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수산 재해 발생이 빈번하고 피해 규모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대응이 임시조직에 의존하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수산 재해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어가 경영 안정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며, ‘통합 수산재해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수산 재해 사전 리스크 관리 미흡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김형철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재해대응팀장은 "수산 재해로 인해 어업인과 수산업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김 황백화 현상 등 양식업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데 이 부분이 많이 미흡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팀장은 “(바다의) 까만 반도체라는 고부가가치 해조류 품종인 김 양식은 서해안에서 발달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노란색으로 탈색되고 있다”며 “이러한 김 황백화 현상은 김 생산성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김의 품질 저하로 어가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약 85%의 전복을 생산지가 전남인데 과거 대비 대량 폐사로 어가의 손실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며 “전남권을 넘어 순천만 등지에서 생산되는 새꼬막 등의 대량 폐사도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에서 약 65% 이상 굴 생산지인 경남 지역 역시 지난해 고수온으로 굴이 약 95% 전멸했다”며 “이상 해양이라든지 극한 기후 현상을 통해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양식업을 중심으로 고수온·저수온 등 환경 리스크가 급증하면서 피해의 구조적 요인이 확대되며 기존의 단기적 보상 중심 체계 만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재해 발생 이후 재정지원 등 복구 중심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양식시설, 보험, 대비 시설 설치 등 대부분의 대응이 개별 어가의 자력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 어가의 위험 수준이 구조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재해 예측 정보가 다양한 기관에 분산돼 있어 현장 어업인이 신속·정확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지방 중소 해안 지역에 피해 집중
보험료 부담·보상 산정 방식의 한계로 실제 가입률이 낮거나 실질적 보상 체감도가 낮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자체별 예산, 인력, 기술 역량 차이로 대응의 수준이 상이할 뿐 아니라 어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 중소 해안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재해의 구조·상시적 발생 특성을 고려하면 개별 행정기관이나 지자체 단위 대응을 넘어 통합적 재난관리 체계가 필요하고, 해양환경 예측, 양식장 환경정보, 기상·수문 정보 등을 통합한 국가 해양 재난 플랫폼 구축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수부·기상청·국립수산과학원 등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통합한 수산 재해 공동 플랫폼을 구축, AI 기반의 진단·경보 체계를 도입하고, 재해 예측 정확도를 향상해 어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모바일 기반 단문형 정보전달 서비스 강화를 주문했다. 김 팀장은 이 외에도 양식장 자동산소공급기, 비상전력 설비, 수온 대응 장비 등 예방·대응 인프라 구축비 국고 지원 확대와 취약 어가를 대상으로 한 표준형 안전시설 패키지 보급 사업 추진, 고위험 지역 대상 특별관리구역 지정 및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주문했다.
◇ 해파리 등 특정 재해, 수과원 내 담당자 1명에 불과
이어진 발제에선 수산 재해에 대한 현행 대응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제도적 측면과 관리 주체 측면에서 중대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변화로 재해 위험이 지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대응체계는 향후 수산업의 안정성과 어가 경영 기반을 크게 저해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개선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도훈 국립부경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기후변화로 수산 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대응체계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해 종류에 따라 해수부·행안부·농축산부·환경부·과기부 등에서 각자의 정부조직법 하위법령으로 업무를 대응하고 있으며, 수산 재해는 '농업재해대책법'을 통해 양식생물과 시설물 피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축산부와 산림청은 정식 청(廳)을 중심으로 재해 대응 조직을 갖추고 있고, 각 청 단위에서 R&D·기술 보급·현장 대응 기능이 체계적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는 청(廳) 조직이 부재해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기관인데도 재해 대응의 실무까지 ‘떠맡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농진청·산림청은 재해 대응 인력이 최소 15명 이상인데, 국립수산과학원 수산 재해 대응 전담 인력은 4명 뿐“으로 ”지자체 연계 구조 부재와 현장 조사 및 대응의 부담이 수과원 소수 인력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파리 등 특정 재해는 수과원 내 담당자가 1명에 불과해 전국 바다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비현실적 업무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 내부의 분절적 관리 구조는 수산 재해 항목별로 담당과가 분리돼 일관된 대응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산 재해 대응체계는 현재 심각한 인력·조직·법제·R&D의 미비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어업·양식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담 청 설립 또는 상설 조직 구축·인력 확충·법적 기반 보완·매뉴얼 정비, R&D 강화 등 종합적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 연간 8,000~10,000톤의 폐사 피해 발생...고수온대비 액화산소 시설 등 지원 요구
이어진 지정토론에선 기후환경변화에 따른 양식산업 대응과 고수온 대비 액화 산소 시설 등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동훈 제주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양식업은 연간 8,000~10,000톤의 폐사 피해가 발생하고, 고수온→ 산소 소비량 증가, 면역력 저하→ 질병 확산, 수온 급변→ 질병 저항력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며 "일부 해역은 기존 ‘적정 양식 적지’였으나 지금은 고수온으로 인해 양식 부적합 지역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양식 부적합 해역의 폐업·전환 지원(정책자금 활용)으로 기후변화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과감한 폐업 지원 및 구조조정 정책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 어종을 개발하고 보급 및 확대와 고수온으로 질병에 강한 품종 개발이 필수라는 제언도 내놨다.
