보완해 실무장 경로 사용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뿐 아니라 상급 지휘관들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제기됐다. 조사본부는 38전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공범으로 형사 입건했다. 이들은 실무장 계획서를 확인하지 않고, 훈련 전 비행 준비 상태 및 안전 대책 점검을 소홀히 하는 등 지휘 및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비행계획 수립과 훈련 감독 책임은 전대장과 대대장에게 명시돼 있다”며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와 함께 김형수 공군작전사령관(중장)에 대해서도 지휘 책임과 보고 체계 미흡 등의 사유로 경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