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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광주음악창작소 남유진 총감독을 만나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음악창작소의 역할이 중요



1996년에 시작해 아티스트, 인디레이블, 라이브클럽을 주축으로 근 20년 동안 음악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한 국내 인디음악. 현재는 홍대 부근 100여 곳의 라이브클럽과 라이브카페가 있고 1천여 팀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공중파의 노출도 점차 늘어가면서 인디음악씬은 젊은 문화의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럼 홍대 이외의 국내 다른 지역을 어떨까. 많은 수는 아니지만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제주 등 도시를 중심으로 뮤지션, 라이브클럽, 레이블 등이 활동 중이다. 홍대를 벗어나 홀연히 전라도 광주로 내려간 한 남자가 있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은 광주였어요”라고 말하는 클럽 네버마인드 남유진 (전)대표가 그 주인공. 최근에는 광주음악창작소의 총감독 자리를 맡아 고군분투 중이다. 아직은 생소한 광주씬을 활성화 해보겠다며 서울 번쩍 광주 번쩍하는 그를 광주행 ktx안에서 만났다.


Q. 인디씬에서 언제부터 활동을 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특별한 계기랄 것은 없고 뭔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게 정치적인 운동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런 그릇은 못되는 것 같고 제 주변의 소소한 삶의 문화를 바꾸고 싶었죠. 세상을 바꾸고 싶은 변혁의 열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밥그룻, 내 친구들, 내 주변 현상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던 거죠.(웃음) 그렇게 헤매고 있다가 90년대 중후반 영화나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에 어떤 새로운 흐름들이 생겨났잖아요. 지금 우리가 인디라 부르는 것들, 거기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거죠. 그 시절 서울에 있으면서 ‘아 언젠가는 마음 속 고향 광주에 가면 꼭 이런 걸 해봐야지’ 했어요. 꿈이었죠. 그러다 2002년 8월 홀연히 광주로 내려왔어요. 그리고 ‘네버마인드’라는 일종의 대안문화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Q. 네버마인드라는 공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A. 초기에는 지금도 하고 있는 밴드 공연에서부터 독립영화 상영회, 문화 세미나 등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처음에는 네버마인드의 구조도 공연공간도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전시장, 그리고 도서관처럼 읽을 수 있는 책, 문화잡지, 독립잡지 등을 전시해 놓고 그랬어요. 하고 싶었던 게 너무 많았던 거 같아요. 하다 보니 힘에 부처서 라이브클럽이 주력이 된 것이고요. 사실 버거웠었어요. 광주라는 도시 특성상 지역 젊은 청년들이 관심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서울에서 가져온 다양한 독립잡지들도 여기 청년들은 잘 몰랐구요. 당시에는 광주에서 인디라는 말도 잘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음악했던 친구들도 자신들이 '인디밴드 인디밴드' 하고 다니는데 솔직히 인디가 뭔지 서로들 논란중이었고, 예전 언더그라운드 하고 인디밴드의 차이점들 그런 것들은 모르고 그냥 음악을 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아 우리가 인디밴드인가’ 하고 느끼게 된거죠.(웃음)


Q. 네버마인드운영을 10년 넘게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사실 모두 기억에 남고 인상 깊어요. 다 제 새끼들 같고요. 밴드 이름만 바뀌었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친구들이 여전히 있어요. 또 광주를 떠나 홍대에 진출한 아이들, 영화음악하는 아이들, 프로듀서로 잘된 아이들, 공연피디로 성장한 아이들 등 많이들 기억나요. 모두들 네버마인드를 거치면서 성공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기 음악적 꿈을 저버리지 않고 자기길 잘 찾아가고 또 그런 과정에 네버마인드가 있었구나 생각하면 흐뭇하기도 해요. 사실 네버마인드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라이브클럽이라기 보다 어떤 가치지향적인 곳이 되고 싶었거든요. ‘맨땅에 헤딩하라, 남이야 뭐라든 네 갈 길을 가라’ 이런거 있잖아요. 그래서 제도화된 사회 질서에 헤매이지 않고 자기 신념으로 살아주는 것, 그 안에서 따스한 공동체적 시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이런 태도 자체가 네버마인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꼭 음악적 길만을 의미하진 않는 거죠. 처음 네버마인드에서 중딩, 고딩이었던 애들을 지금 보면 그래도 내가 참 의지있는 아이들을 키웠구나 생각해요.(웃음)



