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뉴스는 기자나 전문기고가들이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만들어진다. 질문을 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질문을 잘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철학적 사유를 해야 하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철학을 가진 기자나 기고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켜지고, 가짜 뉴스는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좋은 질문이 어떻게 진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논란을 보면 알아볼 수 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값 통계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감사원이 정치 감사 조작을 했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수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만 기자들이 질문을 잘했다면 굳이 수사까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을 한국부동산 원은 19%, KB국민은행은 61%로 발표했다. 무려 3배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한국부동산원은 실 거래가로 조사했고, KB국민은행은 호가(呼價)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니까 KB국민은행 통계가 과도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아
사기꾼은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절대로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가 사기라고 할 때는 이미 사기가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꾼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진지하고 진짜보다 더 그럴 듯한 행동을 한다.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아, 당했구나!” 했을 때는-필자를 포함해서 그게 사기였음을 알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당신이 어떻게 내게 사기를 쳐?” 사기꾼 멱살을 잡고 분노를 터뜨려 본들 그 놈의 사기꾼은 끝까지 우긴다. “내가 사기를 쳤다고? 난 절대 사기 치지 않았어, 왜 그게 사기냐?”고 반격한다. 눈곱만큼 시인한다고 해도 대부분 핑계다.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진 거라고 둘러대거나 다 른 사람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식이다. 여하튼 그런 사기는 어떤 분야건 나름의 전문성이나 인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자 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나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는 건 상대가 백치가 아닌 이상 불가 능하기에 동종업종이나 인간적으로 아주 친한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가짜뉴스도 그렇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뉴스는 별개로 치더라도 요즘 회자되는 가짜뉴스들은 대개 글깨나 썼던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조작해 내지 않으면 사기 치기 어려 운 영역
집이 주인을 닮듯 잼버리 장소는 주최자의 얼굴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예전에 도계장(屠鷄場)이었던 건물 1층이 최근 빵과 커피를 파는 분 위기 있는 베이커리 가게로 바뀌었다. 필자의 지인인 H사장은 이 집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필자를 데리고 갔다. 역시 가게든 집이든 주인을 닮는가 보다. 이곳 사장님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분 같았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천연 발효 빵과 딱 어울렸다. 당뇨가 있는 H 사장은 달지 않은 빵을 골라 쟁반에 담아 계산을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아, 도계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내가 감탄하자, H 사장은 갑자기 화제를 새만금 잼버 리 대회로 돌렸다. “창피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대회장 바닥에 물이 고여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라고 하다니, 그게 무슨 경우야”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대원들인가 모르겠는데 플라스틱 팔레트를 리어카로 옮겨서 물이 흥건한 바닥에 까는 걸 사진으로 봤어요.... * 팔리는 일이더군요. 좀 심한 거지요?” 나도 은근히 동조했다.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야영한다는 사진은 벨기에 대표단이 올린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 야 영 대지로 리어카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싣고 옮
우리들은 다국적 기업이 그들의 수입을 세금으로 뺐기지 않도록 해주고 있는 영국의 해외영토인 케이맨 제도와 마찬가지로 사업체에 투표권을 주는 런던시의 자치 재정 센터에서 또 다른 형태의 지역을 보고 있다. 거대한 도시 프로젝트-이를테면 한국의 뉴송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중인 네옴(Neom)은 공공도시가 아니라 마치 민간인들이 세운 국가처럼 그들 자신이 만든 규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2021년 미국 네바다 주의 의원들은 위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들은 네바다 주로 기업이 이주하면 그들 이 스스로 법을 만들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기업들이 이런 이유로 네바다 주에 귀환해 혁신지역이 만들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엘런 머스크는 텍사스 오스틴 옆에 ‘주식회사 타운’을 계획하고 있다. 텍사스는 그곳에 에런 머스크가 만든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같은 지역들은 오래 된 세계화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상호 연결된 교점(交點)들은 외국인의 소유권과 경영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따금 중앙 정부의 간섭이나 절차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해준다. 가장 활기 넘치는 또 다른 지역으로 두바이를 들 수 있다. 두바이에서는 서로 다른 활동을…
