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물은 생명과 직결된 자원으로, 매해 반복되는 가뭄과 폭염, 그 외 집중호우 등 물 재해를 예방하려면 실효성 있는 '통합물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수량, 수질, 수생태계 보호 등 각각 분산된 방식으로 물을 관리해 왔으나, 제도 간 충돌과 행정의 비효율성으로 2018년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정책의 간극이 존재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홍수·가뭄·수질 악화 등 복합적 위기에 대한 대책이 과제로 남아있다.
◇물 흐름 조절하고 관리, 더욱 중요해져
정부는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수립 등 통합물관리의 제도적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물순환 불균형 심화·지역간 물 수급 갈등·유역 거버넌스의 한계, 지방의 실행·재정 역량 부족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여기에 기후위기의 심화로 수자원의 불확실성과 재난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지면서,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통합물관리 7년의 성과와 정책대안’ 토론회에서는 물을 환경의 요소로만 볼 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재난안전 관리, 농업산업-도시 인프라 운영의 핵심축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부처 간 벽을 넘어 실효성 있는 물관리를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 중심의 협업 체계의 필요성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환경부 중심에서 농식품부·산업부 등까지 포함해 통합물관리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부처 간 벽 넘어 실효성 있는 통합물관리 추진돼야
첫 발제에 나선 이승환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부처 간 벽을 넘어 실효성 있는 통합물관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연계를 통한 통합물관리가 필요하다. 농업용수 관리, 각종 댐 관리에 있어서도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논의·협업을 통해 통합적인 물관리를 확대하고, 실효성 있게 작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시 침수와 관련해선 “현재는 시범 사업으로 6개 지역에만 시행이 되고 있는데 좀 더 현실화, 고도화시켜 2030년까지 24개소 이상 도시 내에 침수 위원회를 개소해나가겠다"며 “하천·하수 동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유역 단위의 이수·치수 관리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방안과 관련해서는 “과학적 평가,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보 처리 방안, 이행계획 마련 및 시행과 더불어 물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지하수, 취양수장 등 선결과제의 신속 이행과 물 이용의 60%를 점하는 농업용수 등의 정확한 실제 이용량 파악을 위해 하천법 개정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재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노후화된 시설로 농업용수 관리 여건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라며 "50년 이상 저수지 시설은 75.8%에 달한다. 저수지 신설로 수원을 확보하고 배수로 정비·개선 등 외에도 제방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그간 저렴한 비용으로 상당량의 시설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왔다면, 농업용수 관에 있어서 좀 정확한 정보, 정확도를 더 높여야겠다”면서 “농업용수를 최적 물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 물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농업용 저수지인 사천저수지를 증설해 600만㎥의 용수를 추가 확보한다면 강릉지역에 안정적으로 농업·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놨다.

◇물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한 사항에 대한 관리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물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이 제한돼 성과 창출이 미흡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건연 경북대학교 교수는 이어진 발제에서 “현재 당연직 위원이 19명, 위촉 위원이 20명인데, 당연직은 관계 부처 장들이 10명, 유역물관리위원회에 민간위원장 4대강 위원들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4명, 공공기관장이 농어촌공사·한수원·수자원공사·환경공단 등이 있다"며 "관계 부처의 장은 기재부·행안부·농식품부·산업부·환경부·국토부·해수부·기상청·산림청이다. 위원회는 국가 물관리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이나 역할과 권한이 제한돼 통합물관리 성과 창출에 다소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위원회 의사결정 이행력 강화, 물관리 정책 종합 검토 기능 강화, 국가위-유역위 협업 강화 등이 필요하다”면서 “물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사항에 대한 관리와 이행 상황을 책임감 있게 점검·평가하는 체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수량과 수질의 모니터링 시스템·체계, 대단위에서 연결돼야
이어진 토론에선 수량과 수질의 모니터링 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성표 고려대학교 교수(한국물환경학회 회장)는 “수계관리위원회는 유역관리 위원회 산하가 되거나 유역관리 위원회에서 직접 관리를 해야 한다”며 “수계기금을 보다 넓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심의·의결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통합물관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용수별 우선 수량과 수질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계가 대단위에서 연결돼 있어야 한다”면서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이러한 모니터링의 목적은 사실 유역 별로 어디가 취약한지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인프라 개선에 대한 정량적 판단을 가능케 하리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맹승진 충북대학교 교수(한국농공학회 회장)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농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농식품부의 농업용수 관련 부서를 국급으로 승격하고,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한국 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맹 교수는 “효율적인 농업용수 관리를 위해 신기술(AI, 관수로, 농지구획(규모)화 등) 도입과 시설 간 연계 운영이 적극적으로 시도돼야 할 것”이라면서 “금강의 경우 예당저수지와 삽교호와의 연계운영, 탑정저수지와 금강하굿둑과의 연계운영 방안을 마련해 이·치수 효율적인 용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미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계획분과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실행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낡은 관행을 걷어내고 통합적, 효율적 사업을 선별해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재현 서경대학교 교수(항국수잔원학회 부회장)는 “다부처 연계 통합물관리 확장성 부족, 위원회 의결사항에 대한 이행 구속력 부족, 부합성 심의 대상 범위 과다 등과 같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의사결정 이행력 강화, 물관리 정책 종합 검토 기능 강화, 심의 및 의결 체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물관리는 국가 재난 안전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다. 평상시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은 곧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 나라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물관리에 대해서 정부의 꼼꼼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