Q. 광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획도 많이 하셨던데요.


A. 네버마인드를 하면서 지역 뮤지션들이 이 지역에서 하는 축제인데도 홀대를 받고 잘 서지 못하는 게 좀 화가 났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제일 유명한 게 10년 가까이 해왔던 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이 있는데, 페스티벌이 알려지면서 지역의 다른 공연이나 축제에 인디음악이라는 파트가 이제는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 된 것 같아요. 지역뮤지션들의 활동 폭도 훨씬 넓어진거죠. 광주사람들도 ‘아 우리 지역에도 인디뮤지션들이 있구나’하는 인식도 가지게 되었고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도 많아 졌어요.


Q. 광주지역 뮤지션들과 타 지역 뮤지션들 교류에 적극 나섰는데...


A.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면 안된다’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경험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으면 당연히 편협해지거든요. 그런 틀을 깨주고 싶었어요. 그게 또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기회들은 가능하면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음악씬이 성장하려면 당연히 지역 뮤지션들이 많이 있어야 하지만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럴려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경험이 풍부해야 하거든요.


2010년쯤 6개월 동안 인디레이블 워크샵 같은 것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음반 녹음하는 것부터 유통시키는 방법까지 실제 홍대 레이블쪽 프로듀서가 직접 내려와서 1대1로 함께 지역뮤지션들과 작업하게 한 거죠. 지역 뮤지션들은 경험이 적고 주변 관계자들이 없으니까 실제로 겪어보면 특별한 게 없는데 깨닫지를 못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래서 막연한 홍대 동경들이 생겨나죠. 하여튼 이때의 경험들이 지금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겐 좋은 경험들이었어요. 이후론 지역에서도 여러 음반물들이 훨씬 풍부하게 자체적으로 창작되어 유통되고 있어요.


Q. 지역씬이란 무엇인가요.


A. ‘지역씬’이란 특정 지역의 뮤지션들과 그 음악적 스타일이 연관돼 여기에 지역성이 결합되는 경우 사용하는 말이에요. 좀 말이 어렵죠?(웃음). 예전에 서울에도 ‘명동파’ ‘무교동파’ ‘신촌파’라고 불리는 호칭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이죠. ‘광주 포크’ ‘부산 메탈’처럼 말이죠. 아무튼 음악과 지역(또는 장소)를 연관시켜 온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대중음악의 한 방법론이예요.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음악적 유사한 경향과 관련 요소들을 찾아내 왔던 거죠.


Q. 그동안 광주의 음악들은 어땠나요.


A. 먼저 대표적으로 광주 포크가 있어요. 70년대 광주에서도 본격적인 통기타 음악이 시작됐는데 광주MBC ‘별이 빛나는 밤에’ 프로를 통해 데뷔한 소위 지역 1세대 포크뮤지션들이 ‘별밤 사단’이라 불리며 충장로를 중심으로 활발한 공연활동을 이어 갔어요. 이러한 통기타 음악의 흐름은 대학가요제 수상 등 광주 포크의 전성기를 만들어냈어요. 또 다른 한 축은 ‘민중가요’를 꼽을 수 있어요.