중국 산동성 롱청(榮成)시에서 바라본 세계화의 시계추(時計錘) 수십 년간 들썩였던 세계화의 파도가 지나 가고 시계추는 다시 개별 국가의 탈 세계화 쪽으로 흔들리고 있다. 공급망을 놓고 세계가 친미 진영과 친 중국 진영으로 나뉜 과거의 냉전 구도로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며칠 전 필자는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 롱청(榮成)시를 방문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가 약간 생각을 바꿨다. 롱청시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72개사로 롱청시 수출입물량의 2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롱청시 부시장의 말을 듣고 나서, 세계화는 사라진 게 아니라 토착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롱청시를 방문하고 있는 중에도 중국 CCTV에서는 미국이 국가 부채 한도액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의 줄 다리기가 팽팽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부도까지야 나겠느냐만 여하튼 미국은 불과 몇 달 전까지 모든 대화의 소재가 공급망을 미국 주도 내지 미국 내로 가져오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미의회는 국내 생산을 늘리고, 녹색에너지를 지원하며,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라는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꼭 4천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시의 적절하게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경제 민족주의…
「1편」에 이어 ▷▷▷미호강 수량이 부족하다고 한 것은 퇴적물이 쌓여 주변의 지하수가 모이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강과 하천을 원래의 깊이로 준설해서 주변의 지하수가 유입되게 하고 홍수 때 물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물 관리다. 기후위기에 따라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가 발생할수록 강과 하천을 원래의 깊이대로 준설하여 대비하는 물 관리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강과 하천의 준설은 물 관리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이 들었을 때 동네사람들이 울력으로 소하천 바닥을 삽이나 괭이로 깊이 파서 물이 흐르게 하였다. 댐이 생기기 전에 전국 4대강에는 배가 다녔다. 그만큼 수심이 깊었지만 혹시 퇴적물이 쌓여 배가 다닐 수 없는 곳이 생기면 사람들이 모여 ‘강치기’를 해서 퇴적물을 퍼냈다. 요즘은 농업용수를 하천이 아닌 콘크리트 농수로에서 공급을 받는다. 그리고 제방은 지자체에서 용역을 받은 업체가 경사진 콘크리트 옹벽을 친다.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치수를 해주는 시대지만 문제가 있다. 하천 제방의 콘크리트 옹벽을 칠 때 농경지를 넓게 쓰기 위해 편법 혹은…
이번 오송 지하 차도 침수는 인근 공사장에서 허술하게 쌓은 임시 물막이가 폭우에 불어난 미호 강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면,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담수용량이 현격히 줄어들어 든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농업기술연구소 토사유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3,832개소로 흘러드는 토사(土砂)는 연간 수십 억 ㎥(1㎥=1루베=물1kg=물기가 많은 모래 1.9kg)로 이로 인해 모든 강과 하천바닥은 백 년 전에 비해 퇴적물이 최소 2m에서 10m이상 쌓여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70년간 댐을 건설하고 수중보, 하구(河口)둑을 쌓아 120억 톤 이상의 수자원을 확보했지만 가뭄이 들면 여전히 물이 부족하고 하천제방을 정비하고 하천 변에 펌프장을 설치하는 등 홍수에 대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지만 홍수가 나면 오히려 하천이 범람하거나 침수되는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CJB(청주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충청북도는 2021년 9월부터 오는 2032년까지 6,510억 원을 들여 89.2km의 미호강(천)을 복원하는 ‘미호강 프로젝트’ 구상을 내놨다. 수질개선, 수량 확보, 그리고 여가 공간 확장 등이 목표
☞ 이어서... 한국인들의 그런 습성 때문에 이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그가 버리는 음식물은 20리터(5갤런)당 약 2천원, 2달러보다 약간 많은 돈을 낸다. 온종일 남는 음식물은 주방에 있는 음식물 잔반통에 버렸다가 마감 시간이 되면 이씨는 그 통을 들고 나와 밖에 지정된 쓰레기통에다 버린다. 그 뚜껑 위에 그는 구청에서 돈을 주고 구입한 스티커-쓰레기 처리 비용을 냈다는 증거-를 붙인다. 아침에 그 쓰레기통은 구청과 용역을 맺은 회사들이 와서 깨끗이 비워놓고 간다. 박명주와 그의 팀은 새벽 5시부터 거리에 놓인 그런 쓰레기통의 내용물을 치우기 시작한다. 스티커를 떼어내고 쓰레기통 내용물을 그 들 트럭의 탱크에 쏟아 붓는다. 그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일한다. “단지 하루만 청소를 안 하면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게 쌓인다”고 박씨 는 말했다. 오전 11시 그들은 도봉구의 처리시설에 도착 한다. 그곳에 싣고 온 진창 같은 음식물 찌꺼기를 내려놓는다. 쓰레기-뼈다귀, 씨앗, 껍질-를 손으로 골라낸다. (도봉구청의 처리공장은 전국에서 이러한 단계가 자동화되지 않은 최후의 시설 가운데 한 곳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찌꺼기를 분쇄기로 운반하면 분쇄기가 작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기사를 읽었다. 지난 6월 16일자 뉴욕타임스의 1면 톱기사였다. ‘음식물 쓰레기로 성공하기 (Food waste made good)’라는 제목이 달린 글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술과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주 : 김치찌개 한 그릇이 내 앞에 나오기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9.8kg. 