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연 2000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던 전공의 대다수가 떠난 여파로 지난해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반토막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내원 환자 수는 121만606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 (2023년 208만958명) 내원 환자 수보다 41%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내원 환자 수가 40만2222명으로 전년도 1분기(47만7557명)보다 15.7% 줄었던 데 비해, 지난해 2·3분기 내원 환자 수는 28만명대로 전년(54만9914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환자가 수용되지 않고 옮겨진 ‘전원 사례’는 지난해 내원 환자(121만6063명)의 2.7% 수준인 3만2983건이었다. 지난해 2~3 분기 전원율은 2.8% 를 유지하다, 4분기 들어 전원율이 3.1%(내원 환자 24만4771명 중 7489건 전원)로 소폭 상승했다.
전원 사유로는 경증 또는 환자 사정이 1만1690건(35.4%)으로 가장 많았고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 (8540건·25.9%),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 (7093건·21.5%),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 (5660건·17.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년도 응급실 전원 사유는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이 1만4964건(35.7%)으로 가장 많았다. 경증 또는 환자 사정(1만470건·35.1%),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 (6317건·15.1%),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 (5888건·14.1%) 순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까지 하게 된 환자는 지난해 38만7449명으로 내원 환자(121만6063명)의 31.9% 비중이었다. 특히 이들의 응급실 재실시간은 평균 390.7분(6시간 30분)으로 전년(558분·9시간 18분) 대비 3시간 가까이(168 분) 단축됐다.
국내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 응급 환자 수가 7만4598명으로 전년(11만7716명)과 비교해 36% 감소했다. 연간 서울아산병원 응급 환자 수가 10만명을 밑돈 일은 코로나 19 유행이 터진 2020년(9만3966명) 이후 4 년 만이다.
이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최중증 고난도 환자만 받아 대응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내원 환자 수만 단순히 비교했을 때는 경증 비응급 환자를 돌려보냈다고 보이나, 전원 사유와 재실시간을 보면 중증 응급 환자에 집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내원 환자 수가 지난해 들어 확연히 꺾였고, 3월 이후 급감했다. 의료자원 부족으로 응급실 이용, 진료가 줄었음을 잘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며, “이는 의료 공급 측면에서 시설이 부족해 옮길 필요는 없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또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병실, 중환자실이 남아도 환자를 입원시켜 진료할 의사 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내원 환자가 감소한 데 따라 재실시간도 단축됐다. 전문의들이 직접 진료를 한 영향으로 풀이되나 병실 부족에 따른 전원율이 하락한 점은 최종 치료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고 언급했다.
진선미 의원은 “의정갈등은 더 이상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골든타임이 무너지고 국민의 생명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