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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향(無香)의 정치(政治)

 

공기는 향기가 없어 평생을 마실 수 있고, 물은 맛이 없어서 평생을 마실 수 있다. 무향의 정치는 무위를 본받는다. 무향의 정치는 구분과 차별이 없어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정치다. 분열과 혼돈의 시대에 화해와 협력의 정치를 소원해 본다.

 

◇‘무향의 정치’는 불가능한 꿈인가

 

2025년, 한국은 정치적 혼돈과 경제적 불안, 여기에 사회적 양극화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의 한가운데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격동하는 국제 정세는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불안을 던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여야의 극한 대립, 대규모 집회와 사회적 불안, 재앙 수준의 큰 사건사고 등이 일상화되면서 국민의 삶을 안정시켜야 할 정치가 오히려 불신과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경제 성장률은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수록 경제 회복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과 분노, 냉소와 체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대에 ‘향기 없는 공기’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정치, 즉 노자의 무위(無爲)와 공자의 덕치(德治)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무위의 정치가 태평성대에나 어울리는 이상론일까? 지금 바로,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와 이익을 앞세우며 갈등이 증폭되는 이 시기야말로 ‘무향의 정치’가 지닌 본질적 가치를 다시 물어야 한다.

 

◇무위의 정치, 혼돈의 시대에 던지는 역설

 

노자는 “최고의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 존재조차 모를 정도”라고 했다. 무위의 정치는 인위적 개입과 과시를 삼가하고, 대자연의 큰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지금 한국처럼 사회적 욕망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정치적 개입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무위의 정치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노자의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지혜’다. 지금 한국 정치권은 위기를 명분으로 삼아 과도하게 개입하고 강한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유위(有爲)의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며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노자는 “욕망이 오르면 경쟁이 늘고, 경쟁이 늘면 혼란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양극화, 사회적 갈등, 경제적 불안정은 지나친 개입과 욕망, 이는 ‘내 편’만을 위한 정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무위의 정치는 혼돈의 시대에 ‘덜 개입하고, 더 경청하며, 국민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돕는’ 신중함과 절제의 미덕을 요구한다.

 

◇공자의 덕치, 분열의 시대에 필요한 통합의 리더십

 

공자는 ‘정치란 바로잡는 것’(政者 正也)이라 했다. ‘인의’가 강조되는 사회는 이미 모순이 만연한 사회임을 간파했다. 인의가 강요되고, 예가 절대화될수록 사회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잃고, 위선과 분열이 커진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명분과 당위, 정당성과 도덕성을 앞세운 정치적 프레임이 난무한다.

 

이런 ‘인의의 정치’는 오히려 상대를 배제하고, ‘내 편’ 만을 위한 논리로 변질되기 쉽다. 공자의 덕치가 오늘날에 의미를 가지려면, 정치인은 도덕적 우월감이나 명분에 기대기보다, 스스로를 낮추고 국민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공자는 “지도자의 신중함과 절제, 언행의 무게”를 강조했다. 분열의 시대,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을 앞세우기보다 국민 각자의 다양성과 고통을 경청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 덕치란 ‘내가 옳다’는 주장보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과 배려에서 출발한다.

 

◇‘무향의 정치’를 지금 우리시대에 적용해 통합과 신뢰 복원

 

지금 우리는 글로벌 리스크와 맞물려 경제적 불안정까지 초래하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되면서 사회적 분열은 심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정치는 국민적 신뢰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향의 정치’는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우선, 과잉 개입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치인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무위의 정치는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국민의 자율과 창의에 맡기는’ 절제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이는 사회 각계의 다양한 주체가 스스로 해법을 모색하도록 돕는 ‘플랫폼형 정치’로 발전할 수 있다.

 

둘째는 갈등의 프레임을 넘어 신뢰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양극화된 사회는 ‘내 편-네 편’ 논리로 갈라진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이나 당파적 이익보다 국민 전체의 신뢰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무향의 정치는 ‘드러나지 않지만, 모두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정치다. 부분집합을 확대하는 정치다. 이는 투명한 소통, 공정한 절차, 그리고 국민 각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신뢰의 정치’로 구현될 수 있다.

 

셋째는 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움’의 힘을 믿어야 한다. 노자는 ‘만물이 스스로 그러하게 하라’고 했다. 정치인은 사회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 하기보다 국민 각자의 삶과 공동체의 자생적 회복력을 신뢰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포용의 정치로 이어진다.

 

넷째는 정치인의 자기 절제와 자기 비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혼돈의 시대, 정치인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비우고, 국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공기’가 되어야 한다. 이는 권력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신중함과 절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양극단의 대립과 포퓰리즘, 온라인 선동과 음모론이 정치적 혼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시민사회는 새로운 정치 체제와 리더십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극단적 파워게임과 포퓰리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은 ‘내 편’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모두가 숨쉴 수 있는 신뢰와 통합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 정치인과 한국인 모두를 위한 시대정신과 교훈

 

2025년의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경제는 1%대 저성장에 고착되고, 사회적 불안은 더욱 커진다. 여야 정치인 모두, 그리고 한국인 모두는 이 시대상황을 부정할 수 없다.

 

첫째, ‘무향의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삶을 조용히 뒷받침해야 한다. 과잉 개입과 자기 과시, 보복과 독선, 불통과 폭주를 멈추고, 신중함과 절제, 경청과 자기 비움의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지금은 ‘내 편’과 ‘네 편’의 대립을 넘어야 할 때다. 정치인은 국민 모두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이념과 진영, 당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신뢰, 미래에 최우선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파워게임의 도구가 아니다.

 

셋째, 통합과 신뢰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국민 각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모두가 숨 쉴 수 있는 신뢰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옳다’는 주장보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과 배려에서 통합의 리더십이 시작된다.

 

“참된 물은 향기가 없고, 참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眞水無香 眞光不輝).” 이 격언처럼, 혼돈의 시대에 진정한 정치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국민 모두의 삶을 살리는 존재여야 한다. 여야 정치인 모두 이 교훈을 외면할 수 없다. 분열의 시대, 무향의 정치만이 우리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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