이는 승용차 1대가 41km를 이동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으로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소나무 1.5그루가 필요하다. 소고기는 60g만 줄여도 휘발유차 10km를 안 탄 것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음식물 쓰레기는 먹지 못하고 버리는 자원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앞으로 음식물 찌꺼기로 표기하겠음〉는 온실가스 배출의 또 다른 주범이다. 국물 위주의 식단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 하다. 음식물 찌꺼기로 인한 온실가스배출 규모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매일 1만 5,680 톤, 연간 570만 톤의 아까운 자원을 버린다. 나 자신을 포 함한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이 배출한 탄소발 자국에 대해서는 내로남불격인데 우리나라가 칭찬을 받게 된 사연이 무엇일까) 뉴욕시, 내년부터 한
기후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는 이미 다가올 것들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뭄, 홍수, 그리고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폭풍 등이다. 우리는 지난해에 일어났던 공급망의 붕괴가 주는 함의(含意)가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강이 너무 말라서 선박운행과 수력발전이 불가능했으며 핵발전소는 손상을 입었다. 인구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선진 공업국에서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인구는 기울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 한국은 이런 순간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처럼, 인구수의 변동은 근로 층과 나이든 층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것처럼 사회적 변동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 시대의 지정학적이고 경제적인 네트워크 경쟁을 하면서도 그런 관계를 가지고 지난 40년간의 세계화를 되돌려 놓고 있다. “프렌드쇼어링(국제 경제에서 우방 국가에 공급 망을 구축하는 것)”, 혹은 “생산품을 우호 국가로 이동시킨다”는 말은 새로운 용어이다. 탈세계화 뒤에 지정학적 힘은 기후변화와 인구수 변동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더 증폭시켜 자원과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란의 경쟁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인구 감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말한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1623년~1662년)을 기억하시는지?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39살에 요절한 그는 과학자나 수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철학과 신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예측하는 힘이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예측에 대한 그 짤막한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들은 많고 많지만 초라한 주급 직원에서 신문사주로 성공한 영국의 로드 노스클리프 자작(子爵, 1865~1922)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921년 조선에 들렀다가 초가집을 보고 “아프리카 토인들도 저것보다 나은 집에 산다,”고 혹평을 했던 바로 그 사람인데 당시에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되리라고 예측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미래에 대한 경제적 예측은 예측이라기보다 상상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최근, 미국의 실리콘 벨리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다. 은행의 내재 가치가 잘못되었다거나 투자를 잘못했다면 모르되 투자자들이나 예금자들이 ‘왠지 이상한 것 같다’는 공포 심리의 헛소문이 SNS에서 돌더니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최소한 6천5백만 채의 아파트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주
예측하는 힘이 지배하는 것일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말한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1623년~1662년)을 기억하시는지?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39살에 요절한 그는 과학자나 수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철학과 신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예측하는 힘이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예측에 대한 그 짤막한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들은 많고 많다. 초라한 주급 직원에서 신문사주로 성공한 영국의 로드 노스클리프 자작(子爵, 1865~1922)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921년 조선에 들렀다가 초가집을 보고 “아프리카 토인들도 저것보다 나은 집에 산다”고 혹평을 했던 바로 그 사람인데, 당시에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되리라고 예측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미래에 대한 경제적 예측은 예측이라기보다 상상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최근 미국의 실리콘 벨리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다. 은행의 내재 가치가 잘못되었다거나 투자를 잘못했다면 모르되 투자자들이나 예금자들이 ‘왠지 이상한 것 같다’는 공포 심리의 헛소문이 SNS에서 돌더니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최소한 6천5백만 채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