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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계는 지금 AI가 '軍 사령관'...느려터진 '무기개발 프로세스'가 장애물

무기체계 국제 패러다임 전환...美 데이터 플랫폼 대규모 예산투입
무기확정 20년 걸리는 韓, 3~6개월 단위 업그레이드 시스템 필요
한-미 운용성 확보 위해 ‘국방전력정책기본법’ 등 법·제도 개혁시급

 

 

전 세계적으로 '민·군 AI 융합 생태계'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군도 전력 강화를 위한 'AI 기반 무기체계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경직된 시스템 구조가 'AI 기술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비효율적인 '군사력 건설 프로세스'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기반 전력 시스템 구축'과 한미동맹 간 '상호 운용성 확보'를 위해 ‘국방전력정책기본법’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세계 '군사전략' 패러다임 변화… 핵에서 정밀타격을 거쳐 'AI'로

 

세종연구소가 17일 개최한 ‘국방 AI 정책과 구현, 현황과 전망’ 토론회에서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현재 방위산업이 맞이하고 있는 구조적 전환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방위 전략이 AI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무기체계, 산업 구조, 국제 전략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우선 서방 국가들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온 전략이 역사적으로 세 단계에 걸쳐 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1차 전략은 냉전 시기의 핵 억제력 중심 전략으로, 핵무기 보유 여부가 절대적인 군사력의 기준이었다. 이후 대부분의 강대국들이 핵무장을 갖춘 상황에서 정밀 미사일 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 통신, 데이터 처리능력 등 첨단 전자전 기술이 전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쟁의 무대가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정보융합과 실시간 처리능력이 부상하며 AI와 소프트웨어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 변화가 방위산업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분석한 박 이사장은 "전통적인 방산업체 중심 구조가 무너지고 있으며, 민간 소프트웨어 기업이 새로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록히드마틴과 같은 방산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업체를 하청으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AI를 개발하는 민간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하드웨어 업체를 위탁업체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산업의 위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드론 기술을 예로 들며 “이제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만 있으면 드론은 단순한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코드”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의 전환은 단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도권의 재편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AI는 민간 영역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많은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는 만큼 기존의 핵·레이더 기술처럼 국가적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과거 미국은 핵 기술이나 레이더 기술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었지만, AI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의 개방성과 확산속도 때문에 국가 간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을 비롯한 전통 강대국에게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과 관련한 경고도 나왔다. 박 이사장은 “미국에서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AI, IT 기술을 습득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민간기반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들이 다시 군사 분야로 전환되는 것을 미국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기존의 기술 우위를 단기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및 AI 기술 규제, 관세장벽 강화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 美 "AI 도입위해 민·군 협력 제도화로 기술 흡수 가속"

 

박 이사장은 세계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AI 정책을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력 개발방식의 근본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민군협력, 보안시스템, 무기체계 획득방식 등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AI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토탈 라이프 사이클(Total Life Cycle)’이라는 ‘무기체계 시스템’을 꼽았다. 이 시스템은 설계, 개발, 시험평가, 운용, 개량까지 전 과정을 3~6개월 단위로 반복 진행해 지속적인 개선과 실전 적용이 가능하다.

 

 

AI분야에서도 미국은 민·군 협력을 제도화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군에 AI기술을 직접 제안하고, 성과를 현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방형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군의 수요와 민간의 기술력이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있다고 박 이사장은 설명했다.

 

보안 또한 미국 국방 AI 정책의 핵심 축으로 꼽았다. 군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민간 기업은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사이버 보안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미국은 세분화된 보안등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 정부는 민·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과 앱 개발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 중이다.

 

박 이사장은 “미국은 산·학·연 모두가 구분된 보안레벨을 통해 군 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했다”며 “이 같은 보안시스템 없이는 AI기반 국방전환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안인증 체계는 동맹국에게도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미국이 영국·호주와 맺은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국가에만 고급 보안인증 제도를 허용하고 있어 향후 한미  간 연합작전이나 데이터 연계에 있어 제약받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박 이사장은 “이 생태계에 진입하지 못하면 연합 작전이나 첨단전력 개발협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국 역시 기술개발을 넘어서 체계 전반을 재구성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韓, AI기반 무기체계 도입... '국방전력정책기본법' 제정 시급

 

최근 한국군의 AI기반 무기체계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인 '무기 획득체계'와 분리된 조직운영, 민·군협력 미비 등으로 혁신속도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방 전력체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방전력정책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방위사업청은 ‘무기체계’ 획득과 관리를 전담하고 있으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군에서 하나의 무기체계 스펙을 확정하는 데 20년 가까이 걸리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는 빠르게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3~6개월 단위의 주기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군의 획득체계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민첩한 기술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해법으로 박 이사장은 '국방전력정책기본법' 제정을 제안했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무기체계를, 국방부는 비무기체계를 각각 담당하고 있어, 전력체계 전반을 통합적 관점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지금처럼 무기체계에만 초점이 맞춰진 법과 제도로는 AI 시대에 맞는 전력 개발이 어렵다”며 “무기와 비무기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전력을 설계하고 획득할 수 있는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전력화하기 위해선 민간과의 협력 확대도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의 국방 R&D는 주로 무기체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AI와 같은 비무기 분야의 발전을 제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방 R&D 역시 무기와 비무기를 통합한 융합형 생태계로 전환해야 하며, 민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AI 기술을 군에 제안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미국과의 강한 군사동맹을 위해 “국내 AI 역량을 강화하고, 미군과 연계할 수 있는 기술과 보안시스템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술을 따라가려면 법과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군이 제도개혁을 통해 미래 전장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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