80년 5·18광주민중항쟁을 겪은 광주는 잘 알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여러 민중음악들이 창작되고 제작 되어지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광주 록’ ‘광주 인디’는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어요. 광주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몇몇 음악감상실에 록 마니아들이 집결해 공연이 시작됐고, 2000년 라이브클럽 ‘곡스’, 2002년 ‘네버마인드’가 생겨나면서 ‘광주 인디’의 시작을 알렸죠. 지금은 모던록, 팝, 포크, 일렉트로이카, 힙합, 사이키델릭, 펑크 등 다양한 장르로 지역 뮤지션들의 디스코그라피가 풍부해졌고, ‘광주 인디씬’의 변화와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다시 인디로 돌아오셨는데... 서울씬과 광주씬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일단 시장이 서울에 있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관객부터 모든 관계자들이 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까요. 사실상 서울에만 시장이 존재한다고 봐야죠. 뮤지션 입장에서도 홍대에만 1천개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 경쟁하는 건 다르겠죠. 광주에 밴드가 10여 개 밖에 없으니 당연히 뮤지션들도 보는 게 다를 수 밖에 없죠. 많이 겪고 많이 듣는 사람이 유리한데 그런 점에서 서울과 광주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죠.


지역뮤지션들이 한 두 개의 라이브클럽이나 작은 커뮤니티속에서 서로간의 공연을 응원하는 것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버무러진 홍대에서 경험하는 건 양적이나 질적이나 차이가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광주씬이 개선되려면 서울을 안가도 광주안에서 보고 겪는게 많아져야 해요. 공연도 많아져야 되고 타지 뮤지션들과 교류하는 기회들도 많아져야 하고 그 주변인들도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해요.


Q. 최근 광주음악창작소의 총감독을 맡으셨잖아요. 주변에서 광주음악창작소가 지금 음악창작소 중 가장 일 많이 한다고 하던데 소개해주세요.


A. 음악창작소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3년도에 시작한 사업이예요. 독립음악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제일 먼저 서울 마포구와 한국음악발전소가 업무협약을 맺고 시작한 사업이죠. 연습실, 녹음실, 공연장 등 창작을 위한 시설인프라를 조성해 건강한 음악생태계를 만들자는 차원이죠. 이게 확장돼 지역에도 만들어서 꼭 서울에 오지 않더라도 권역별로 그 기반을 갖춰주는 지원 사업입니다. 지역에 우리가 말하는 씬을 건강하게 형성할 수 있게 생태계와 시설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거죠. 앞으로 광주음악창작소에서는 인큐베이팅은 물론 음악아카데미, 음반지원사업, 공연지원사업, 멘토링 프로그램,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 전방위에 걸쳐 자생적 음악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게 활동을 펼쳐나갈 겁니다. 결국 가장 큰 목표이자 도착지는 제대로 된 지속가능한 광주음악씬을 만드는 겁니다.


Q. 앞으로 인디씬이 어떻게 발전했으면 하십니까.


A. 씬을 지칭하기 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대중음악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인디, 메이져를 구분하는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벽이 존재했어요. 몇 개의 대형기획사를 빼면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채널이나 음악축제 등 열려있는 통로가 어쨌든 많아졌잖아요. 좋은 노래가 있다면 골방에서 썩으면 신세한탄 할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제작비도 어쨌든 낮아졌고 음악창작소 같은 지원사업들도 생겨났잖으니까요.(웃음)


이제는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영화계나, 미술계와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나요. 대중음악 관련해서 잡지하나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이 없고, 대학에 실용음악과는 많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잖아요. 그러다보니 평론가분도 몇 분 안 계시고 다들 매니아로서 성장하다가 자리잡은 경우잖아요. 시장이 단순히 뮤지션과 소비자만 존재해서는 풍부해질 수 없어요. 다양한 비판과 관련 매체들,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음악창작소는 그동안 대중음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거의 없다가 드물게 음악산업에 대한 시스템적 고민을 안고 탄생한 사업이에요. 하지만 현재는 1년 단기 지원사업으로 되어있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로 만들어내긴 어려울 거예요. K-pop등 한류가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음악산업적 인프라, 생태계가 매우 중요해요. 음악창작소의 역할이 중요한거죠. 영국이나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정책적으로 이러한 음악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어요. 자국 음악을 지키고 전파하는 기지 같은 곳이죠. 우리나라도 대중음악에 대한 발전과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광주음악창작소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MeCONOMY Magazine Jul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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