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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죽음으로 맞선 어느 여군 성추행 피해자의 복수

(대다수)남자들은 왜 성추행을 저지르는가?

아직 1년이 지나지도 않았다.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안희정, 오거돈 등 지자체장으로부터 촉발된 권력형 성범죄도 워낙 큰 이슈여서 지금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 다양한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을 저질렀다가는 패가망신에 목숨까지 끊어야 한다는 엄혹한 교훈을 얻었을 법한 데도 최근 한 여성 군인이 동료 남자 군인으로부터 입은 성추행 피해(被害)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남자들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왜 성추행이 중범죄인 줄 알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가해자가 되는 것일까? 남자의 성 심리를 통해 왜 이렇게 성추행 사건이 반복되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MBC가 단독으로 취재한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공군 제20 전투 비행단 소속이었던 고 이 모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인 장 모 중사로부터 야간근무를 바꿔서라도 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소속 부대는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음주, 회식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이 모 중사는 상사(上司)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중사의 고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해명했다.

 

“(이 중사가) 평소에 압박을 주고, 야단을 치고 욕도 하고 자신을 굉장히 힘들게 했던 사람이 명령하는 거였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참석해 보니, 상사가 아는 사람의 개업 축하 술자리였다. 모임이 끝나, 이 중사는 후임 부사관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뒷자리에 장 중사와 함께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상황은 이 중사의 어머니가 딸에게 들어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를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한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

 

이 중사는 차 문을 박차고 나와 곧바로 상사(上司)에게 신고했다. 그러자 가해자인 이 중사는 숙소까지 따라와 비웃었다.

 

“신고할 테면 해 보시지,”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上司)는 “없었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냐?”며 합의를 종용했다. 게다가 가해자인 장 모 중사는 ‘죽어 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서 ‘명예롭게 전역하게 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러한 가해자 측의 회유, 협박이 계속되면서 이 중사는 불안장애와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거대한 무력감, 고통을 견디기가 힘이 들었던 이 중사는 급기야 부대 전출을 요청했고, 15 전투 비행단으로 옮겼으나 압박의 수준은 더 거세졌다. 이 중사는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고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가 아니라, 관심병사가 여기 왔으니까 우리가 예를 잘 관리해서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너희 부대에서는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FM대로 해’, 그런 말을 하면서 눈물 쏙 빠지게...”

 

부대를 옮긴 지 나흘만인 지난 21일, 이 중사는 남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휴대폰 버튼을 누르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했다. 녹화영상을 본 피해자 측 김정환 변호사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시기 전에 울먹이는 모습을 봤다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피해자께서 왜 그 영상을 남기셨을까? 그리고 그 영상을 공개하려고 하셨을까...,”

 

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는 ‘나의 몸이 더렵혀 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문장이었다. 왜 그랬을까? 피해자는 왜 그런 말을 남겼을까. 혹시 고 이 모 중사는 자신이 당한 성추행 피해를 하소연해도 “네가 뭔가 잘못됐겠지, 괜히 그랬겠어?”라고 자신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결백함을 보이고, 가해자에게 최후의 복수를 시도한 것이었다.

 

"나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내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엄마 아버지한테 보내주는 거예요. 엄마 아빠한테…" 이 모 중사 아버지 말이다. 그는 자신의 딸이 왜 이런 영상을 마지막으로 남겼는지를 알고 있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추행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대검찰청에 의하면 2019년 성범죄 피해자의 87.9%(2만 8,138명)가 여성, 6.5%(2,079명)가 남성이었다. 게다가 국내 성폭력 신고율이 1.9%라는 조사 결과(2016 '전국성폭력 실태조사')도 있어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은 훨씬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는 신고 이후 겪어야 할 어렵고 어려운 과정이 피해자의 신고를 힘겹게 하고 있기 때문이니, 이 모 중사의 경우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있고서야 비로소 사회적 책임론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

 

도대체 이런 성추행 등과 같은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해당 법 조항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지 않아서도 아닐 것이다. 성추행의 경우, 우리나라 형법 제 289조에 처벌 규정이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혹자는 이 같은 처벌 조항만으로 성추행 사건을 막을 수 없다며, 조선 시대와 같이 태형(笞刑, 태장으로 볼기를 치던 형벌)이나 장형(杖刑, 곤장으로 볼기를 치던 형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성추행의 경우, 다른 성범죄와 달리,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다. 막상 성추행이 일어나면 여성이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고 두둔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조심해야 하며, 여자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가르침과 남성 전반에 대해 의심하며 조심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남성을 거절하면 ‘김치녀’가 되고 남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그건 여성의 잘못이라는 남성우위의 편견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성추행 등 성범죄의 가해자 대다수가 남성이고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인 상황임에도 오로지 여성에게만 주의의 의무를 지워왔던 것이었다.

 

“남자는 실수로 그럴 수 있지”라며, 남자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어차피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고 끝난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그 같은 남존여비 풍조는 케케묵은 옛날 말이 되었다.

 

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어 미투에서 보듯이 여성의 인권이 크게 발현되고 있다. 만원 지하철에서 아슬아슬 나와 몸을 부대끼고 있는 여성에게 신체접촉이 될까 봐, 두 팔을 천정을 향해 만세 자세를 하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도 그래서 많이 생겼다. 괜한 오해라도 사면, 그런 낭패가 없으니까, 불편하더라도 미리 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게 편한 것이다.

 

내 지인의 친구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억울하게 당한 경우일 것이다. 몇 년 전이었다. 지인의 친구는 어느 지하철역 개찰구를 나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여성의 민감한 부위에 손이 닿았는데 ‘만졌느니 아니니’ 하며 서로 옥신각신했다.

 

이를 보고 있던 주변 사람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법정구속까지 됐다가 변호사 비용으로 2,500만 원을 쓰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과 합의를 보고 풀려났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모텔에 들어갈 때 CCTV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인다고 한다. 그 장면이 녹화되어야 나중에 같이 온 여성이 딴소리를 안 한다는 거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서로를 못 믿고 사랑을 한다? 어쩐지 이상하다.

 

▶연결해서 어째서 남자들은 성추행을 저지르나? (m-economynews.com)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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