특히 제주도에서 생산성 높은 해역 특화 품종 개발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한 그는 "민간 차원의 종자 개발, 개량은 비용·기술 부담이 과도하기 때문에 국립수산종자원과 같은 정부 주도의 종자 개발과 보급, 항병성·내열성(고수온 저항) 품종 개발과 안정적 종자 공급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사후적으로 어가 경영을 위한 제도적 안전망 강화와 재난지원금 및 재해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4년까지 14년 간 누적 수산 재해 피해액 4,764억 원 중 고수온 피해 금액은 3,472억 원으로 약 3/4을 차지한다. 지난해 장기간 폭염과 고수온 현상이 발생해 양식업에선 총 1,4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양식업 피해다. 이는 전년의 3배 이상 규모로 양식업의 고수온 피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에는 고수온으로 양식어류 약 5,000만 마리가 폐사하며, 양식어류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29%나 급감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또한, 굴·피조개·새꼬막·멍게 등 수하식, 살포식으로 생산되는 양식 생물에서도 고수온으로 인한 다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 신산업연구실장 “고수온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어업인, 연구기관,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국가 간 협의체 참여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공유, 그리고 재해 발생 사전, 사후를 아우르는 다층적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실장은 새롭게 구축할 생산 기반으로 고수온 내성 양식 품종 개발, 양식 적지 재조정, 육상 양식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재해보험 확대를 위해 투명한 경영 정보 확보와 현재 타당성이 검토 중인 어민소득보장보험 등을 제안했다. 다만, 어민소득보장보험의 경우 투명한 위판 소득 자료와 비용 정보가 요구되나, 개인 간 판매되는 ‘사매매’ 비율이 높은 품목에선 이와 같은 정보가 미비해 보험 상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AI 기술을 생산 현장에 도입해 어획 또는 양식 판매 수량에 대해 자동 계측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이러한 보험 상품 개발이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해보험 확대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경영 안전망을 더욱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양식어업인, 관측·예측 등 현장 대응 정보에 대한 요구 증가
이정용 국립수산과학원 양식산업연구부장은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산 재해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수산재해대응 전담부서(T/F팀)를 지난 2023년 8월에 신설해 올해 7월까지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며 “다양하게 발생하는 수산재해를 본부 및 지자체와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부장은 이어 “양식 어업인들에선 선제적 수산 재해 대응을 위해 많은 관측, 예측 등 현장 대응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증가하는 수산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구체적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립수산과학원 내 수산 재해 전담팀은 소규모이고 비정규 조직화 돼 있다”며 △조직 확대와 구체적인 법제화에 대한 노력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방안으로 재난안전법(제38조의2제1항)에 근거,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수산 재해 대응 업무를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위임하고, 동법시행령(또는 해양수산부 훈령)에 특보기준 등 세부 사항의 위임과 관련한 하위법령 개정안 마련을 제안했다. 아울러 수산 재해 대응 업무의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수산 재해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조직화·규모화 함으로써 본부, 지자체, 연구 기관이 보다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내놨다.
이어진 토론에선 컨트롤타워 부재로 현장 대응에서 혼선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재난 유형별 대응 주체가 상이하고, 각 부서가 별도 대응함에 따라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과 함께 “해수부 해상안전관리과 신설 등 조직 개편이 있었으나, 수산 재해 특수성을 전담하기에는 전문성과 기능 면에서 미흡하고, 지자체와 중앙 간 업무 경계가 불명확해 현장 대응에서 혼선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산림청·농촌진흥청 모델을 벤치마킹해 해수부 내 국 단위 재난 대응 조직 신설, 국립수산과학원 내 별도 R&D 본부 또는 과 단위 전문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논의된 ‘수산청 부활’ 방식은 행정 기능 중복 및 정부조직법 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있어 적절하지 않고, 대신 해수부 내부 조직 재편과 수산과학원 고도화가 중장기적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짚었다.
또 제도의 개선 방향으로는 보험 사업자 수지 개선을 위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한시적 국가 재보험 기준 손해율(현행 150%)을 조정하거나 기금 재원(농어업재해보험기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어선어업과 양식어업을 아우르는 어업 분야 수입안정보험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을 고려하더라도 재해 대응과 산업 정책 간의 연계성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한 해양수산부 사무관은 “작년 역대급 피해 이후, 기존의 정책 방향은 신속한 원금 복구와 재해보험 가입 확대를 통해 어업인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며 “최근 3년 연속으로 고수온 피해가 증가 추세를 보이며 보험 분야에서는 ‘상습성’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2~3년에 한 번 발생하던 피해가 매년, 그것도 확대된 규모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은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의 단계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제는 사후 복구 중심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위기를 사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정책의 핵심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일선 지자체가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지자체도 현장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의 노력에 부합하려면 조직 확충·예산 확보·법적 근거 등 정책 개선이 출발점이라는 데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현재 해상안전관리과, 정책과, 수산자원관리과 등으로 나뉘어 있는 조직에 대해 “재해를 하나의 분야로 묶기보다는 양식·자원·경영 등 각 분야의 전체 흐름 속에서 재해 대응을 함께 다루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며 “조직 개편을 고려하더라도 재해 대응과 산업 정책 간의 연계성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농업 재해는 사람·가축·식물 등 생물 재해 특성이 수산과 유사하지만, 대규모 재해의 경우 중앙재난대책본부 체계에서 다뤄지는 등 체계가 수산과 다르다. 이 부분은 보다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향후 더욱 신중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수산 재해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으나, 현행 재난안전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관련 법령에는 수산재해대응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정책 제언들을 국민주권 정부의 해양수산 정책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이 주최하고 국립부경대·농수축산신문 이 주관했다.






































